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엄마 Oct 14. 2021

『제이콥의 거짓말』

거짓말의 작용 부작용

1. 줄거리  

 1944년 겨울, 폴란드. 2차 세계 대전, 나치가 점령한 폴란드 내 유태인 게토 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제이콥은 오랫동안 가게를 열지 못하고 있다. 어느 날 밤, 제이콥은 바람에 날 리우는 신문 한 장을 쫓다 야간 통행금지를 어긴 죄로 독일군에게 불려 간다. 독일군의 본부에서 처벌을 기다리는 동안 제이콥은 소련군이 폴란드의 가까운 지역에서 독일군을 물리쳤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하는 라디오 방송을 엿듣게 된다. 운 좋게 제이콥은 처형을 면하고 풀려나게 되고, 몇 년 만에 들었던 전쟁 관련 뉴스를 기억하며 마을로 돌아온다. 통행금지 시간을 훨씬 넘긴 시간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제이콥은 리나를 만나게 된다. 리나는 부모를 유태인 수용소로 싣고 가던 기차에서 탈출한 10살짜리 소녀이다. 추위와 허기로 약해졌음에도 리나는 제이콥에게 낙관적인 태도와 어린아이답지 않은 지혜를 보여준다. 리나를 만난 계기로 본인이 들었던 라디오 뉴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공유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고, 바로  친구 미샤에게 소련군 소식을 전한다. 그리고 미샤로 인해 제이콥이 라디오를 가지고 있다는 헛소문이 퍼져 나간다. 라디오 소유는 사형이 적용되는 중죄이다. 위험에도 불구하고, 제이콥은 연합군이 나치를 물리치고 진격하고 있다는 뉴스를 꾸며내어 중계한다. 거짓으로 꾸며낸 이 소식은 주민들에게 활기와 희망을 가져다준다. 제이콥은 라디오에 대한 소문을 사실로 인정함으로써 계속 자신을 위험에 노출시키게 된다. 그는 독일군의 패배, 미군의 참전, 베니 굿맨과 앤드류 자매의 도착과 심지어 종전의 가능성까지 지어낸다. 제이콥은 자신이 전하는 그 모든 희망의 소식 때문에 점점 더 게스타포에게 체포될 위험에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그리고 독일군이 이 가상의 라디오의 존재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주민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이 레지스탕스 영웅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고, 독일군들은 제이콥에게 원래부터 라디오가 없었다고 증언하면 살려주겠다고 말하지만 제이콥은 자신의 말 한마디의 무게와 그것에 달린 유태인들의 희망을 알기에 끝까지 침묵한다.


2. 곰순이의 감상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엔딩이 억지스럽다고 느꼈다. 제이콥이 아무렇게나 지어낸 거짓말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것은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처음부터 개연성 부족 투성이었기에 나름대로의 해피엔딩의 결말이 다행인지도 모른다. 제이콥의 거짓말을 철석같이 믿어버리는 미샤와 주위 사람들, 거짓말로 희망을 주는 것이 옳은 일인지 혼란스러워하던 제이콥이, 한편에서는 너무나 열심히 거짓 이야기를 준비하는 등, 개연성 없는 일이 생각보다 많았기에 그러한 결말이 아니었으면 오히려 더 화가 났을 것 같다. 뻔한 거짓말에도 유태인들이 뉴스에 매달렸던 이유는 아마 눈 뜨면 누군가에게 총살당하지 않을까, 혹여 당장은 살아남더라도 항상 다르지 않은 두려움의 하루하루가 버거워 차라리 자살을 선택하는 상황에서 마지막 잡은 지푸라기가 아니었을까? 그들은 극한의 상황에서 믿고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고, 그 인물이 제이콥이었다. 결국 제이콥은 사랑하는 동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하였다. 나 또한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다수의 사람에게 희망을 주었던 제이콥처럼 행동할 것 같다. 비록 거짓말이 들통이 나서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더라도, 총살을 당하더라도 우선은 선의의 거짓말로 한 사람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거짓말을 꾸며낼 수 있겠다. 그리고 나 또한 그것이 거짓말이 아닌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견뎌낼 것이다.


3. 곰엄마의 감상

새빨간 거짓말과 하얀 거짓말이라는 표현을 들어 본 적이 있니? 양치기 소년이 심심해서 늑대가 나타났다고 마을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할 때 곰순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여러 사람들이 그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서 소년을 구하고 늑대를 쫓기 위해 본인의 일을 포기하고 뛰어와 손해를 당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겠지만, 그것보다 더 불행한 사실은 양치기 소년의 반복적인 거짓말로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 죽게 된다는 것이지. 즉 거짓말의 최종 종착지점은 본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반면에 필요에 따라 상대방이나 나 자신에게 아무런 해를 주지 않는 거짓말을 통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때도 있는데, 그것을 하얀 거짓말이라고들 하지. 아마도 제이콥의 경우가 아닐까 싶지만, 엄마는 일단 자라나는 곰순이는 거짓말은 빨간 건 물론이고 하얀 것도 멀리했으면 싶다. 엄마에게만이라도.


4. 써니쌤의 감상

인생의 사막에서 살아날 유일한 방법은 ‘희망’이었다. 합리적인 이성으로 통계에 의한 내일을 보장받을 수 없을 때, 우리는 거짓말이어도 ‘희망’을 걸고 싶어 한다. 그것이라도 있어야 ‘연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막을 건너는 방법’에서 노인이 제이콥을 만났다면 제이콥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 것이다. 극한 상황에서의 유일한 빛을 막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또한 거짓말을 한 자가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서울대 음대에 입학한 후 줄리어드 음대를 졸업한, 선화예고 졸업생이 있다. 팀 수업 도중에 내게 개인 수업을 제안했다. 남은 2개월 동안 국어 공부에 시간을 쏟고 비싼 수강료를 지불해도 결과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 나의 경험과 데이터였다. 그래서 거절했고 학부와 학생은 개인 수업할 강사를 찾아 마지막까지 공부를 했다. 물론 나의 데이터는 틀리지 않았고, 국어 등급은 변함이 없었다. 대신 실기를 잘 봐서 서울대에 입학했고 첼로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또 한 학생은 수능 이후 몇 주 앞두고 논술 지도를 제안했었다. 결코 논술로 합격되지 않으니 할 필요 없다고 거절했었다. 학생은 기초 논술을 닦고 다시 제안해 왔기에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이 최선을 다해 보기로 했다. 논술자 대기 5번을 받고 실패했지만 학생은 최선을 다한 것에 후회, 아쉬움이 없다고 했고 자신이 단시간에 논술 수험생으로 5번의 대기 번호를 받은 것으로도 만족한다고 했다. 학생은 대학 졸업반이 되었고, 나의 보면대 뒤편에서 늘 환하게 웃고 있다. 이후 나는 의지를 갖고 도움을 청하는 학생의 ‘희망’을 절대 나의 경험과 데이터로 자르지 않는다. ‘희망’을 향한 노력은 성공하지 못할지라도 아쉬움을 남기지 않았고 배움으로 커 갈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끊임없는 과정, 기다림의 연속이 인생이고, 희망이다. 제이콥이 사막을 건너는 ‘노인’을 만났고,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었다면 자신의 ‘거짓말’에 ‘신념’을 갖고 행동했을 텐데 말이다. 희망이 ‘현실’을 어떠한 모양으로든 만들어 낸다는 진리를 새기며 우리는 고도를 기다린다. 이것이 사막을 꽃길로 만드는 방법이다.


5. 아이들과 이야기해 볼 수 있는 것들

* 유태인들이 단지 '유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게토라는 지역에서 독일군의 감시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시대적인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있을까요?


*  나치 정권과 그 협력자들에 의하여 6백만의 유태인에게 자행된 국가 차원의 체계적이고 관료적인 탄압과 대량 학살을 '홀로코스트'라고 합니다. '홀로코스트'는 '불에 의하여 희생된 제물'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홀로코스트'를 다룬 문학 작품 중 하나를 이야기해 볼 수 있을까요?


*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 거짓말을 할까요? 내가 어떤 상황에서 누구에게 거짓말을 한 경험을 나누어 줄 수 있을까요? 거짓말을 한 이후에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지도요.


* 나의 거짓말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 적이 있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길어지는 증상이 있다지요. 피노키오처럼 거짓말할 때 나도 모르게 하는 행동이 있을까요?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 걸까요?


6. 토론 주제

* 선의의 거짓말은 해도 될까?


*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침묵)과 거짓말을 하는 것 중 어떤 행동이 더 안 좋은 것일까?


 

이전 08화 꽃들에게 희망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