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기다립니다...
<나는 기다립니다...>
다비드 칼리 글 / 세르주 블로크 그림 / 안수연 옮김 / 문학동네 / 2007
일찍 깨어난 나는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가족들이 일어나길 기다립니다.
밥을 안쳐놓고 맛있는 밥을 기다립니다.
식사를 먼저 마친 나는 아이들이 수저를 놓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빨래를 해 널고 빨래가 마르길 기다립니다.
책을 읽다가 시계를 봅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오길 기다립니다.
아이들이 잠들기를 기다립니다.
남편이 귀가하길 기다립니다.
하루가 짧을 정도로 많은 기다림을 안고 살아가네요. 저는.
아내로 엄마로 살아가는 일 혹은 남편으로 아빠로 살아가는 일도 마찬가지일 테지요.
아니 꼭 누군가의 누군가로 살아가지 않아도 삶은 기다림의 연속일 것 같습니다.
조금은... 쓸쓸해지는 그림책입니다.
아마도 내 마음이, 이 가을이 한몫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왜 기다릴까요?
그건 그림책 표지부터 등장하는 '끈'이라는 매개에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끈'으로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니, 처음 엄마 뱃속의 작은 씨앗일 때부터겠네요.
우린 그렇게 홀로인 적이 없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기다립니다.
아이일 때는 얼른 자라기를, 솔로일 때는 내 짝을 만나기를, 결혼 후엔 아이가 생기기를, 아이가 자라기를, 휴가를, 다시 봄이 오기를.....
그렇게 우리의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우리는 그런 존재입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기다림 속에 있을까요?
우리의 기다림이 때론 행복이고 때론 슬픔이고 때때로 외로움이겠지요.
그렇게 우리는 기다림 속에 나이를 먹어갑니다.
그렇게 우리는 끈을 따라 조용히 기다림을 이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