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Fantasia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gom Aug 16. 2022

사람나무

어느 기업에서 사람을 나무로 만들어버리는 기술을 개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형질에 따라 확률적으로 품종과 크기 따위가 결정되고 확률적으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다. 사람의 염색체를 나무의 염색체로 번역한 뒤 유전정보가 빠진 빈 세포를 이용해 고유의 나무로 거듭난다는 원리이다.


이런 정신 나간 기술을 누가 이용할까 싶지만, 의외로 수요가 있었다. 먼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살기는 싫지만 죽을 용기까지는 없었던 사람들이 족족 나무 되기를 택했다. 자살하고 싶다는 사람들은 사실 죽음을 내키지 않으며, 삶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이어지는 데 불만을 가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변신에 성공한다면 죽지는 않으면서 지금의 삶은 포기할 수 있다. 아무개로서의 삶, 나아가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하는 가장 건전한 방법이었다.


다음으로는 범죄자들이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에게 나무 되기는 일종의 도피처 역할을 수행다. 태생부터 나무였던 것과 사람이 나무가 된 것을 구분하는 일은 몹시 어려우므로 잠시 숨어 있을 장소로서 나무는 평온하고 안전하기 그지 없었다. 다만 나무가 되는 일, 나무에서 사람이 되는 일, 그리고 나무에서 사람이 될 때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일 모두 확률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라 사망의 가능성 또는 원래 모습을 잃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 그런 위험을 감안하더라도 기대수익이 무지막지한 금융범죄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기술로 경찰이 적잖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자살 관련 신고가 잘 접수되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신고가 접수되었을 때 현장을 방문하면 자살시도자나 시신은 온데간데없고 나무나 덩그러이 발견되기 일쑤였다.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던 인지 아니면 사람이 나무가 되고 만 것인지 일선 경찰관이 판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설령 사람이 맞다 하더라도 당장은 물건이라서 영장이 있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수사에 난항을 겪는다는 것이다. 용의자로 불안하게 살면서 나중에 옥살이를 하느니 수십 년 나무로 살다가 다시 태어나면 될 것이라는 발상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용의자는 경찰서에서 수사를 받다가 한눈판 순간에 나무가 되어버리기도 했다. 해당 경찰서에서 일단 그 나무를 보관은 하고 있는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이 사건은 용의자 확보에 성공해 다행인 편이고, 다른 사건은 현저히 검거율이 떨어지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는 해당 기술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먼저 기업의 대표를 자살교사방조 등 혐의로 형사고발하였고 기술의 개발 및 이용을 금지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또한 상당수의 사람들이 해당 기술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바 일반 나무와 사람나무를 구분하는 방법, 그리고 사람무의 환원을 가속시키는 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기술이 이미 음화된 데다가 일부 국가에서는 안락사의 한 방법으로 이용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규제여건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윤리적 논쟁도 만만치 않다. 자살과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정해지지 못 한 마당에 사람 아닌 생물로 바뀔 수 있는 기술의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사람임을 잠시라도 포기하려는 사람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끝까지 사람으로 살아남으라고 위로하고 격려해야 하는가? 자살이나 범죄와 같은 극단적인 동기가 아닌 이유 - 예컨대 나무로서 환경에 기여하고 싶다는 이유로 변하고자 한다면 이를 막아야 하는가? 만약 생명포기권의 한 형태로서 인정한다면, 사람나무는 과연 사람인가 나무인가? 그 나무를 누군가 해친다면 손괴인가 상해인가? 이야기는 너무 많고 끝이 없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제는 나무를 함부로 건들 수 없다. 당신이 기대던 그 나무는 사실 사람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 사람이라면 분명 사연이 많은 비범한 사람일 것이다. 당신은 사람나무가 되고 싶은가?

매거진의 이전글 버튼곤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