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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Jun 02. 2024

신발이 55켤레가 있다

질투와 시기에 감사합니다

내겐 평생지기 친구 한 명이 있다. 이 친구 집에 오랜만에 놀러 갔더니, 충격적인 걸 발견했다. 바로 신발이 55켤레나 있는 것이다. 여기저기 매칭시키기 좋은 사진속 반스 같은 경우는 같은 브랜드라도 종류별로 색깔만 다르다. 55켤레라니, 상상이나 해본 적 있는가. 요즘 매일 지네라고 놀린다. 그는 일부러 숫자를 세면서 모은 것도 아니다. 그냥 꾸준히 사 왔는데, 집에 놀러 온 김에 같이 세보니 55개였던 것이다. 심지어 그 중

20개 가량은 매우 비싼 신발이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옷을 좋아해 쇼핑도 자주 다니고, 서로 옷도 골라주고 했는데 나도 여태껏 친구가 이 정도로 많았었는지 몰랐다. 본인도 본인에게 무슨 신발이 있는지 잘 기억도 안 난단다. 학교에서나, 회사에서나 내가 한 조직의 장이라고 치고, 내 밑에 55명이 있다면 누구 하나 빠져도모르는 거랑 똑같은 개념이다.

근데 사람들은 내 친구가 왜 신발을 55켤레나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절대 묻지 않는다. 당연하게 그가 타인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고 넘겨짚는다. 멋진 모습으로 SNS에 올리거나, 내 친구를 아는 사람들에게 “쟤는 옷 진짜 잘 입는다”라는 소리를 듣고자 함이라고. 근데 정반대다. 내 친구는 오로지 자기만족을 위해 옷과 신발을 산다. 쇼핑뿐 아니라 내 친구의  삶을추동하는 모든 원동력은 ’ 본인의 행복‘이다. 요즘같이 미니멀리즘, 짠테크가 유행하는 시기에 누군가는 분명욕할 것이다. 미래도 없이 그렇게 돈만 쓰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냐고. 근데 내 친구의 자산이 어느 정도고, 어떤 회사를 다니고, 얼마를 쓰는지는 아예 묻지도 않으면서 신발이 55켤레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그를 추궁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당연히 다 아끼며 살아야 한다고 사람들은 본인의 생각을 타인에 투영하고 그걸강요한다. 욜로든, 짠테크든 어떤 이는 욜로로 사는 게 삶이 행복하기에 그렇게 사는 거고, 반대는 돈을 아끼는 게 본인이 행복하기에 그렇게 사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그냥 자기만족이다. 본인이 가장 중심에 있다. 옷,신발이 아닌 향수를 예로 들어보겠다. 보통 사람들은 외출 전 향수를 왜 뿌리나? 타인으로 하여금 내가 좋은향기가 났으면 좋겠다는 바람, 나만의 고유하고 개성 있는 향기가 그들에게서 기억되고자 하는 바람에서 뿌린다. 근데 내 친구는? 본인이 그 향기를 직접 맡기 위해 뿌린다. 그래서 옷을 입은 상태서 옷 안에 향수를 넣어 가슴, 어깨  막 다 뿌린다. 그래야 본인도 맡을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이 향기를 모르고 다른 사람들만 맡으면 비싼 돈 주고 산 보람이 없어 너무 억울하단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늘 남을 배려하라고 교육받았다. 말을 할 때에도 상대방을 입장을 고려해서 말해야 하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절대 해서는 안되며, 언쟁은 되도록 피하고 애초에 만들지 않는 것이 베스트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본인 스스로는 늘 후순위로 밀려나기 마련이다. ‘내가 좀 기분 나빠도, 얘가 좋다면참아야지’, ‘내가 좀 피해를 봐도 얘가 행복했다면 참아야지’, ‘나는 짬뽕을 먹고 싶은데 다들 짜장면을 시키니괜히 시간도 오래 걸릴 테고, 나도 짬뽕 먹어야지’. 이런 식이다. 늘 타인에 져준 척 내 사고와 행동을 합리화하기 바쁘다. 근데 내 친구는 이미 신발이 55켤레든,

100켤레든 온전히 이 모든 건 본인 만을 위한 만족이란 걸 알고 있다. 어차피 10켤레 이상이면 사람들은 내가 신발이 몇 갠지, 얼마나 이쁜 것들이 많은지, 관심도없고 알지도 못한다. 백날 어필해 봤자 아무 의미 없다.신발을 누군가를 위해 기부를 하거나 미개봉 신발은 선물을 했다고 치자. 이 선물을 해준 내 친구는 그걸 기억해도 받은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기억도 못한다. 타인에게 선량한 이미지를 챙기고자  퍼주어 봤자 끝내 남는 건 사실 빈 통장뿐이다. 그냥 본인, 내 가족, 내 사람만 잘 챙기면 그뿐인 것. 희생이 그에 합당한 보상을 의미하진 않는다.

근데 누군가는 분명 이럴 것이다. 얘가 신발 55켤레나 있다고 해서 자기만족? 오케이. 근데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이잖아? 자기만족만 하면, 본인만 챙기면 끝인가?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놈이네?라고. 근데 단언컨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이미 본인부터 그렇게살고 있다. 내가 이 신발을 만족해야 결국 내가 사서 누군가에게 나중에  선물도 할 수 있는 것처럼, 나로부터 오는 자기만족이 타인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주고, 스스로 당당함을 낳는다.


참 서로 관심 많은 민족이다. 소문도 많고, 빠르다. 신발은 하나의 단적인 예시일 뿐, 누가 뭘 샀고, 누가 뭘 했고, 얼마를 벌었고, 무엇을 좋아하고, 퇴근 후 뭘 하고, 어떤 옷을 즐겨 입으며, 얼마짜리고. 참 관심 많다.

얼마 전 민희진이 착용한 줄무늬 티와 모자는 기자회견 직후부터 온/오프라인  품절이 됐다. 이게 정상적인 상황인가? 자기만족을 위해 신발을 사던, 누군 저런 옷을 입던 그냥 그 자체로 ‘아, 저분은 신발을 사는구나, 옷을 사는구나’ 이렇게 일차원적으로 받아들이면 그뿐이다. 그 사람들을 바꿀 수 없다면 우리가 바뀌면 된다.어떻게? 질투와 시기에 감사해라. 옷과 신발을 따라 사고, 55켤레라고 욕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해라. 그만큼 난 나만의 흐름대로 멋있게 잘 해내고 있기에 질투를 받는 것이다.

삼양식품이라는 회사를 다닌 적이 있다. 요즘 특히 불닭볶음면으로 주가를 상한가를 치고, 미국, 동남아 등 해외에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난리가 난 한마디로 초대박을 친 회사다. 내가 다닐 2018년에도 불닭볶음면이 인기가 있었으나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당시 시가총액이 5천억 정도였던 그 기업은 지금 6년 만에 4조를 육박한다. 그때 내가 있던 팀에 15명 정도가 있었는데 지금 3명 빼고 12명이 모두 퇴사했다. 퇴사자끼리 가끔씩 모여서 얘기를 나눠보면 다 배알 꼴려한다. 본인은 퇴사했는데 회사가 이렇게 잘 나가니까 질투가나는 것이다. 물론 미국 카디비나, 불닭을 홍보한 셀럽들의 영향으로 운도 따라줬겠지만 삼양 오너들의 실력이 뒷받침됐기에 이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거다. 그게 사실 팩트다. 그 사람들은 그들의  능력으로 회사를 최정상으로 올려놓은 것이다. 배 아픈 사람이 있어도 인정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걸 받아들이지 못한다. 오너가는 이런 질투와 시기에 분명 지금 더 감사하고 있을 것이다.


타인의 반응에 의식해 거기에 맞추면 네모가 동그라미가 된다. 네모는 네모만의 개성이 있는데 세상에 무뎌지고 상처받아 각 모서리가 깎여 둥글게 된다. 모나지 않은 그냥 백만개 중에 하나의 동그라미로 세상에, 조직에 그렇게 속해진다. 그러다 보면 결국은 그 중에 안 깎인 본래의 네모만 남을 것이고 그 네모만 유니크해진다. 우리는 더 남들과 달라져야 한다. 나는 내 친구가신발을 더 사서 60켤레, 70켤레, 100켤레를 가졌으면한다. 더 남들에게 부러움과 질투를 받았으면 한다. 그게 본인만의 개성과 취향이며 그게 현대사회의 성공의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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