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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Feb 04. 2022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당신의 민낯

A는 TV를 보지 않는다. 

그런 A를 믿지 않는 B와의 대화다. 


B: TV를 보지 않는다고? 뻥치네. 

A: 뻥 아닌데? 
B: 어떻게 사람이 TV를 안 보고 사냐? 뻥도 정도껏 쳐야지.

(모든 사람은 TV를 본다는 일반화의 오류)


A는 자신을 돌아본다. 

그러고 보니, 

명절에 본가에 가면 조카들과 TV를 보거나, 

친구들 사이에서 큰 유행을 하는 드라마가 있으면 호기심에 보긴 했다. 


B: 거봐! TV 보네. 내가 누군데 어디서 뻥을 치려고. 


하지만, 여기에는 '본다'라는 단어의 온도차가 크다.

B가 TV를 본다는 의미는 '늘 본다'는 의미고, 

A가 TV를 본다는 의미는 '보기도 한다'는 의미다. 


B의 기준이라면,
A는 (TV를 보기도 하지만) "
TV를 보지 않는 사람"에 속한다. 


그런데 사실, 

A는 이 주제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TV를 보던 말던, 

B가 자신을 TV를 보는 사람으로 생각하던 말던,

자신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대화라서

A는 그냥 여기에서 대화를 멈춘다.


문제는, 

이후에 B가 다른 사람에게 말을 전하면서 생긴다. 


"A, 걔 있잖아. 

거짓말 굉장히 잘해. 

얼마 전에도 TV를 안 본다고 뻥치다가 나에게 딱 걸렸잖아. 

아니, 사람이 어떻게 TV를 안 봐? 

내가 집요하게 물으니까. 

나중에는 결국 실토하더라고. 

하하하, 감히 내가 누군데! 

나에게 뻥을 치실라고. 

뻥 치려다가 딱 걸렸잖아."


감히 내가 누군데?

그래, B가 누군가?

자신이 물어본 '본다'라는 의미의 깊이도 모르고,

사람은 누구나 TV를 '본다'는 일반화에 빠져서,

그것이 사실인 양,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 아닌가?


내 주변에, 

다른 사람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을 전하는 사람이 있다면, 

멀리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꼭 당사자에게 확인해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당신도.

A도.

게다가 B의 이야기를 들은 다른 사람도,

A가 TV를 보던 말던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라서 그냥 넘어간다. 

 

하지만 사람의 무의식 속에서 

A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는 게 큰 문제다. 

B는 자신의 일반화의 오류로 A에 대해서 '편견'과 '거짓된 정보'를 만든 것이다. 


이제 문제는.

A가 TV를 보냐 안 보냐가 아니다. 

A는 거짓말쟁이인가 아닌가이다.


그런데 과연 B는, 

A, 딱 한 사람에 대해서만 저런 식으로 말했을까?

B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의 모든 사람들이 다 저렇게 당하고 있을 것이다. 

편견과 거짓된 정보를 계속해서 심어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억측이 아니라 합리적 의심이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B는 끝까지, 

자신은 현명하고 똑똑해서 (A의 거짓말에) 속지 않았으며, 

A는 거짓말을 하다가 (현명하고 똑똑한) 자신에게 딱 들켰다고, 

진실로 그렇게 믿는다는 것이다. 


B는 자신이 진실을 전하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과연 이것을 B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을까?

B는 그게 진실이라고 믿고 있으니까.




이렇게 평소 너무도 쉽게 일반화의 오류에 빠져 사는 B.

오늘 그 B와 카톡을 주고받았다. 


분명 나는 내가 아니라고 하는데, 

B는 끝까지 뻥치지 말라면서 자신의 '일반화의 오류'라는 잣대에 날 끼워 맞춘다. 

 

나 역시 A와 마찬가지로 

내 삶에 별로 중요한 부분도 아니고

내 인간관계에서 B가 그렇게 중요한 사람도 아니라서 

'그렇게 생각하던 말던'이라고 놔둘 수도, 있었지만, 


B와 같은 류의 사람이

이후에 어떻게 나에 대해서 떠벌리고 다닐지 빤히 보여서, 

명확하게 끝까지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진실을 말하는 나와,

진실을 듣지 않으려는 B.


B야.

네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다녔는지 몰라도, 

어떤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서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됐는지 몰라도,


난 네가 아는 사람이랑 달라. 

아니, 세상엔 수많은 사람이 네가 아는 사람과 달라.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봤다고, 

그런 일반화의 오류에 갇혀 사니?


그러니까.

내가 아니라면,

좀 들어.


아니니까. 

아니라고 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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