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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엄마 Oct 01. 2021

방망이 깎던 노인

백만 시간의 법칙

1. 줄거리

나는 동대문 맞은편에서 노인으로부터 방망이를 사려고 했다. 노인이 방망이 값을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아서 싸게 해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나는 다음 차를 타야 했기 때문에 시간에 촉박하여 노인을 재촉하였으나, 노인은 오히려 역정을 내며 방망이만 깎고 또 깎았다. 나는 손님을 먼저 생각하지 못하는 노인이 불친절하다고 생각했고 화가 났다. 하는 수 없이 차를 미루고 오랫동안 방망이 깎는 노인을 기다렸다가 받아 왔다. 집에 도착하여 아내에게 방망이를 주었는데, 아내는 보기 드물게 잘 깎은 방망이라면서 매우 마음에 들어 했고, 나는 그제야 비로소 화가 풀렸다. 옛날 사람들은 죽기(대나무 그릇)나 약재 등을 만들 때 충분한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기울여 만들어 냈다. 방망이 깎던 노인 또한 그러했고, 나는 노인에게 서둘러 달라 역정을 냈던 것이 후회되었다. 그 후 노인에게 사과를 하고 싶어 동대문을 다시 찾았으나 노인은 그 자리에 없었다.     


2. 곰순이의 감상

나는 방망이 깎고 있던 그 노인을 ‘장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요즘 장인이 만든 작품을 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현재 기계의 힘이면, 싸고 빨리 살 수 있는데 누가 사람의 손을 거쳐 만들어 물건을 오래 기다려서 비싸게 사겠는가? 수필의 후반부에 작가는 이러한 노인의 사례를 이야기한다. 요즘 대나무 그릇은 별로 질이 좋지 못하며, 만들기 힘든 숙지황 같은 약재는 보기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며 안타까워한다. 오직 판매할 욕심으로 물건을 마구 찍어내니 그 품질이 얼마나 좋을 수 있을까? 결국 장인정신이라는 것은 소멸해 버린 것이다. 사실 나는 읽으면서 처음에는 노인이 사기꾼처럼 느껴졌지만, 내막을 안 이후에는 작품을 알아보지 못하는 내 안목이 부끄러웠다. 사람들은 장인을 믿지 않고, 사기꾼이라고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후에 진실을 알게 되어도 이는 늦은 후일 텐데 말이다. 하지만 또 이것을 탓할 수도 없는 요즘은 빨리 돌아가는 세상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누가 돈을 더 내고 더 늦게 물건을 받고 싶겠는가? 어쩔 수 없는 사실인 것을 알면서도 장인과 예술가들에게는 참 슬픈 현실일 수밖에 없다.     


3. 곰엄마의 감상

인터넷으로 원하는 물건을 순식간에 살 수 있는 세상이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더 더 빠른 배송을 추구한다. 그렇게 아낀 시간을 더 가치 있게 쓰지도 못하면서 늘 배송일 1~2일로 발을 동동 구른다. 혜교가 미술 하면서 많이 생각하고 내뱉었던 말, ‘백만 시간의 법칙’. 꼭 백만 시간이 아니더라도 뭐 하나를 ‘됨’ 직하게 완성해내려면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초조해하지 말고, 처마 끝 구름을 바라보며 자기 할 일을 마치는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여유롭고 뿌듯하게 내 할 일을 마칠 수 있는, 그래서 그 분야의 고수가 될 수 있는 ‘나’를 추구하도록 하자. 그러기 위해서 당장 완벽하지 않다고 하여 초조해하거나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 그 과정의 쌓임을 믿어보자.        


4. 써니쌤의 감상

아날로그, 디지털 시대의, 그러나 변함없는 공통분모는 ‘인간’이었다. AI시대가 오고 속도전이 상품이 되어도 인간의 손맛, 영혼의 가치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노인’과 같은 장인이, 그 노인을 알아본 ‘나’와 같은 관계로 일본, 독일이 성장한 것이다. 공업 기술력이 우수한, 그래서 부품에도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자부심이 그러하다. 사과를 하기 위해 나는 동대문을 찾을 수 있을 정도의 고객(관람자)이라면 그 또한 ‘명품 인간’이요, 명작을 소유할 자격이 있다. 전쟁과 급속한 경제 부흥을 겪으면서 우리의 민족성이 문화를 향유하는 정신적인 부분을 놓친 것이 아쉬운 요즘이다.

한 가정에 미술품을 소장하는 문화운동이 절실한 요즘이다.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고 누릴 수 있는 시대를 만들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5. 아이들과 이야기해 볼 수 있는 것들

* 노인이 깎던 ‘방망이’나 정직하게 구증구포 하는 숙지황을 파는 판매자처럼, 누가 보지도 않고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심혈을 다해하는 무엇인가가 있을까요? 완벽해지기 위해 다듬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나’는 방망이를 파는 노인의 태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나중에 방망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아내의 말을 듣고 노인의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나의 생각이나 의견이 바뀐 경험이 있을까요?     


6. 토론 주제

*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은 그것을 만드는 장인들의 노력과 정성과 전통을 감안한 정당한 가격일까? 아닐까?


*노인은 가격 흥정도 거부하고, 차 시간이 임박한 ‘나’의 재촉에도 담배까지 태우는 여유를 보이며 장사를 한다. 월등한 실력의 기술을 가졌거나 가치 있는 물건을 취급하는 판매자의 공급자 중심의 마인드는 소비자로서 마땅히 감당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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