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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May 31. 2024

도박과 투자는 똑같은 걸까?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청년들에게

해야 할 것만 눈에 밟히는 세상이다. 요즘 서점에 가면 심심찮게 보이는 책 제목이 있는데 ‘20대에 해야 할 것’이라던지, ‘3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40대가 되어보니 후회하는 것’, 이런 류의 책들이다. 유튜브나 각종 SNS에는 지금 당장 해야 할 것들에 대한 수많은 정보가 자리한다. 수면도 충분히 해야 하고, 자기 계발도 게을리하면 안 되고, 식단조절도 해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고, 돈도 모아야 하고, 일도 열심히 해야 한다. 아니 무슨, 체크리스트라도 만들어야 하나? 시간은 한정적인데 이 모든 걸 다 하는 게 가능은 한가? 무리하다가 건강을 잃어서 병원비만 더 나온다면 해야 할 것을 했는데도 오히려 손해만 보는 셈이다. 뭐든 다 해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이 모든 것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답은 간단하다.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하지 말아야 할 것만 기억하고 그걸 제하면 된다. 근데언론이나 미디어, 각종 SNS에서는 이게 가장 중요한데 늘 무언가를 하라고만 청년들에게 강조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이 모든 걸 다 해야 한다는 걸 잊을뿐 아니라, 그럴 시간도 사실 없다. 오히려 이 사회는 선택과 집중, 만능엔터테이너보다 스페셜리스트를 더 각광하는 시대다. 하지 않아야 할 것만 실천해도 사실 인생에 반은 먹고 들어간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다. 무조건 어떻게든 평타 이상은하고, 운과 타이밍이 잘 맞으면 대성공한다.

그렇다면 인생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 중 원탑은 무엇일까? 우리는 가깝게는 부모님, 친구들 혹은 책이나 여러 매체를 통해 인생의 격언을 수없이 접해왔다. 이에 하면 안 되는 것을 정하는 필터의 기준은 각자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담배라고 말하고, 우리 엄마는 술을 줄이라고 하고, 누구는 연애라면 바람을 피우는 것, 기혼자라면 불륜이라 하고, 싸움, 도둑질, 마약, 험담,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이는 철저히 본인의 경험과 가치관에 결정된다. 나는 원탑은 도박이라고 생각한다. 무조건이다. 한번 발을 들이면 숨이 멎을 때까지 못 그만두는 게 도박이다. 담배와 싸움, 술버릇, 심지어 마약도 언젠가는 노력하면 끊을 수 있고 나아질 수 있는 것들이다.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 지금 새 삶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근데 도박은? 절대 죽을 때까지못 끊는다. 심지어 끊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은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다. 막대한 손해를 떠안고 난 뒤의 일이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도박은 사실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걸고 서로 승부를 다투는 것을 말한다. 근데 내가 생각하는 도박은 꼭 노름, 돈내기만 다루지 않는다. 물론 이런 노름도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처음 라스베이거스에 갔을 때를 떠올려보면 그 신선한 충격은 내게 아직도 아른거린다. 자본주의의 끝을 보여주는 욕망의 도시. 번쩍이는 네온사인과 하늘 끝까지 솟아있는 호텔 빌딩들, 카지노, 고급외제차 뒤에 텐트촌을 꾸리고 거지들이 무료 급식을 받고 있는 극단적인 풍경은 이를 더 실감 나게 한다. 어제는 부자였는데 하루아침에 카지노로 돈 다 날리고 무료급식을 받는 사람도 있다. 아니, 정말많다. 실제로 호텔 종업원이 옆에서 귀띔해 주는 걸 난들었다. 라스베이거스까지 어렵다면 강원랜드에 가도 알 수 있다. 80년대, 90년대 자동차에서 숙식까지 해결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돈노름은 삶을 하루아침에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도박은 돈을 계속 배팅하면 할수록 더 많이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짜여있다. 심지어 1:1 싸움이라면 상대방보다 내가 돈이 애초에 적으면 절대 죽어도 이길 수 없다. 기회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장난 삼아하는 스포츠 토토나 이런 것들도 아예 시작 자체를 말아야 한다. 주변에 너무 많아서 아쉬울 뿐이다.

근데 내가 말한 도박은 이런 것만은 아니다. 좀 더 광범위한 걸 뜻하는데, 말 그대로 여윳돈이 아니라 무리하게 대출을 받거나, 내 돈이 아닌 지인이나 은행의 돈을 빌려 투자 아닌 투기를 하는 것도 도박이라고 본다. 최근 또 뜨고 있는 가상화폐라던지, 믿고 있는 주식에 올인을 한다던지, 내 형편에 맞지 않는 투기를 하는 모든 것이 도박이라고 본다. 즉, 투자와 도박의 차이는 한마디로 말하면 행운과 노력차이. 내가 주식에서 돈을 딴걸 행운으로 여긴다면 지금 본인은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걸 노력으로 생각한다면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답은 그 누구에게서도 찾을 수 없다. 본인에게 솔직히 물어야 한다.

정말 친한 친구가 있었다. 어느 날 엄마가 아프다고 수술비를 200만 원만 빌려달란다. 내 인생 가장 큰 실수의 시작이었다. 돈은 무슨 관계든 절대 빌려주면 안 된다. 가족에게도 차용증을 쓰고 빌려줘야 한다. 당시 친구와 너무 친하기도 했고 상황이 딱해 고민도 않고 빌려줬다. 고맙다고 한 달 뒤엔 250만 원으로 돌려준다고 한다. 한 달 뒤 수술을 또 해야 한다고 200만 원만 추가로 빌려달라고 한다. 오백만 원으로 갚는다고 한다. 그렇게 갖가지 핑계를 대더니 내가 빌려준 액수는정신차리고 보니 어느새 천만 원이 넘어있었다. 다행히 끝내 원금은 다 받아냈다. 이자만 빼달라고 사정사정하는 친구의 말을 수락했으나 이미 관계는 틀어진 이후였다. 알고 보니, 그 친구는 수술비는 다 거짓말이었고 모두 그 돈을 코인에 투자했다. 과한 욕심을 부려이미 -70%가 넘는 손실을 보고 있었다. 아직도 못 끊고 얼마 전까지 또 돈을 빌려달라는 연락을 답장하지 않았다. 도박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범죄도시 같은 영화에서도 알 수 있듯, 모든 범죄의 근원은 도박이다. 도박은 더 큰 살인이나, 청년고독사, 자살과 같은 2차 범죄를 낳는 가장 큰 주범이다.


내 힘으로 땀 흘려 오늘 하루 값지게 노동의 대가를 받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모두가 값지다. 가장 값지고 멋있는 걸 우리는 당연시 여기고 과소평가하고 있다. 타인의 불행을 위로 삼는 건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나 매너리즘이 왔을 때는, 도박으로 재미를 찾고자 하는 유혹이 들 때는 도박으로 인생의 바닥을 찍고 있는 사람을 보아라. 많은 생각이 자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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