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때 만나, 친 자매 이상으로 친하게 지내온 친구가 드디어 연애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아마 너는 속으로 울고 있었을 거 같았다.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 연애를 시작하면서 생겨날 관계의 공백에 대한 두려움이 폭풍처럼 밀려들었을 테니까 말이야. 그런 네가 안쓰러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어설픈 위로밖에 떠오르질 않아서 무척이나 괴로웠구나.
뭔가 근사한 언어들의 나열로 ‘연애는 오로지 선택’ 이란 말에 합리성을 부여하고 싶었지만, 도무지 그 많던 언어들은 다 어디로 가 버렸는지! 마땅한 말이 떠오르질 않았어. 미안해. 요즘도 주변에선 너의 연애 소식을 엄마에게 묻곤 한단다. 그들이 보기에도 여직 제대로 된 연애를 시작하지 않은 네가 궁금하기 때문일 거야. 남들 다~ 하는 연애, 전혀 모자람이 없는 네가 하고 있지 않다는 게 엄마도 때론 안달이 나기도 하지만 짐짓 ‘그래! 필경 눈이 너무 높아서 그런 것일 거야!‘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할 때가 많았거든.
이유가 어떻든 간에, 엄마는 이런 얘기를 네게 들려주고 싶구나. 사람들이 하기 좋은 얘기로 연애는 모름지기 풋풋할 때 해야 제 맛이라고 하지만, 살아보니 연애를 시작하기에 가장 알맞은 나이란 애초에 없고, 연애 자체에 반감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조금 서투르다고 해서 비난받아야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해. 누군가에게 곁을 내주는 일이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듯 규격화되고 쉬운 일이 되어선 안 되는 거니까 말이야.
누누이 얘기하지만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지’처럼 위험하고 어리석은 생각은 없단다. 가만히 눈을 감고 그려 보렴! 어쩌면, 신기하지 않니? 너의 사랑이 되기 위해 지구 저~어디에선가 지금도 자기만의 속도로 네게 한 걸음씩 더 가까워지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게 말이야. 이 사실을 믿고 긍정한다면 너도 너만의 발걸음으로 , 그렇게 올바른 방향으로 그를 향해 열심히 걸어가면 되는 거란다. 마침내 서로를 알아보게 될, 그 빛나는 순간을 기다리며 이 인내의 시간을 맘껏 즐기는 너였으면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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