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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Mar 27. 2022

그래서 넌?

어렸던 난

"엄마가 ~하지 말래...."라는 말을 늘 입에 달고 다녔다. 


게임하지 말래.

늦잠 자지 말래.

장난감 사지 말래


그중에서도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던 건.


너랑 놀지 말래.

였다. 


분명 내가 생각하고 내 입으로 내뱉는 말인데도, 

'그 문장들'에는 내가 없었다. 


내가 없다는 걸 인지하기 시작했을 때가,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무렵이었다.  


그땐, 세상 모든 것에 의문을 가졌다. 

'그 문장' 역시 의문을 가졌고, 의심했다.


무엇 때문에 하지 말라고 하지?

하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나에게 일어나는 건가? 

정말 날 걱정해서 하는 말인가?


꼬리의 꼬리를 물던 생각과 질문은 결국에는.


과연 엄마는 늘 옳은가? 

엄마의 하지 말라는 말은 정말 옳은 말인가?

까지 이어졌고, 


그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비로소 난, 

타인이 아닌 내 감정에 대해서 들어다 보기 시작했다.


엄마가 ~하지 말래.

의 맹목적인 복종에서,


그래서 넌?


넌 어떤데? 

넌 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하고 싶지 않은 거야? 


스스로에게 묻고,

그렇게 내 감정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깨달은 진짜 내 감정에 맞게

선택하고 행동하기 시작하고, 

그것들에 대해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지기 시작할 무렵,


난 법적으로도 '어른'이 되어있었다.


어른.


'어른이'가 아닌,

진짜 어른.


하지만, 

아직도 주변에는 진짜 어른이 많지 않다. 


나이만 어른이지 생각하는 건 전혀 성장하지 못한. 

그런 애들이 어른인 척 군다. 


자신이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어린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선비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디 나이에 맞는 어른이되기를.

그런 노력이라도 하기를.


피터팬은.

동화 속 인물일 뿐이다. 




그녀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었다. 

"엄마가.... 결혼하지 말래...."

그 말을 듣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유는 만들면 100가지도 더 만들 수 있는 그깟 반대.

난 한 가지만 물었다. 


"그래서 넌?"


내 물음에,

그녀는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눈은 금세 붉게 충혈되고,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결심한 듯. 


굳어버린 입을 억지로 열며 말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 말에 힘이 쭉 빠졌다. 

2년간의 연애가 와르르 무너졌다. 


엄마 핑계 대지 말고,

애 같이 굴지 말고,

네 생각만 말해.

처음부터.


네가, 싫은 거라고.


그날은.

12월 24일.


눈은 내리지 않았고,

춥지도 않았다. 

도로에 차들은 없었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었다. 


모든 풍경이.

모든 순간이.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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