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동료와 최악의 적 사이에서
이번화부터는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던 전반부에 이어서, 회사원으로서 성장하는 길을 찾아가며 현재까지의 시간선이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전반부에 대해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한 번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교육 회사에 들어가며, 저는 회사원으로서 복귀와 동시에 극단적인 성장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극단적인 시련도 함께 겪었죠.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동료들을 만났던 시간, 그리고 '내부의 적'이라는 존재를 처음으로 마주했던 시간.
오늘은 그 두 가지 경험 중 첫 번째, 바로 어벤저스 같은 동료들과 함께했던 이야기를 적어보려 합니다.
다시 떠올려봐도, 그때의 사람들은 정말 '어벤저스'였습니다. 인원은 많지 않았지만 기획, 디자인, 마케팅, 운영, 개발 등 각 분야의 '핵심 전력'만 모여 있었죠.
단순히 맡은 일을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일을 되게 만드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경험이 쌓인 지금의 기준으로 되돌아봐도, 그 시절 우리 본부는 압도적으로 일을 잘하는 집단이었습니다.
신사업은 말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 길을 새로 닦는 일이었습니다. 레퍼런스 없는 비즈니스를 기획하고, 실제 고객을 만들어내는 전쟁터. 우리는 매일같이 발로 뛰고, 전화를 돌리고, 고객을 찾아다니며 오로지 '신사업을 성공시킨다'는 목표에 미쳐 달렸습니다.
오래 잘 달리다 보면 '러너스 하이'가 온다고 하죠. 그때의 신사업도 그랬습니다. 너무 힘들고 불투명한 길이었지만, 동료들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오히려 '나만 잘하면 된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물론, 동료들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저는 늘 뒤쫓는 기분이었습니다. 학벌도, 경력도 부족하다 생각하며, 뒤처지지 않으려는 열등감에 가까운 향상심으로 매일을 살았죠.
그 시절의 하루는 이런 식이었습니다.
일과 요약
오전 5:30~6:00 기상
오전 7:00 출근
오전 7:00~8:00 독서 및 마케팅 공부
오전 8:00~저녁 7:00 회사 업무
저녁 7:00~밤 10:00 공부 및 행사 참여
밤 10:00~11:00 운동
밤 11:00~새벽 1:00 독서 및 회고
새벽 1:00~2:00 귀가
평균 수면 3~4시간, '성장의 양과 밀도'를 동시에 챙기겠다고 몸을 갈아 넣던 시기였습니다. 숨 막히는 일정이었고 누구도 시키지 않은 개인적인 일정이었지만, 그땐 피곤보다 성장하고 있다는 효능감과 실제 업무 성과로 나타나는 만족감이 더 컸습니다.
그렇게 1년 반을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롭게 합류한 팀장님이 저를 지켜보다가 1:1 미팅을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팀장님이 던진 첫마디로 던진 질문은 뜻밖에도 아주 단순했죠.
"재선님, 왜 그렇게 열심히 해요?"
이 질문 하나가, 제1년 반의 삶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이 답을 하기까지도 한참을 고민했었죠. 고민 끝에 나온 대답은 이랬습니다.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서요.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으니,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따라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말을 뱉으면서도, 스스로도 멈칫했습니다. 정말 내가 남들보다 부족했을까? 아니면 그냥 부족하다고 싶었던 걸까?
팀장님은 저의 이야기를 한참 동안 듣더니, 차분하게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재선님을 보니까, 사수도 없는 상황에서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늘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하는 불안을 안고 있었던 것 같고요. 그런데 제가 봤을 땐, 재선님은 제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퍼포먼스가 좋아요. 이제는 배우는 것보다, 이미 배운 것을 잘 활용하는 것에 집중하면 좋겠어요.
긴 문장이었지만, 지금까지 또렷하게 기억할 만큼 팀장님의 말은 저한테 정말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누군가 내 안의 불안을 정확히 짚어내고, 부족함이 아니라 이미 충분하다고 말해준 건 그때가 처음이었으니까요.
그때의 저는, 열심히 해야만 따라잡을 수 있다는 불안 속에서도 동료들과 함께하며 많이 성장하고 배웠습니다. 최고의 팀원들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을 거라 믿었죠.
실제로 우리가 준비하던 신사업의 CBT와 OBT가 연달아 성공적이었고, 이제는 정식 오픈만 남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든 게 순조롭게 흘러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진짜 어려움은 밖이 아니라 안에 있었습니다. 만화 속 어벤저스도 결국 내부에서 갈등이 터질 때 가장 힘들어지듯, 우리도 곧 '내부의 적'을 마주하게 되었죠.
다음 편에서는, 그 순간 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시련 속에서 제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바닥에서 구르며 최고가 되는 것보다, 살아남는 데 진심인 개복치입니다.
바닥부터 구르며, 사업을 말아먹고, 다시 일어서길 반복한 사회생활 10년 차, 생존형 직장인
- 스타트업 개복치팀의 개복치 팀장
- 들으면 오~ 할 만한 군생활 경력 보유
- 롤 최고티어 상위 0.1%까지 찍어본 경력 보유
- 침수 피해 4회 '살아있는 재난 블랙박스'
- 비둘기 자택 침공 저지 경력 보유
- 고기 좀 팔아 본 경험 보유(진짜 정육점)
- 창업 두 번 말아먹고 나름 괜찮았다 생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