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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LifeBGM 24화

LifeBGM |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금

Nils Frahm - Says

by Ggockdo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금입니다. 낭패입니다. 날씨는 다시 거꾸로 여름으로 돌아가 한껏 덥고 습한데, 이미 흘려보낸 무상한 시간은 그럴 수 없습니다. 머리에 낀 안개가 늦여름의 악취를 풍깁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이런 날도 있는 거지요. 그리고 이런 글도 있는 겁니다.


또한 이런 음악도 있는 법입니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지만 떠있는, 싫지만 가끔 좋기도 한.


막스 리히터Max Richter의 향수가 출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피아노 몸체를 만드는 삼나무와 바이올린 송진 내음, 믹스 테이프의 향을 조합했다고 합니다. 닐스 프람Nils Frahm을 향으로 만든다면 어떤 조향이 이루어질지 상상해 봅니다. 이런 날도 있고, 이런 글도 있고, 이런 음악도 있는, 부유하는 안개의 흰 공포 사이를 떠도는 쁸 향을 맡아봅니다.

무진기행은 겨울이라 지금 떠올리기 부담스러운데 왜 자꾸 떠오르는가 했더니 닐스 프람이 자꾸 띄워서 그렇습니다. 뜬 몸과 정체된 향과 무겁게 내려앉은 안개 속에서 무슨 말을 풀어내야 할지 방황하는 사이 또 시간이 흐릅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금입니다.

닐스 프람의 음악은 계속 부유하고 있어서 아무때나 정신을 차려도 됩니다. 그리고 또 반복해 들으면 됩니다.


... ( ) ...


괄호로 갈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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