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질이 곧 건강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자산, 승진, 명예, 세상 모든 것에서 우리가 가장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하는 건 다름아닌 건강이라고. 맞는 말이다. 건강을 유지하려면 우리는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비타민을 챙겨먹을 수도 있고, 꾸준한 운동을 할 수도 있다. 근데 내가 요즘 느끼는 것은 무엇보다 잠을 잘 자는것이 세상 가장 큰 보약이라는 생각을 한다. 주변에서도 그런 말을 많이 듣고 자랐지만 이제서야 격하게 공감을 한다.
근데 나는 늘 잘 못 잤다. 잠귀가 밝아 잠을 자며 자주 깨곤 했다. 살면서 7-8시간 정도 수면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언제한번 운동을 열심히 한 날이나, 오래 일해서 몸이 녹초가 되었을 때를 제외하곤 한 번도 깨지 않은 날은 손에 꼽는 듯하다.
반면에 와이프는 언제 어디서든 잘 잔다. 내가 깨우지 않는 이상 중간에 깨는 법이 없고, 알람소리를 가끔 못 듣기도 한다. 전에 한 번은 버스에서 자다가 회사를 지나쳐서 지각을 할 뻔했다고도 했다. 내가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기에 당연히 신기하면서도 부럽고,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게 푹 자고 나면 어떤 기분이냐고 물어봤는데, 늘 몸이 너무 상쾌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때까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면서 얘가 아프다고 하는 걸 거의 보지 못했다. 잠이 곧 보약이다.
잠을 못 자면 대개 부작용은 눈에 띌 정도로 금방 나타나는데, 가장 먼저 몸에 힘이 없어진다. 뭘 해도 축 처지고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무슨 일을 할 때 집중력과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다. 기억력 감퇴, 인지력 감퇴, 신체리듬이 망가지고 일상에 지장이 생긴다.
수면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바로 램수면과 디램수면이다. 램수면은 눈꺼풀 밑에서 안구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상태를 말한다. 이때 우리는 꿈을 꾼다. 꿈을 꾸는 것이 절대 좋은 게 아니다. 램수면이 길어지면 충분히 잠을 잤음에도 불구하고 일어났을 때 개운하지않고 피곤함이 가시질 않는다. 지금 내 상태가 딱 그렇다. 평생을 램수면과 함께 했다.
나는 그럼 왜 이렇게 잠을 못 자는 걸까? 먼저 내 주변환경부터 점검해 본다.
한겨울이라 습도가 낮으니, 가습기를 안방에 놔두어야겠다. 암막커튼은 없으나 크게 잘 때 밝거나 하진 않아 밝기 정도는 괜찮아 보인다. 방은 전기장판이나 보일러를 틀기 때문에 춥지 않고 따뜻하다. 이불 두께도 두껍다. 잠을 자는 환경에는 문제가 크게 없다.
다음은 생활습관이다. 침대 프레임에 간이조명이 같이있어 늘 그곳에서 책을 읽는다. 자기 전까지 책을 읽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잠자리에 들곤 하는데 이 습관을 고쳐야 할 듯하다. 안방은 철저히 잠만 자는 공간이어야만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침대 안에서 책을 읽거나 폰을 보거나, 글을 쓰는 등 잠들지 않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깊은 수면을 취하기 힘들다고 한다. 전자제품 특히 핸드폰 같은 경우도 바로 옆에 놓을 것이 아니라 알람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의 적정 거리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오전에 업무를 하며 커피를 최소 두 잔, 오후에는 한잔정도 마시는데 이게 아무리 오전에 마신다 해도 카페인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잠을 자는 데 악영향을 끼친다.
유전도 어느 정도 기인한다고 본다. 잠을 잘 주무시지 못하고 예민한 성향인 엄마의 영향도 있는 듯하다.
이 모든걸 차치하고, 내가 수면에 가장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스트레스다. 현대인은 많은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가는데 이는 회사에서의 스트레스,집에서의 스트레스, 관계에서의 스트레스 종류는 매우다양하다. 스트레스 없고 불평불만 없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냐만은 최대한 스트레스와 멀어지는 것이 수면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라 본다. 남들은 그냥 흘러 넘길 수 있는 일에도 일일이 다 상처받고 반응하는 것은 나 스스로만 더 힘들게 만드는 격이다.
연예인, 예술가들이 왜 자살을 하는지 아는가? 느끼는 감정의 폭이 일반인보다 너무 넓기 때문이다. 살다가 생기는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에 많은 생각을 하고 상처를 느끼기에 그런 것이다.
스트레스나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는 해답 같은 건 없다. 다만, 스트레스와 상처를 받되, 그 상처 안에서 얼마나 헤매지 않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 여긴다.
어떻게 최단기간 그 스트레스 안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지만 우리는 고민하면 된다. 내면이 단단한 사람은 단순히 무던한 사람, 상처받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누구나 상처를 받되, 그 상처를 잘 컨트롤하기에 그렇게 남들에게 비치는 것이다.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다 언젠가는 지나간다. 이 수순을 깨달을 때 비로소 나는 심적으로 편안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스트레스와 상처가 줄 것이고, 수면의 질도 급격히 올라갈 거라 믿는다.
늘 안 좋은 일 앞에서 신경을 쓰느라 괴로워하며 2시간씩 한번 깨고를 반복한 적이 있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신경 쓰지 않아도 결과는 똑같았다. 상처에서 아직도 늘 헤매고 있다면, 벗어나는 방법이 서툴다면 또 다른 방법이 있다. 그때 가서 생각하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미리 걱정하고 괴로워하며 해결책을 고심하는 것보다 그냥 닥쳤을 때 그 순간 내게 주어진 환경 내에서 지혜롭게 해결해 가면 그뿐이다. 인생은 어차피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도 않고, 그 계획이 예상했던 결과를 가져오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제 정답을 아니, 오늘만큼은 꼭 깊게 잠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