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고양이 수염을
행운의 선물로
여겼네
거실 바닥
탁자 구석에
숨어있던
고양이 수염을
어쩌다
찾았을 땐
커진 눈
벌어진 입
환한 얼굴로
날 보며
하늘 높이
고양이 수염을 치켜들었지
고양이 수염은
내게
아내의 미소를 안겨다주는
행운의 선물이었지
어느 날 행운이
이리 삐죽 저리 삐죽
자라나 있는
네 얼굴을 보았지
이제 보니 넌
보일 듯 보이지 않는
행운을 온통
얼굴에 달고 있었어
늘어지는 낮잠
긴 하품 한번 한 후
당당하게 이리저리 보금자리
순찰하다
그림자
아내 얼굴
스쳐 지나가면
열심히 길러놓은
행운 하나
톡 떼어놓고
아내 다리에
얼굴 비벼대며
숨어있는 행운 찾아보라 재촉하네
행운은,
아니 행복은,
고양이 수염을 닮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