한 잔 받으시게나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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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 받으시게나


고교시절 함께했던 친구

한 동안 자신의 일에 쫒기며 만나지 못하다

20년전쯤 불현듯이 진료실문을 열고 들어왔던 친구

그 날밤 그 친구는 늦동이 막내를 부근 산과에서 출산하며

내 소식을 듣고 한 걸음에 왔다한다


출산일

안타깝게도 우린 그 날 밤을 새워 한 잔을 했다

아니, 밤이 잠시 저녁이나 하자던 것이

밤이 새버렸다함이 옳을 듯


오늘 그 친구가 진료실을 찾았다

해양수산부에 있는 친구

이젠 공무원쪽 친구들은 하나 둘 퇴직들을 하다보니

이른바 고위 공무원이라할 친구는 몇 안남았다

아이들만 아니라면 그만 두고 싶다며

부산에서 올라오는 길에 들린 친구, 한가한 진료실이 고마울 때도 있구만 ^^


부처의 부산이전으로 부산을 오간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고

맞은 파트의 특수성으로 퇴직도 맘대로 하기 어렵다며 투덜된다

앞으로 10년은 맞은 프로젝트로 인해 더 있어야할텐데

빠져나와 이젠 그만하고 싶다는 친구


졸혼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자식들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힘들다며

너나 나나 대학졸업까지 부모였으면 된거지 더 뭘 해 줘야하냐?


바이올린을 만드는 거장, 마틴 슐레스케의 책중 한 문장이 생각난다

'뿌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이해하는 대신 나뭇잎 스스로 땅속으로 기어들어 가고자 한다면 잎은 썩어 버릴 것입니다. 잎을 이해하는 대신 뿌리가 공중으로 뻗어 나가고자 한다면 뿌리는 얼마 안 가 말라 버리겠지요. '


각자에겐 각자가 할 일들과 자리가 있는거겠지

그 친구의 자리는 어디이고, 내 자리는 어디일까?

오후 부처일이 시간내 마무리되면 다시 와 한 잔하자한다


그래...

한 잔하고 싶다, 친구야 ~~~

세상사 이야기가 아닌 우리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잔 주거니 받거니 그렇게

지난 시간들처럼 남은 시간도 살아가게 될 내 삶의 한 조각인 친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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