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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미 Nov 09. 2024

닭발보다 오리발

대한민국 여성의 평균 발 크기는 235mm.

그에 비해 발은 250mm로 조금 큰 편이다.

갑자기 웬 발타령인가 싶지만 수영 이야기를 하자면 '발'빼놓고 말할 수 없다.


평균 수치를 거뜬하게 웃도는 발을 달고 사는 덕이랄까.

동네 수영장에서 물질할 때, 발이 작은 다른 영자들보다 훨씬 유리한 점이 있다.

큰 발로 더 많은 물을 밀어내 더 빨리, 더 멀리 나갈 수 있다는 것.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 그의 발크기는 무려 350mm란다. 어후, 가히 황제답다.




(닭발예찬 구독자님 계시다면 미리 죄송)

불닭발, 국물닭발, 무뼈닭발, 숯불닭발.

저세상 야식메뉴를 담당하고 있는 닭발과 오리발을 굳-이 비교해 본다면,

오리발에는 닭발에 없는 물갈퀴가 있다. 

뻔하게도 오리의 발을 본뜬 물갈퀴 수영장비인 셈이다. 그러나 그저 뻔한 수영장비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오리발에도 숏핀, 롱핀, 모노핀등 종류들이 꽤 많이 있기 때문. 수영도 결국은 장비빨인 셈이다.



좌: 롱핀,     우: 숏핀


장비빨 세우기 전에 쓰임새부터 알아보고 갈까나.

모노핀 :  인어꼬리모양의 커다란 핀으로 양발이 하나의 핀에 들어간다. 프리다이빙이나 피니쉬라인 훈련용으로 쓰인다.


숏핀 :  개구리 발을 닮았다. 말 그대로 길이가 짧아서 숏핀이라고 한다. 물을 쳐내고 퍼올릴 때 다리에 굉장한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운동의 강도를 높이고 싶을 때 주로 사용한다.


롱핀 : 롱핀을 신으면 추진력이 어마어마해서 물속에서 거침없이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주로 입문용으로 사용한다.




"다음 주 강습부터는 롱핀 오리발 준비해 오세요."

강사님의 공식적인 쇼핑 오더 명령이 떨어졌다. 드디어 신어 본다.

콩쥐의 꽃신보다, 신데렐라 유리구두보다 더 신고 싶었던 오리발이 아니던가.

야속하게도 옥천 HUB에 멈춰있는 택배를 하루에 몇 번씩이고 확인한다. 설렘과 초조한 마음이 뒤엉켜 며칠을 보낸다. 오랜 기다림의 보상으로 드디어 손에 거머쥐었다. 빛나는 새 오리발을 들고 수영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그날, 돈데기리기리 돈데크만이 주둥이에서 붉은 광선이라도 발사한 걸까.

오리발을 신고 나는 다른 세상으로 옮겨졌다. 


그동안은 둥그스름한 배와 둔탁해 보이는 발로 얕은 물에서 뒤뚱뒤뚱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물을 튀기는 오리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면, 이제야 비로소 물속에서 '나는'느낌을 온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멈출 수 없는 미끄럼틀을 탔다. 아니 안전바 없이 티익스프레스 혜성특급에 탑승한  기분을 아시려나. 이 속도와 자유로움이 나를 날아가는 오리로 만들고 있었다. 거침없이 물살을 가르며 '난다'는 기분에 충만해있을 무렵, 소싯적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놓지 못하고 불러젖혔던 그 노래가 문득 떠올랐다.


이제는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갈 거야
날아올라 저 하늘 멋진 달이 될래요
깊은 밤 하늘에 빛이 되어 춤을 출 거야
날아올라 밤하늘 가득 안고 싶어요
이렇게 멋진 날개를 펴
꿈을 꾸어요 난 날아올라

-체리필터, 오리 날다 中-



그렇게 오리발 날개를 단 채로 수영장 레인 속에서 저 먼 밤하늘까지 나아가고 있었다.

어두운 하늘 위로 달이 뜨고, 반짝이는 별들 사이로 미끄러지듯 날아가는 오리.


그것은 온전히 나를 찾는 여정이었다.








*사진출처 :

MythologyArt on pixabay

PublicDomainPictures on pixabay

sonniehiles on unsplash

jacob Owen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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