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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마 May 16. 2016

#14 베트남 여행기

네날 - 넷


 - 안녕, 사파!


한 시간 전에 나와있으라던 하노이 게스트하우스 직원의 말대로 출발시각 22시보다 한 시간 빠른 21시에 버스 타는 곳에 도착했다.

뭔가 터미널 같은 곳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일반 가게 같은 곳에 의자만 몇 개 덩그러니 놓여있는 수준이다.



서양인으로 보이는 외국인 6명과 동양인 약 20여 명이 이미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나를 데려다준 chin이 여기가 맞는지, 티켓이 맞는지 확인해준다.

떠나며 "Can we see again? Maybe future?"이라는데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렸다.

그새 정이 들었나 보다.


Chin을 떠나보내고 물을 사기 위해 근처 마트에 갔다.

와! 사파의 마트는 한국의 그것과 별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차이가 있다면 언어 정도??



자세히 보지는 못하고 얼른 물을 찾아 계산한다.

1.5리터에 8천 동(400원 정도)이다. 

실수로 20만 동을 건넸다.

직원이 웃는다.


###계산하기 편하게 금액에 따라 다른 뭔가가 필요할 것 같다.

     예를 들면 파일함의 파일들 같은 애플리케이션?




 - 슬리핑 버스


9시 30분 정도 되니 멀리서 큰 경적소리가 들려온다.

엥?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전투적으로 몰려나온다.

나도 얼떨결에 주섬주섬 짐을 챙긴다.

역시나 버스는 아니었다.

관리자분이 나오셔서 버스는 빨라야 10시에서 10분 정도 전에 오니 기다리라고 한다.


자리 선정이 중요하구나? 하고 깨닫는다.

버스가 왔다.

모두들 엄청나게 뛰어든다.


그냥 탈 수 있는 게 아니라 버스 문 앞에서 한 명 한 명 표를 받고서야 태워준다.

버스에 올라가면 운전기사가 비닐봉지를 하나 벌리고 있는데 신발을 벗어 그 봉지에 넣고 가져가면 된다.(장난하는 게 아니라 진짜 신발을 벗고 탄다.)


그리고 뭔가 찾아보면 나오겠지만 버스가 우리가 타는 곳으로 오기 전에 이미 몇몇이 타있었다.

아마 차고지에서 탄 것 같은데 그 장소를 알면 좀 더 유리한 자리에 무혈입성할 수 있지 않을까?


나와 서양인들은 짐을 가지고 있어서 버스 아래쪽에 짐을 넣느라 타이밍을 놓쳤고 동양인들이 다 타고나서야 탈 수 있었다.


서양애들은 그게 짜증이 났는지 연신 짜증을 내댔고 자리 따위 그리 신경 쓰지 않고 있었던 나도 그들의 짜증 섞인 말을 들으니 짜증이 났다.


결국 나는 혼자 여행 온 듯한 한 분을 제외하고 제일 마지막에 버스에 탑승했다.


당연히 좋은 자리는 다 차있었고 나에게 남은 자리는 화장실 바로 앞자리 2층.....

딱 화장실 가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는 자리다.



개인당 담요 한 장씩과 머리맡에 둘 수 있는 배게가 지급된다.

화장실엔 슬리퍼, 세면기, 좌변기가 있다.

냄새는 그냥 soso..


버스에 버젓이 wifi라고 적혀있어 오! 했지만 역시나 잡히지 않는다.

뭔가 자리가 불편해 뒤척이니 1층에 자리를 잡은 뚱땡이 할아버지 외국인이 심기가 불편했는가 stop을 낮지만 강한 소리로 말한다.

'스땁'이 아니라 이를 악물고 '스뜨압-' 이런 느낌?


좋은 자리를 잡지 못해 굉장히 예민한가 보다.

만약 시비를 걸면 어떡하지?라는 괜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다양한 상황에 대해 순응, 맞대응, 비꼬기, 싸움 등등에 필요한 말을 혼자 머릿속에 생각해둔다.

참 어리석은 짓이다 �


오늘은 딱히 많이 걷지도 않고 오토바이만 부릉부릉 타고 다녔는데 그게 피곤했는가 그새 잠이 들어버렸다.

적어도 아침에 하노이에 도착하면 할 일을 생각해봐야 하는데....(아무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 22시 20분

버스가 구름 속을 헤치고 달려야 하다 보니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계속된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굉장히 천천히 달리는 것은 기본이고 달려오는 차의 전조등만 가까스로 보이는 상황이다.

정말 칠흑 같은 어둠

창밖을 내다봐도 보이는 것은 어둠뿐이다.

사파에서 라오까이까지 연결되는 길은 산길이기 때문에 까딱 잘못하면 바로 지옥행이다.

안전벨트를 다시금 동여맨다.


* 1시 40분.

어떤 여성분이 화장실을 가려다 문이 안 열렸는지 나를 깨운다.

졸지에 화장실 지킴이가 되었다.

이왕 일어난 김에 망고를 하나 먹었다.



* 02시 00분

버스를 세운다.

이윽고 운전석 근처에서 알람이 울린다.

약간의 대화

내 생각엔 버스 안에 자고 있던 다른 운전자와 교대를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혼자 새벽 내내 20명이 넘는 사람들의 생명을 운반하는 게 심리적으로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 3시 30분

다시금 잠을 청한다.


* 3시 40분

막 잠이 들었는데 벌써 거의다 도착했는지 버스 내부 등을 다 켰다


* 3시 45분

아무것도 없는 길 위에 버스가 선다.

그리고 내리란다.

주위엔 아무것도 없다.

사람들이 모두 내리니 나도 내린다.


밖에 택시기사들이 몰려있다.

밤에 혼자 있는 것은 너무 위험할 것 같고 그 서양인들과 함께 가자니 마음이 전혀 동하지 않았다.

갈 데라곤 첫날 묵었던 숙소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택시기사가 어디로 가냐고 물어 이전에 묵었던 숙소를 보여줬다.


알았다고 가자고 하니 내가 얼마냐고 물어봤다.

10만 동 (5,000원 정도)을 달라고 한다.

엄청 가까운 곳인데???

할증이 붙었다고 해도 3배가 넘는 돈을???

6만 동을 제시했다.

8만 동을 달라고 한다.

7만 동. 내가 더 이상은 안된다고 하니 알겠단다.



숙소에 도착하니 카운터에 아무도 없다.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하며 2층 라운지 소파에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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