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쭉 써 내려간 초등교사 K의 10년일기 2
2-1. 기간제 교사 생활의 시작
2-1. 기간제 교사 생활의 시작
임용 합격 발표가 나오고 이제 뭘 하면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제일 먼저 시작했던 것은 자원봉사 활동이었어요.
뭔가 그 때의 어린 혈기에는 '어차피 직업으로 평생 할 일인 교사로서의 일을 지금부터 하면서 돈 벌 필요는 없다.'라는 생각이 가득했어요.
그래서 돈을 벌지 않고 가르치는 일을 해보자는 마인드랄까요.
동네에 있는 자원봉사센터에 가서 자원봉사 연계를 요청했더니 한 지역아동센터를 연결해주셨어요.
열심히 가서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하루에 3~4시간 정도 일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가르치면서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의 특성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조금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어요.
요새 많은 아이들이 지역아동센터를 단위로 생활하기도 하거든요.
제가 자원봉사를 했던 그 곳도 조그마한 곳이지만 전체 20여 명 내외의 아이들이 생활하기도 했고요.
이때의 경험이 나중에 아이들의 오후 일과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어요.
[2015년 5월 20일 수요일, 날씨: 맑음]
오늘도 즐겁게 자원봉사를 하러 갔다.
센터에 다니는 중학생 진아가 수학 문제를 물어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선생님 곧 초등학교 선생님 된다고 했죠."
"응, 맞아. 왜?"
"중학교로 오면 안 돼요?"
"갑자기? 왜?"
"선생님은 초등학교에 있기 너무 아까운 것 같아요. 중학교에 오면 진짜 우리가 잘해줄 건데. 진짜 수업도 너무 잘하고."
크….
진아가 보는 눈은 있구나.
여기서 진지하게 초등학교 교사로서의 사명감, 초등교육이 단순히 낮은 층위의 교육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배경 지식이 없는 학생을 가르치는 단계의 교육이기에 더욱 높은 수준의 교육학적 지식이 요구된다느니 하는 일장 설명을 할까 하다가 관뒀다.
그저 나를 좋게 생각해주는 그 마음에 대한 고마움이면 될 것 같았다.
"고맙다, 진아야. 너가 초등학교로 다시 오면 되겠다."
"아, 쌤. 뭔 소리임."
우당탕탕 장난을 치다가 마무리했다.
뭔가 뿌듯한 하루였다.
그렇긴 하지만 어느 새 그 곳을 운영하시는 선생님들 만큼이나 가르치는 부담과 업무량이 조금씩 커지자, 슬슬 일을 통해 내게 돌아오는 수입이 소중한 것이구나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내가 일을 하는 만큼 수입을 얻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7월쯤 되었을 때에 기간제 자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교육청에서 순회기간제 자리가 생겼더라구요.
지원 후 면접을 거쳐서 통과했습니다.
이때도 또 혹시 떨어지는 건 아닐지 두근두근했습니다.
순회기간제 교사는 참 독특한 자리여요.
학교에서 병가나 연가 사유가 발생했을 때에 그 자리를 메꾸러 가는 교사이거든요.
평상시에는 교육청에서 잡무를 처리하거나 쉬다가, 학교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바로 출동합니다.
저와 제 동기들은 딱 발령 정체가 발생하던 시기라서 순회기간제 교사의 수가 상당히 충원되어 있었지만, 요즘은 또 기간제 교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소문도 돌아요.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순회기간제 선생님들 앞에서 강의하러 갔더니 한 교육지원청 소속 순회기간제 선생님이 두 분이 전부이더라구요.
두 명으로는 절대 그 관할 지역 순회기간제 요청을 충당할 수가 없음을 알기에,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제가 일하게 된 그 때에는 20여 명의 순회기간제 교사들이 대기 중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성격이 외향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거기에는 이미 3월부터 같이 일해온 순회기간제 기수가 있어서 조금은 뻘쭘했었어요.
그런데도 어떻게든 꾸역꾸역 저를 같이 챙겨주는 몇 동기들 덕분에 참 고맙게도 어영부영 같이 잘 지냈습니다.
순회기간제 생활은 약간 대학교 연장전 같은 설렘도 가득했어요.
비슷한 나이대의 동기들이 같이 업무도 하고, 대화도 하고 하는 게
약간 교육실습 다시 온 느낌?
장학사님 업무가 엄청 많은 시즌에는 같이 우다다다 몰려들어서 일을 해치우고,
일을 끝낸 다음에는 같이 또 왁자지껄 수다 떨다가,
다시 파견 요청 들어오면 출발하고.
특히 파견 요청이 들어오면 두근거림이 극대화되었습니다.
내가 가는 학교는 과연 어디일까.
그 중에 한 학교는 아직도 제 기억 속에 또렷하게 남아있어요.
[2015년 11월 2일 월요일, 날씨: 구름 있음, 소나기]
뭔가 이상했다.
파견을 가는데, 오늘은 뭔가 분위기가 다르다.
장학사님이 와보라고 하시더니, 그 자리에는 초등교육지원과 과장님까지 계셨다.
"어, 여기야. 빨리 왔네."
어깨를 토닥이신다.
"이번에 가는 학교도 잘 다녀와라. 믿고 있어."
갑자기 왜 나에 대한 믿음을 표현하시는 걸까.
"과장님, 이 친구입니다. 잘할 겁니다."
"오, 그렇군요. 선생님. 이번 학교도 잘 부탁해요."
인자한 웃음으로 손을 내미는 과장님의 인사에 나도 모르게 엉겁결에 두 손으로 악수하며 말씀드렸다.
"아, 예예. 알겠습니다."
난 뭘 알겠다고 한 걸까.
아침까진 몰랐다. (후략)
정말 그때까진 몰랐습니다.
제가 가는 곳이 어떤 학교인지요.
그리고 가서야 알았습니다.
그 학교는 담임 선생님이 끝까지 노력하고 노력하다가 쓰러지시고 병가를 가신,
붕괴 상태의 카오스 학급이란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