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어쩌다 나를 찾는 전화가 걸려오고

by 꿈꾸는 리얼리스트

뜨거운 여름이었다. 그를 겨울에 만나고 이듬해 여름, 그해 여름은 많이 더웠다. 내가 기억하는 한. 사우나를 갔는데 몸무게가 많이 줄었다. 아마 40대가 되기 전까지는 표준체중을 유지했고, 약간 야윈 편이었다. 그를 만나고 살이 더 빠져서 사우나를 하면서 몸무게를 재면서 '왜 이리 빠졌지?' 했다. 그래 봤자 1,2 혹은 2,3kg이겠지만 그땐 그랬다. 사우나에서도 온통 그 사람 생각뿐이었다. 사우나에서 돌아오니 성당 친구들을 만나 또 내게 전화를 하고, 밤에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나한테 전화를 걸어오던 사람.

그저께 통영 출장 갔다가 부산 엄마네 집에 들러 두 밤 자고 올라오는 길이었다.

"어디야?"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나한테 어디냐고 묻는 너.

"서울 가는 버스 안이야"

"언제 오는데?"

"지금 탔는데..."

막 버스를 타려는 순간, 시집을 보내주겠다는 원주 사시는 선배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더니 버스에 올라타고 버스 안 에어컨 공기에 더위를 식히는 동안, 막 눈을 붙이려고 하는 그 순간에 예의 그 목소리. 천연덕스럽게 스윗한.

마음의 동요가 왜 없으리오. 예전 같으면 바로 전화해서 "서울 가면 보자."라고 했을 나.

작년에도 이맘때 코로나가 창궐하여 재택근무를 하던 즈음 연락이 왔다. 그날은 탄력근무로 일찍 퇴근하려 했던 날. 사무실 일 말고, 작가 일로 누군가를 만나기로 했는데 그 약속을 빨리 끝내고 그를 만나러 뛰어갔었다.

예전 같으면 나는 서울 가서 그를 만났으리라. 그도 옛날의 그 같으면 늦게까지 나를 기다리며 다른 친구를 만나거나 뭔가를 하며 나를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젠 그뿐이었다. 특히 마지막 멘트는 "그래, 잘살아라..." ㅋㅋ

판데믹 상황에 무탈하게 살라는 얘긴지, 나와는 영영 이별이니 어쩌다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고, 만나 지면 보고 아니면 말고 싶은 무심한 마음인지... 한편으로는 징하고, 한편으로는 짠했다.


서울에 오고 나서도 그가 아직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어쩌다 생각나는 사람인가? 나에게 그는? 같은 생각들로, 머릿속이 그의 생각으로 반이상 차 있었다. 다른 한쪽은 일에 대한 생각. 몇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어 요즘 정신이 좀 없고, 애써 침착해지려고 애쓰는 중이다.

온 세상이 폭염으로 뜨거운데 마음은 차가워지려고 애쓴다. 아니, 애쓰지 않아도 차가워진다. 그냥 비우고 포기하는 일이 많아졌다. 포기하지 않는 일은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 그는 막 포기를 하는 중이다. 아주 오랫동안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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