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와르도는 못된 아이? 착한 아이?
"너 정말 버릇이 없구나!"
"너 좀 조용히 못하니?"
"너 이제 보니 심술꾸러기구나?"
"햄스터 좀 그냥 놔도. 동물을 사랑할 줄도 모르니?"
제가 하루에도 수 차례 아이에게 하는 말입니다.
그동안 육아에 지치기도 했고요, 제 마음처럼 아이가 착하고 바르게 얌전하게 커주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고 그걸 인정하기가 힘이 듭니다. 그래서 아마 아이에게 그 '탓'을 돌리고 있나 봅니다.
엄마의 독설은 아이의 마음속에 소리 없이 스며들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으로 커갈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왜 자꾸 이런 말들을 하는 걸까요?
속이 상합니다.
저는 진정 말 잘 듣고 얌전하고 공부 잘하는 그런 아이를 원하는 걸까요?
솔직히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저 '바람'일 뿐이고 아이는 아이의 인생을 살아갈 겁니다.
칭찬을 많이 들으며 커오지 못해서일까요?
그렇다고 유난스러운 아이는 아니었습니다만, 우리 집은 형제자매들이 많았고 나는 학교에선 뭔가 튈 만큼 잘하는 게 없었습니다.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저의 존재감을 모르고 컸다고 하는 게 맞습니다.
칭찬을 하는 게 자연스러운 사람은 분명 칭찬을 많이 받았던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면 정말 의식적으로 칭찬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한 동안 노력을 하여 습관이 된 사람일 겁니다.
저는 두 부류의 사람이 아니네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임에도 말입니다. (반성 모드ㅜㅜ)
아이가 많이 어릴 땐 칭찬을 하려고 많이 애를 쓰긴 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 그것도 쉽지 않더군요.
저도 어디선가 긍정의 말을 인풋 해야 아웃풋 하지요? 그건 인지상정 아닌가요? (저 합리화 중인 거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은 누구나 아는데 실천이 힘이 듭니다.
<에드와르도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에서 나오는 에드와르도는 그냥 평범한 아이예요.
우리 아이 같네요. 조심성 없고 씻는 거 싫어하고 놀기만 좋아하는.
그런 아이를 칭찬하는 건 쉽지 않아요. 그림책이니까 '가능'한 일일지도 몰라요. 뭐 그렇다고 맨날 나무라고 야단만 치겠어요?
문제는 이 그림책에서처럼 단 한 번의 칭찬이 아이를, 사람을 바꾸지 않는다는 겁니다.
물론 저는 아이 엄마니까, 노력해야 합니다. 아이에게는요.
그렇다면 저는요? 칭찬에 목마른 이 나이 많은 엄마는 어쩔까요? ㅎㅎ
제 해답은 셀.프.칭.찬.입니다.
어쩌겠어요. 스스로 해야죠.
"오는 나 약속시간에 안 늦었어? 대박이지? 잘했다. 정말 대단해."
"나 아까 만 원짜리 주운 거 카운터에 갖다 줬어. 아무도 본 사람 없었는데. 너무 성실하지 않니? 대박이다!"
뭐 이렇게요. ^^
내친김에 셀프허그도 좋아요~
안아주고 토닥토닥하며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나야." 하죠.
그러니까 이렇게 칭찬을 하면서 에드와르도처럼 변하는 거예요. 정말 좋은 사람으로요.
저는 그림책으로 조금씩 조금씩 변해갑니다.
그림책에서는 대단한 캐릭터가 나오는 경우가 드물어요. 저처럼 평범하고 때로는 모자라고 때로는 넘치는 캐릭터가 나오지요.
그래서 참 좋습니다.
에드와르도도 그런 아이예요.
예전의 나 같고 지금의 내 아이 같은.
어찌나 에드와르도가 사랑스러운지 모른답니다.
by ggu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