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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Mar 28. 2024

여친? 남친? 아니, 없어요!

솔로들에 대하여

사람들은 주말에 혼자 있는 걸 이상하게 여기고, 불쌍하게 여긴다. 혼자 밥 먹는 문화조차 자리 잡은 지 얼마안 됐다. 일본보다 10년이 늦은 셈이다.

근데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은 혼자는 외로움과 동시에 편안함을 선사한다는 것. 진실을 마주하는 건 꽤나 어렵다. 우리는 이를 알면서도 숨기면서 산다.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때를 떠올려보자. 모두가 업이 있으니 친구 만나는 데에도 약속을 잡아야 한다. 예전같이 부르면 나오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때에는 지금 당장 이번주는 부담스러우니 최소 일주일텀을 두고 잡는다. 일주일 뒤에도 일정이 있거나 부담스러우면 2주 뒤에 잡는다. 그리고 약속 날이 조금씩 다가오고, 약속날 아침이 되면 부담스럽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준비를 앞두고 있으면 내심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한다.

‘아, 피곤한데 약속 취소됐으면 좋겠다•••’

절대 내가 먼저 거짓말을 하거나, 변명을 대서 취소하지는 않는다. 이게 반복되면 나중에는 관계가 틀어지고, 타인에게 신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약속시간이 몇 시간 앞두고 누가 급작스러운 일이 생겨 약속을 취소하자고 한다. 이내 내적환호를 한다. 근데 만약 아무도 약속을 취소 안 해서 자리에 나갔다고 해보자. 술도 마시고 근황도 물으며 얘기도 하고 그 순간은 또 엄청 재밌다. 약속이 취소되길 바란 나 자신이 머쓱해질 정도다. 그러다 집에 돌아가는 길, 어김없이 또 현타가 온다.


우리는 혼자를 좋아한다. 늘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하고 외적인 곳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도 혼자인 시간이 필요하다. 나만의 동굴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곧 재충전이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날 체력과 에너지를 준다. 친구만의 관계만 이럴까. 연애도 똑같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지 못해 연애를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안 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혼자가 진짜 좋아서다. 혼자만의 편안함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주말아침부터 매 시간별로 일정을 정하는 사람도 봤다. 연애를 하는 사람보다 더 알차고 바쁘게 보낸다. 그 누구에게도 신경 쓸 필요 없고, 맞출 필요도 없이 온전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하루를 꾸려간다. 그게 진짜 편안함이다.

회사도 똑같다. 부서별로 천차만별이겠지만 업무 종류에는 팀프로젝트가 있고, 개인이 하는 월마감 같은 전형적인 반복업무가 있다.

팀프로젝트는 대학교의 조별과제와 같은 이치로 각자의 맡은 부분을 정해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성과를 내는 것이다. 이는 이해관계가 얽혀있으므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하며, 대학 조별과제든 회사 프로젝트든 모두가 그 과제에서 영향력있는 부분을 맡고 싶어 하기 때문에 경쟁과 질투가 공존한다.

이에 반해 혼자서 해야 할 일은 대개 혼자서 나만의 스케줄을 정해서 해야 하는 업무다. 내가 정해진 시간 내 완벽하게 그 누구의 간섭 없이 끝내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이를 둘 다 해본 나로서는 단언컨대 혼자 하는 일이 심리적으로 훨씬 편했다.

이처럼 혼자는 한없이 고독하고 외롭지만 편안하다. 결혼해서 억압받지 않아도, 연애해서 다퉈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청년들은 자연스레 연애를 꺼리게 된다. 왜 사서 감정낭비, 돈낭비, 시간낭비를 하나? 결국은 결혼은 한 명이랑만 하는 것이라 하지만 왜 나랑 맞는 그 한 사람을 찾을 때까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내 시간을 뺏겨야 하는가. 그 시간에 내 취미생활을 하며 행복한 게 낫다. 지금의 행복은 미래를 위한 희생보다 늘 우위에 있다. 청년들은 오늘 참으면 내일 두 개를주는 마시멜로우가 앞에 있다면 지금 하나 먹고 만다는 거다. 정부에서 시행 중인 청년도약계좌만 봐도 알 수 있다. 집도 사고, 유학도 가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고, 돈 들일이 한둘이 아닌데 5년이나 적금을 들라고? 이자를 더 쳐줘서 목돈을 만들어주겠다고?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참여율이 저조한 거다.


1박 2일 유호진 PD가 연애에 있어 과거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연애를 하면 한 여자의 취향과 지식이 모두 함께 온다고. 온전한 세계의 반쪽이 함께 온다고. 그만큼 큰 결심이라고 그는 말한다.

맞는 말이다. 인간은 워낙 편협한 존재라서 세상을 내 시야에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 그래서 이 우주는 모든 게 본인 위주로 흘러간다. 두 개의 종교를 가지거나, 매사에 모든 선택지를 품을 수 없다. 아니, 품지 않는다. 연애는 나와 다른 이 반쪽짜리가 함께 오면서 덜 편협해지며 삶이 새로운 걸로 가득 차 풍요로워진다.

근데 이를 달리말하면 요즘은 굳이 내 선택지를 포기해 다른 삶을 내 삶에 끼워 넣지 않는다. 거기다 이별까지 한다면 이 모든 과정은 온전히 부질없어지는 것이 되어버린다. 거기서 느끼고 배운 것은 있겠지만 요즘 청년들은 극단적으로 결과론적이다. 과정이 좋아봤자 결과가 안 좋으면 아무 소용없다. 또한 최고로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양질의 교육을 받은 세대인 만큼 똑똑하기에 사실 이는 본인이 경험하지 않아도 어디서든 알 수 있다고 믿는다.


연애를 하면 온전한 세계의 반쪽이 함께 온다는 이 말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내게 반쪽이 오는 이 사람을 내가 정말 좋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만의 인생에서 반을 떼어준다는 것은 그만큼 큰 희생이 필요하며, 만약 단지 연애를 하고 싶어서 만나는 거였다면 그 반은 모두 단점으로 채워질 것이다. 혼자보다 더 고통스러운 나날들이 지속된다. 삶에서 이런 이성을 만나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 이성을 만나기 전까지의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와 기회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청년들은 리스크를 안지 않으려 한다. 등산을 할 때 정상에서의 개운함과 짜릿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올라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우리는 아예 올라가지 않고 개운함을 포기하고 다른 데서 행복을 찾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0.6명으로 치닫는 출산율 정책에 부동산 정책을 손보고, 해결책을 하나하나 고심 중이다. 사실 저출산 걱정 전에 결혼, 아니 결혼 전에 청년들의 연애부터 걱정해야 한다. 왜 우리는 혼자가 더 편해졌을까. 이 사회는 왜 우리를 이렇게 만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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