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텃세는 왜 생겼을까.

고인 물이 되지 않기로 해요.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갑질 뉴스를 듣고 있자면 마치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 분리수거장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 든다.

경비원에 갑질하는 입주민, 백화점 점원을 무릎 꿇게 하는 고객, 점주에게 욕설을 퍼붓는 손님, 직장 내 상사의 폭언 갑질, 우리 애는 왕의 DNA를 가지고 있다던 오만한 학부모의 갑질, 땅콩 하나에 기어이 비행기 머리를 돌리게 했던 오너일가의 갑질까지.

한숨이 나오는 것도 이제는 귀찮다. 처음엔 분노로 가슴이 들끓었지만 이제는 메마른 감정만 남았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되어가는 건가.

놀라운 건 수영장도 예외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수영장 내의 어떤 자리는 그녀들의 자리였고, 그 자리를 선점했으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경고를 보내곤 했다.

갑질은 비단 자리싸움만이 아니었다. 만리장성처럼 늘어진 공용 샤워기를 기다리는 줄을 보고도 손빨래와 유제품 마사지를 해대는 천연덕스러움과 권태로움이 샤워장 안에 어지럽게 뒤섞여 있곤 했다.

다른 사람들의 묵묵한 기다림은 그녀들의 즐거움이 되어버렸고, 웃음과 속삭임을 나누면서 서로가 서로를 끌어올리며 권력의 피라미드를 쌓아 올렸다. 수영장을 먼저 다닌 게 인생 최대 업적이라면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하나 싶을 정도였으니 말은 다한 셈이다.

어느 지역의 수영장 홈페이지에 게시된  텃세 금지 공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떡 못 먹어서 죽은 귀신이라도 붙은 걸까. 수영장 텃세도 피하고 싶었고, 1년 수강권을 끊는 바람에 울며 겨자 먹기로 떡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는 어느 수영장 고급반 회원의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떡을 돌리자마자 거짓말처럼 그다음 날부터 텃세가 사라졌다는 미스터리 한 이야기.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도 탐 낼 소재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수영장 텃세는 왜 생겨난 건지 슬슬 수수께끼를 맞혀 보자.

수영장 텃세도 결국 자신과 서로 마음에 안 맞는 사람들을 차단하려는 '차단효과'인 셈이다. 김문조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이를 두고 "사회가 점점 각박해지니 공동체에서 차단 효과를 통해 자신들이 반사 이익을 얻으려는 행동이 점점 커지고 있다."라고 했다.

일종의 방어기제인 것이겠지.

그러나 우리는 이상한 것을 이상하게 바라볼 줄 알고, 자연스럽지 않은 일을 자연스럽게 넘기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좋은 사람'에 집착하여  '쉬운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방어기제
두렵거나 불쾌한 일 또는 욕구불만의 상태에 부딪쳤을 때,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동적으로 취하는 적응 행위. 우리 모두는 사실상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나 불안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방어 기제를 사용한다.
출처: 다음 우리말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