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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Feb 07. 2023

이카루스

날 때부터 추락함이라, 그는 세상에 중력이 있는 줄 몰랐다. 무언가 쌩쌩 지나감을 느꼈으나 자신이 내려가고 있음은 몰랐다. 또한 세상은 시꺼맸다. 봄의 용도를 알지 못 했음도 당연하다. 숨만 붙은 채 그는 날들을 보냈다.


어느 날 그는 광원을 보았다. 가까워지더니 쌩 하고 위로 솟았다. 세상 상식에는 가만 있던 광원 곁으로 그가 낙하하였음이나, 이 사실 알 길 없는 사람은 그의 주위로 빛줄기가 자란다 보았다. 눈부셨으나 아름다웠다. 간신히 눈이 있음을 깨달았다.


줄기가 굵어지자 주변 정경이 드러났다. 사방은 어두운 벽으로 막혀 있었고 바닥은 뻥 뚫려 비로소 그가 허우적댔음이 드러났다. 빛알갱이는 벽의 균열서 새어나온 바깥의 것이었다. 추락을 멈추기 위해 어느 것이든 붙잡아보려 했다. 그러나 그의 곁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바깥 틈새는 그를 더욱 좌절케 했다. 그들이 자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는 절망 끝에 모든 일을 끝낼 바닥을 찾았다. 희미한 삶의 발견은 곧장 종말을 구했다.


하지만 연은 쉽게 결말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따금 벽에 부딪치는 통증은 고통스러웠으나 추락을 늦추었다. 더 가끔 몸이 벽틈에 걸렸고 빛이 간신히 손끝에 닿았다. 모든 빛과 헤어지고 태곳적 어두움에 갇힌 시기도 있었다. 진공이 아님을 아는 것은 물리보다 큰 아픔을 주었다. 그러나 항상 바닥보다는 먼저, 어슴푸레한 빛들이 그를 지났고, 잃어버린 시공에 상응하듯 기회를 주었다. 그는 두려움 가득 안고 벽에 몸을 비볐다. 그는 속고 또 속았다.


바닥에 닿아 온몸이 으스러질 때의 고통이 어떠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낙하할 때의 공포와 좌절감에 비할 바인지도 알려진 없다. 그는 그 알지 못 함 덕에 몸을 마음껏 망가뜨렸다. 삶은 소모품이었기에, 잃을 것은 이것 하나뿐이었기에. 결말이 어쨌는 줄은 누구도 모른다. 바닥에 남은 혈흔이 그닥 짙지 않았다던가. 어딘가에서 실컷 쓰고 온 것 같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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