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성현 May 20. 2022

다이어트, 맥주 다이어트

내 생애 다이어트는, 크게 3번으로 정리된다.

1번째는 굶어서,

2번째는 식단관리로,

3번째는 운동(걷기)으로 살을 뺐다. 

그러니까,

지금 한약을 먹고 있는 것은, 4번째가 되겠다. 


아무튼,

1번째 다이어트로는 일주일 만에 체중이 7kg가 빠졌다.  


물론, 그 당시에

일부러 다이어트를 하려던 건 아니었다.

의도치 않게 다이어트 아닌 다이어트를 하게 됐다. 


그러니까, 그때가....

필리핀에 일 년 정도 언어연수를 갔었을 때다. (20대 중반)

 

필리핀에 처음 갔을 때는 하숙을 하다가,

차츰 필리핀에 익숙해지면서, 

마음 맞는 동생들과 2층 집을 빌려서 3달 정도 생활했던 적이 있었다. 


이때, 친해진 필리핀 친구들과 함께 집들이를 했는데, 

난 냉장고 가득, 필리핀 대표 맥주인 산미겔(산미구엘)을 사다 놨었다.

(기억으로는 마트에서 생수보다 맥주가 더 쌌었다)

 

얼마나 잔뜩 사다 놨었냐 하면,

집들이 다음날에도 냉장고에 그대로 꽉 차 있을 정도였다. 


이때부터,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맥주를 마셨다.

마셔야 했다. 마셔서 치워버려야 했다. 

정말 의무감에 마셨던 것 같다. 

 

밥때를 정해놓고 마시던 게 아니라,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마르면, 무의식적으로 냉장고에 가서 맥주를 꺼내 마셨다.

 

안주 한 없이, 맥주만 마셨다. 

뭐에 홀린 사람처럼 그랬다. 


정신을 차려보니, 일주일째 그러고 있었다. 

갑자기 몸에 힘이 하나도 없고, 식은땀이 나길래, 

감기라도 걸린 건가.... 하고 내 지난 일주일을 되돌아보니.


아. 

일주일간 먹은 거라고는 맥주뿐이었다. 

맥주가 칼로리가 높다고 해도, 물이 아닌가.

안주도 하나 없이 맥주만 마셨으니,

정리해보자면, 일주일간 물만 마신 샘이었다. 


의도하지 않았던, 

맥주 다이어트는 그렇게, 일주일 만에 끝났다. 

일주일 만에 끝난 건, 맥주가 질려서가 아니었다. 


정말.

이러다.

죽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아사할지도 모른다는 큰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얼추 냉장고의 맥주도 다 먹어치웠고....) 


그렇게 강제로 끝난(?) 맥주 다이어트 후, 

처음으로 자세히 거울을 봤다. 


확연하게 가름해진 턱선. 

내가 이런 턱선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샤프(?)해진 얼굴이었다.

(자화자찬이지만.... 정말 잘생겨 보였다. ㅡ..ㅡ)

 

당연히 뱃살은 사라져 있었고, 

면티 하나 입었을 뿐인데, 옷태가 났다.

몸에 근육이 생기거나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뱃살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컸다.    


그날부터 다시 한국에 돌아오기 전까지, 

필리핀에 있는 동안은 다행히도 요요가 없었다.


이미 쪼그라든 위는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불렀고, 

배가 부르면 바로 먹는 것을 그만두게 된 식습관의 변화가 요요를 막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필리핀의 한 끼는 우리나라에 비하면 매우 적다.

그러니까 밥을 먹다 말았다기보다는, 적은 한 끼를 먹었다는 게 맞는 말이다. 

그리고 외국에 있다 보니,

주말이면 늘 나가고, 평일에도 농구 시합을 하고, 

게다가 한국으로 돌아오기 몇달 전부터는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가 있는 루손섬 배낭여행을 다녀오는 등, 

의외로 운동량이 많았다.       


돌아보면, 

내 생애 가장 적은 체중이 나갔던 때였다.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긴 뭐하지만, 

꽤 이성에게 인기가 많았던 시절이었다.


리즈시절. 

물론, 증거 사진 따위는 없다!! ㅋㅋ


아무튼,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가 기억난다. 

일 년 넘게 외국에 있다가 돌아왔으니, 반갑게 친구들이 맞이해줬는데,

그중 한 녀석이 슬림하게 변해버린 내 모습을 보고 꽤나 충격을 받았던 게 기억난다. 

마침 녀석도 다이어트를 몇 달째 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잘 되지 않고 있었던 모양이다. 


녀석은 어떻게 그렇게 살을 뺐냐고 했고, 

난 맥주만 마셨다고 했다. 


술을 한 잔도 못하던 녀석이, 

그날 맥주를 한 병인가 마시고, 다음날 술병이 났다. 

살이 빠진 내 모습에 충격을 받아 마신 건지, 

아니면 그날이 맥주 다이어트의 첫날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녀석은 그날 이후로 다시 술을 마시지 않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아무튼,

나의 2번째, 3번째 다이어트는,

다음에 이어서 이야기하겠다. ^^



맥주 다이어트(?) 이후, 배낭여행을 하던 시기의 내 모습. ^^;;;





한약을 먹은 지, 이틀째. 

그 사이에 내가 먹은 건 두부 반모와 방울토마토가 전부다. 


밥때를 정해놓고 시간에 맞춰 먹는 게 아니라, 

배가 고프면 뭔가를 주워(?) 먹기로 했고, 

이때,

밥, 면과 같은 탄수화물은 최대한 배제하고,

남기는 한이 있더라도, 배가 차면 그만 멈추기로 했다.
(나중에 저승 가서 남긴 음식은 다 먹게 된다고 하지만....)   


아무튼 그래서,

확실히 먹는 량이 줄었다. 

그러면서, 배가 고프진 않다. 

배가 고프지 않으니 적게 먹는 거지.

게다가, 기력이 딸리지 않는다. 

오히려 방금 밥을 먹은 사람처럼 에너지가 넘친다고 할까? 


정리하자면, 

한약의 힘이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

* 허기지지 않고, (그러니 뭔가를 먹으려 하지 않고)

* 기력이 딸리지 않는다. (그러니 뭔가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안 한다) 


매일 찍고 있는 눈 바디(누드)는 변화가 거의 없다. 

하지만 체감하는 느낌은 배가 많이 들어갔다고 느껴진다. 


몸무게는 1kg 줄었는데, 

근육량은 높아졌고, 지방 무게가 1kg가량 줄었으니, 

오늘 빠진 1kg는 괜찮은 빠짐이라고 보겠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체지방 지수는 여전히 매우 높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이어트, 한약 빨 죽이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