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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엄마 Oct 09. 2021

고도를 기다리며

'동반자'의 존재 느껴보기


사무엘 베케트 저 | 민음사


1. 줄거리

나무 한그루뿐인 어느 시골길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고도’와의 약속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이 기다리고 있는 장소와 시간이 맞는지, 그리고 고도가 누구인지조차 정확이 알지 못한 채 막연히 기다리고만 있다. 더욱이 이들은 거의 50년 가까이 기다리고 있는지라, 그 기다리는 행위는 이제 습관이 되어버렸다. 에스트라공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못 하며 고도를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도 잊어버려 블라디미르에게 자꾸만 떠나자고 한다. 이때마다 블라디미르는 고도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해준다. 그들이 고도를 기다리는 동안 모조와 럭키가 잠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2막에서 모조는 장님이 되고 럭키는 벙어리가 된다. 해가 질 무렵 고도의 전령인 한 소년이 등장하여 고도가 오늘은 못 오고, 내일은 꼭 온다고 하는 전갈을 전해준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허리끈으로 자살을 하려고 하지만, 줄이 끊어져버려 자실에도 실패한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내일은 꼭 튼튼한 줄을 가져오자며 퇴장하며 막이 내린다.


2. 곰순이의 감상

고도를 기다리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을 보면서 나의 ‘고도’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좋게 보면 ‘희망’ 혹은 ‘구원’,‘예술가로서의 성공’이라고 친다면, 과연 그들처럼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그들은 정확하게 약속도 되어 있지 않은 ‘고도’를 기다리며 시간 때우기와 게임을 하며 싸우다가 화해하기도 하며 주야장천 한 곳에만 머문다. 동화책 ‘파랑새’에 나오는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파랑새를 찾기 위해 추억의 나라, 밤의 궁전, 심지어 묘지까지 돌아다닌다. 힘든 상황에서 나를 구원해줄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믿는다면, 그것을 찾기 위해 모험을 하고, 시도도 해보고, 끝까지 노력해 보는 것이 학생으로서 인간으로서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과연 무엇을 기다리고 있으며, 기다리는 동안 무슨 노력을 해보고 있는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3. 곰엄마의 감상

인생이란 길을 걷는 중의 보여지는 삶을 소재로 다뤘다 하여 ‘여로 소설’이라 불리는 류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황석영 님의 ‘삼포 가는 길’이라는 작품이다. 마음속의 안식처인 삼포라는 목적지를 향해가는 몇몇 인물들의 여정을 담고 있는데, 각각 다른 삶을 살아온 인물들이 동행하는 와중에 소외된 개인일 뿐이지만 서로에게는 동병상련을 느끼기도 하며 의지하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곰순이가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으며 ‘파랑새’를 떠올렷 듯, 엄마는 ‘삼포 가는 길’이 문득 생각나서 적어보았다.

누구나 개인적으로 공허하고 쓸쓸하고 어떤 시기나 상황으로부터 소외당한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을 것인데, 한편으로는 그런 삶이 마음의 이상향이나 구원처를 더 갈구하게 하여 치열하게 삶을 꾸려나가게 만들지 않나 반문해 본다. ‘고도를 기다리며’가 곰순이에게 너무 어렵고 재미없는 작품이지 않을까 염려했었는데, 나름 정리된 내용을 보니 기특하다.

다만 엄마가 한 가지만 당부하자면, 고도를 기다릴 때도, 파랑새를 찾으러 갈 때도, 삼포로 갈 때도 혼자가 아니라 늘 동반자가 곁에 있었음을 기억할 것! 투닥거리고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더라도 곰순이가 가는 길엔 힘이 되고, 때론 자극이 되는 따뜻한 동행이 함께였음 좋겠다.     


3. 써니쌤의 감상

작가 사무엘 베게트의 철학을 볼 수 있는 명언이다.

“도전했는가. 그러다 실패했는가. 괜찮다. 다시 도전하라. 가시 실패하라. 더 나은 실패를 하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중서부에 있는 산업체와 대학이 협동해 첨단 기술을 일으킨 ‘실리콘밸리’의 표어와 맥락(철학)이 동일하다. 깊고, 넓게 본 삶의 통찰력에 머리가 숙여지는 부분이다. 인생은 종착 없는 ‘과정’ 임을 알려 주었고, 결코 지루함 없는 시간을 만들도록 주문했다. 블라디미르에게는 에스트라공이 있었다. 끊임없이 갈등하는 또  나의 블라디미르인 것이다. ‘갈등의 연속’에서 타인과 자신과의 균형을 찾는 과정에서 ‘고도’를 만날 수 없다고 해도 이미 서로에게 ‘고도’가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4. 아이들과 이야기해 볼 수 있는 것들

* “ 우린 서로 떨어져 있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어차피 같은 길을 걷게 되어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극 중에서 에스트라공은 늘 함께인 블라디미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 가족이나 친구들과 같이 있어도 ‘혼자’라고 느껴 본 적이 있을까요?      


*“ 문제는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뭘 하는가를 따져보는 거란 말이다. 우린 다행히도 그걸 알고 있거든. 이 모든 혼돈 속에서도 단 하나 확실한 게 있지. 그건 고도가 오기를 우린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블라디미르의 대사입니다.

-‘고도’의 정체에 대해 작품의 작가 베케트조차 “내가 알면 작품에 썼겠지”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그들이 기다리는 ‘고도’의 의미 혹은 정체는 무엇일까요?     


*나의 삶에도 그들처럼 끊임없이 기다리는 ‘무엇’인가가 있을까요?

    

*1막에서 포조와 럭키는 주인과 노예 같은 잔인한 주종관계였다가 2막에서는 뜬금없이 장님과 벙어리가 되어 나타납니다. 어쨌거나 늘 한쌍이어야 완성되는 그들의 관계를 생각하며, 이들과 비슷한 관계가 뭐가 있을지 이야기해 볼까요?   

       

5. 토론 주제

*‘삶’은 혼자서 꿋꿋이 이겨내고 버텨내는 것일까? 동료와 지인들과 공생하는 것일까?  어느 쪽이 더 안정된 삶일까?

   

*블라디미르: 자, 그럼 갈까?/에스트라공: 그래, 가세.(그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 극의 마지막 장면이다. 당신이 극 중 한 명이라면 고도를 기다릴 것인가? 찾아갈 것인가?  

    

*에스트라공이 '자기 삶에서 자신의 신발을 신었을 때 어디가 아픈지 그건 그 사람만 안다.'라고 했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처지에 대한 ‘역지사지’는 가능할까? 불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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