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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출근길에 서다

불안과 기회가 한꺼번에 몰려온 새출발

by 집구석마케터

앞선 1~8편까지가 남들과는 달랐던 저의 주니어 연차 시절의 경험입니다. 나눠보자면 이 개복치 시리즈의 전반부에 해당되는 내용이죠. 이 글을 통해 들어오셨다면, 앞선 전반부를 보고 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들어가며


정육 브랜드를 내려놓은 시점은 졸업과 딱 맞물리지 않았습니다. 졸업 후에도 반년 정도는 더 고기를 썰고, 포장하고, 사진 찍고, 포장하고, 대나무 조립하고, 마케팅을 하다가 그만두게 되었죠.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결국 새 출발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막상 이력서를 쓰려고 앉으니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1~8편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 이력은 일반적인 마케터로의 경로와는 거리가 멉니다. 창업, 비영리단체 인턴, 물류 마케터, 정육 브랜드 사업 등 이렇게 나열하고 보면 분명 '다양한 경험'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일관성 없는 사람'으로 보이기에 딱 좋은 이력이었죠.


그래서 가장 힘든 건, 이 모든 조각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꿰는 것이었습니다. 나를 관통하는 주제가 뭘까? 그 질문에 대함 답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이 시절의 고민이 결국 제 브런치에서 연재 중인 <마케터의 포트폴리오>로 이어지게 되었지만, 당시엔 그런 계획도 없었고, 무엇보다 '빨리 취업해야 한다'는 불안이 훨씬 컸습니다.


그래서였을 겁니다. '함께 일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을 때, 이 선택이 내 인생에서 얼마나 큰 결정을 의미하는지 깊이 생각해 볼 틈도 없이, 그냥 바로 수락해 버렸죠.


오늘은 이렇게 다시 직장인으로 복귀했던 과정부터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뜻밖의 재회, 교육업계로의 귀환


3화 <틀린 문제만 반복하는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에서 소개했던 수학 교육 서비스 '수탐'을 창업하던 시절, 에듀테크 분야에서 멘토링을 해주신 분이 있었습니다. 당시엔 저희가 일방적으로 연락을 드렸음에도, 흔쾌히 시간을 내주시고, 여러 조언을 아끼지 않던 열정 넘치는 분이었죠.


그 인연이 몇 년 뒤, 아주 뜻밖의 방식으로 다시 연결됐습니다. 구직 플랫폼에 프로필을 올려두고 지원할 회사를 리서치하던 어느 날, 그분께서 제 프로필을 발견하고 연락을 주신 겁니다.


마침 그분은 이름 있는 교육 회사에서 신사업 본부장으로 일하게 되었고, 본부를 새롭게 꾸리는 과정에서 마케팅 전반을 맡아줄 사람을 찾고 있다 했습니다. 무려 6개월째 발로 뛰며 사람을 찾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제가 구직 중이라는 사실을 보고,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그럴듯하게 며칠 고민하는 척을 했지만, 사실 마음속에선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습니다. 위에서 말했듯, 당시엔 깊게 따져볼 여유도 없었거든요.


솔직히 말해, 그때 제 포트폴리오 수준으로 합격한 건 100% 본부장님과 대표님의 관점 덕분이었습니다. 면접에서 두 분은 제 자료보다 '사업을 해본 경험'을 더 높게 평가해 주셨죠.


특히 '주어진 예산으로 조금의 효율을 뽑아내는 게 아니라, 아무 밑천도 없는 상태에서 현금 흐름을 만들어본 경험'이야말로 정말 귀하고 값진 경력이라고 말씀해 주셨던 게 아직도 생생합니다.



크게 성장했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경험


KakaoTalk_20250809_235956767.jpg 그때의 심정을 표현한 구름 그림


돌이켜보면, 이 회사에서 보낸 시간은 제 커리어에서 가장 가파르게 성장했던 시기였습니다. 좋은 동료들과 귀인들도 많이 만났죠. 하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엔 주저 없이 "아니요"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일적으로도 개인적으로 고난의 연속이었던 시절이니까요.


사업을 하던 시절엔 아무리 힘들어도 눈물을 보인 적이 없었는데, 이곳에서는 일이 너무 힘들어 몰래 울었던 날도 있었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버텨내며,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품어내기 위해 몸부림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어쩌면,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오느라 경험하지 못했던 '직장생활의 쓴맛'을 뒤늦게 맞본 탓에 내성이 없었던 제가 더 힘들게 느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습니다. 한 편에 담기엔 부족할 만큼, 배운 것도, 부딪힌 것도 많았으니까요. 그래서 다음 화부터는, 그 시절의 성장담과 이겨냈던 시련들을 차근차근 풀어보려 합니다.



개복치 이재선을 소개합니다

교육 회사에 취업한 개복치 이재선

바닥에서 구르며 최고가 되는 것보다, 살아남는 데 진심인 개복치입니다.


바닥부터 구르며, 사업을 말아먹고, 다시 일어서길 반복한 사회생활 10년 차, 생존형 직장인


Profile

- 스타트업 개복치팀의 개복치 팀장

- 들으면 오~ 할 만한 군생활 경력 보유

- 롤 최고티어 상위 0.1%까지 찍어본 경력 보유

- 침수 피해 4회 '살아있는 재난 블랙박스'

- 비둘기 자택 침공 저지 경력 보유

- 고기 좀 팔아 본 경험 보유(진짜 정육점)

- 창업 두 번 말아먹고 나름 괜찮았다 생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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