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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미 Oct 29. 2024

나의 첫 물질은
엄마 뱃속에서부터였지.

따뜻했던 그 기억속으로.

 



단언컨대 이때부터였다. 물속에서 느낀 ‘아늑함’


 엄마 뱃속 작은 아기집 안에 태아로 있던 나는 양수에 둥둥 떠 있었다.(산부인과 전문의들 말로는 그렇단다.)

그렇다. 나의 첫 물질은 엄마 뱃속에서부터였다.

물에서 시작한 탄생 스토리라니! 적어도 수영 덕후인 나에겐, 신이 인간의 임신과 출산 부분에 관여했을 때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을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시작이 양수였으니 이제 슬슬 더 큰 물로 나갈 준비를 해볼까나.

그렇담 맨발과 온몸으로 냇가를 거닐며 차가운 물을 느끼던 유년시절의 기억을 빼놓을 수 없다.    

 시골 마을을 돌아 흐르는 냇물이 지척에 있는 풍경에서 자란 덕에, 내겐 동생들과 함께 첨벙 대던 냇가가 놀이터자 참새방앗간이었다.

 맑은 물소리, 물아래 반짝이는 돌멩이, 물고기와 함께 노니는 수영, 서로에게 물을 튀기며 내는 웃음소리, 하늘과 물이 동시에 만나 내는 푸른색과 초록색이 주는 풍경의 조각들이 아직도 눈과 코 끝에 선명하게 감도는 걸 보면 그 시절은 나에게 더없이 순수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음이 분명하다. 


숙녀의 고상한 애티튜드는 물 속에서도 절대 지켜



 물속 여행자의 물 사랑은 고학년 어린이가 되어서도 계속되었다.

한 번은 지방 소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새로 생겼다는 ‘수영장’에 가보고 싶어졌다. 부모님은 바빠 함께 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얼마나 간절했었던가. 시내로 나가 수영장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30분이나 걸렸는데 그마저도 설레고 가슴 뛰게 하는 일도 없었단 말이다.


“엄마! 저 숙제하러 친구네 집에 다녀올게요.”     


 그렇게 가방에 비누와 수건, 수영복을 은밀히 챙겨 시내로 나가는 버스에 올라타는 임무를 성공해 냈다. 흡사 나폴레옹 씨의 정복 야망에 버금가는 첫 모험이었지만 엄마는 알고 계셨겠지. 숙제하러 친구네 집에 다녀왔다는 아이에게서 나는 수영장의 알싸한 락스 물 냄새와, 채 마르지 않아 가닥가닥 물기를 머금은 머리카락을 보고서. 

 엄마는 비밀키를 손에 쥐고는 끝내 묻지 않으셨다. 수영장에서 돌아온 내 모습이 얼마나 행복해 보였는지 아셨던 걸까.



 


 낯선 길에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인생을 다채로운 즐거움으로 채워준다. 

그 여행길이 늘 안전하다고 얘기할 순 없지만, 안전지대 밖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는 사실은 내 필히 보장할 수 있다. 수년내에 그동안은 몰랐던 미지의 바다수영에 도전하며 그 즐거움을 찬찬히 찾아보련다. 


 파도에 몸을 맡기고 팔로우 미!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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