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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혜원 Nov 10. 2020

사이의 온도

사진으로 짓는 詩/디카 시 5

거기, 빙하기쯤 어딘가
풀들은 뿌리부터 러지고
뼈는 뼈대로, 산산이 조각나 바스러져
얼어가는 하늘에 달라붙던
그날 거기, 우리 사이의 온도.

골목의 작은 펍이다. '사이의 온도'를 느낄 겨를도 없이 마주 앉은 서로의 웃음과 행복이, 부딪히는 맥주잔과 함께 증폭됐으면 좋겠다. 그 잔에 담긴 맥주는 반드시 빙하기를 옮겨온 듯한 시원함이어야겠고. 맥주 한 잔이면 수십만 년 전의 사랑도 온전히 오늘로 가져와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음이니.

술이 가져오는 기쁨을 외면한 지 오래, 내 그리움의  대표 언어가 돼버린 술의 놀이터를 잠시 응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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