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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리얼리스트 Feb 10. 2020

카페에서

아카데미 시상식 날, 현실 작가의 초상

□ 카페에서.. (0210)

◇ <기생충>과 더불어 <부재의 기억>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고 벅찬 감동으로 미팅을 갔다. 것도 주안역까지.. 급행을 탔더니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일 좀 해보자는 마음으로..
마스크를 쓴 시민들 사이로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싶게 생소하지만 낯익은 풍경들..

삼십 년 작가 생활이 주마등처럼 지나갔고 매번 맞는 봄기운도 느꼈고.. 오늘 수상한 봉 감독님도 멋지지만 내겐 옛 동료이자 동향에 또래 친구기도 한 감병석 프로듀서와 일했던 짧은 시기도 생각나고 학창 시절에 극영화나 드라마 이전에 다큐멘터리 작가로서 꿈을 꾸었던 작가 초년병 시절부터 치열했지만 부족하고 엉성했던.. 뭐가 뭔지도 모르고 열정만 가지고 달려왔던 작가의 길과 가지 않았지만 막연히 동경했던 우리나라 영화 부흥기에 영감을 주었던 감독들과 작가들이 떠올랐다..

영화계에서 일하는 친구가 그리 시나리오 한 번 써보라고 했는데 게을러서 안 쓰고 "극영화를 한다면 난 드라마를 쓸 거야." 하다가 서른 즈음에 몇 편 쓰고 제쳐놓았던.. 이후 급작스럽게 단편 한 두 편 썼지만 흐지부지..

지난봄에 대학동창이 각색 한 번 해 보라고 해서 하루 만에 스릴러 소설 한 편 읽고 비문증만 얻고 또 흐지부지..
스스로 반성하며 격려하며 미팅을 갔으나... 당장 함께 할 일도 아니고 아무런 준비 없이 막연한 입장으로 "작가 한 번 만나보자." 하고 나를 대하는 상대방에게 급 실망.. 아직까지 방송이나 영상일 하는 사람들 극 영화나 다큐나 간에 기획과 콘셉트도 없이 '무작정', '돈 되는 일', 쾰리티는 아랑곳없이 개념 무..라는 사실에 허망하게 돌아와서 커피 한 잔 한다.

소개팅하고 실망하면 꼭 혼자 위로하며 달달한 핫초코 한 잔씩 하고 집으로 가던 생각이 난다. 단골 카페에 왔는데 주인장이 화상을 입어 치료하러 가셨다고.. 오랜만에 인사드리러 왔는데 커피가 달콤 쌉싸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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