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람의 옆에 가만히 있어주기
내가 혹은 사랑하는 가족이 아플 때마다 생각나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그림책에서 "만세! 친구들이 찾아왔구나!"하며 아모스 할아버지가 침대에서 기뻐하는 그 장면은 제 머릿 속에 콕 박혀있습니다.
살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쉽게 경험하지 못할 행복한 순간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길게 든 짧게 든 앓아 본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아직 그런 경험이 없다면 정말 행운인 사람이겠지만 앞으로 어김없이 겪에 될 것입니다.
생로병사는 누구에게나 공평하니까요.
어머니가 세 번째 암 발병으로 투병을 하고 계십니다.
얼마나 살 수 있을 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걸 지켜보는 마음이 한결같지 않습니다.
긴 병에 효자없다고 하는데 저는 또 저의 형제들은 효자도 아니면서 마음이 왜 이렇게 널뛰기를 하는 걸까요?
아픈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은 그렇지요. 힘이 듭니다.
그렇다고 본인만큼 힘이 들지는 않지요.
아픔의 당사자를 생각하니 가슴이 무너집니다. 글을 계속 쓸 수가 없습니다.
아모스 할아버지처럼 단순한 감기면 얼마나 좋을까요? (감기라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만.)
그렇게 하룻밤 혹은 이틀밤 앓고 나면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병이라면요.
어머니의 심정을 생각해봅니다.
오롯이 자신의 몫이라는 걸 모르지 않지만, 아픔과 싸울 때 얼마나 외롭고 힘이 드실까요?
누구라도 옆에 있다면 좋겠다고... 아마도 아플 때마다 생각하실 겁니다.
일상 속에서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에 대해 이 그림책은 생각하게 해줍니다.
물론 가족이 가장 중요할거구요.
때때로 가족보다 더 소중한 존재는 내가 늘 마주하는 것들일 때가 많습니다.
아모스 할아버지는 동물원지기로 일하면서 동물들과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습니다. 항상 상대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했습니다. 체스를 둘 때 궁리하고 또 궁리하는 코끼리를 기다려준다거나 느린 거북이와의 경주에서 절대 이기지 않는다거나 항상 콧물을 흘리는 코뿔소에게 손수건을 빌려주는 일들 말이지요.
이렇듯 좋은 관계를 맺는다는 건 '이해'가 첫째입니다.
나와는 다른 그 무엇을 단점이나 장점으로 규정짓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이지요.
그건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걸 살면서 깊이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이 그림책의 주인공도 아모스 '할아버지'인지도 모릅니다.
나이를 들어서 좋은 건 그 '이해'가 깊어진다는 점입니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요.
내가 아플 때, 좋은 관계의 누군가가 옆에 있어준다면 얼마나 든든할까요?
몸은 아플지언정 마음은 조금 덜 아플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마음으로 아픔을 견디거나 이겨낼 수도 있겠지요.
그렇게 아픈 사람 곁에 머물러 주는 건 그 어떤 일보다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입니다.
아픈 사람 곁에 있는 동안 내 마음의 변화, 동요를 살피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 사람의 쾌유를 진심으로 빌고 있는지, 그 사람과의 어떤 추억을 떠올리는지, 내가 아플 때 가장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따라가거나 조용히 그 생각들을 잠재우는 것.
그렇게 우리는 성장합니다.
돌아가는 뒷 모습..
그림책의 뒷표지가 또 한번 제 가슴을 쿵 내려앉게 합니다.
아모스 할아버지는 없고 동물들만 동물원의 입구로 들어가는 뒷모습입니다.
이 그림책을 보는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이 드실까요?
눈물은 흘리지 않겠습니다. 아마도 언젠가의 내 모습, 여러분의 모습 그리고 우리 자녀들의 모습일테니까요.
by ggu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