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 통신

출근길 단상

ㅁ출근길 단상 _ 옛 싸이월드 시절 안젤라 통신 버전으로... (0303)

#1. 오드리와 G

출근시간이 길다 보니 '시간여행'을 떠났다가 되돌아오곤 한다.
어젠 서른 즈음의 동료들이 생각났다. 그간 기억의 뒤편에 잠들어 있었던 선배 오드리(한모 작가)와 동료이자 친구 G.
오드리 선배는 결혼을 앞두고 약혼자가 있었고, 친구 G는 신혼이었는데 사무실에는 기혼자라고 숨겼다.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었을까? 하지만,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던 나는 그녀의 신혼집에 가서 점심을 같이 먹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 적도 있다.) 우리 팀 작가가 4명이나 되었는데 서로 요일을 달리하며 아이템 한 둘을 다루는 정보형 프로그램이라 각개전투였다. 우리는 따로 또 같이 뭉쳤기에, 나는 다른 팀 동료들과 더 개인적인 시간을 보낸 것도 같다. 지금은 번역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후배 Y도 그때 친구다.

오드리 선배와 G는 극과 극이었다. 오드리 선배는 공주과였고, 작가 일을 결혼 전 장식처럼 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부유한 편이고, 스펙 갖추기 차원에서 작가 일을 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오드리 언니랑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책 얘기와 '21세기 프런티어'해가며, 사회활동을 은근히 즐기는 듯해서 호기심이 있었던 것 같다. 언니와 친하게 지낼 무렵 내 프로그럄에 출연하셨던 플라워 디자이너 임채리 선생님께 초대되어, 내가 언니를 데리고 가게 되었다. 가서, 연어스테이크와 맛있는 디저트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것도 커플로 초대되어, 언니는 약혼자와, 나는 급조하여 초등학교 동창과 동행했다.

동갑내기 친구 G는 학원을 하다가 작가가 되어 수입이 줄었다고 했다. 남편은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시동생까지 데리고 살았다. 남편은 고액과외를 하고 있어서 조금만 고생하면 집을 장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아무튼 열심히 사는 열혈 작가였다. 어젠 두 사람이 생각났고, 어떻게 살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2. 비지스의 How Deep Is Your와 안경 K

오늘은 여의도 모처에 있었던 프로덕션이 아닌 아동 교재사에 잠시 출근했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M본부 어린이 프로그램 이름을 딴?(저작권 계약을 한 건지) 자회사처럼 운영되고 있었는데 이벤트로 아동극도 하고 교재도 만들고 뭐 그런 기울어가는 회사였다. 나는 프로그램을 쉬는 동안 아르바이트 식으로 일을 했지만 꽤 샤프한 K가 있었다. (얼굴은 또렷한데 이름은 도저히 생각이 안 난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비지스의 How Deep Is Your를 들었다. 그랬더니 떠오른 얼굴.. 깍쟁이여서 찬바람이 쌩쌩했다. 하지만 아동학과인가를 나와 꽤 똑똑했고 그 분야 전문가 같은 이미지였다. 금세 사람을 사귀는 편인데 이 친구와 친해지는
데는 한참 걸렸다. 쇼트커트, 말라깽이, 이 곡을 들을 때만 너무 좋다며 무장해재되었다. 몇 살 아래였는데 언제나 거리감을 대하고 지내던 동료 K마저 그립다.

#3. 본업으로 돌아와...

지금은 신생 방송사(PP) 일을 하고 있다. 회의 시간에 멀티가 돼야 된다고, 한계를 뛰어넘어야 된다고 강조하는 대표님. 슬슬 가동 중이다. 비교적 한 길을 걸어왔지만 여러 사람들이 모여하는 회사라 인물 파악만도 힘겹다. 피할 수 없으니 즐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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