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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Feb 26. 2023

32세,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Time flies and you are here

불과 며칠 전 새해다짐 글을 썼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적었는지도 아주 구체적으로 생생히 기억난다. 실제로는 벌써 2개월 전이다. 30대에 점점 익숙해져 가는 지금 새로운 채찍질과 인생의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이기에 2023년은 나에게 어쩌면 더 낯설다.

 

 글을 쓴다는 것은 당시 내가 어떤 생각을 했고 무슨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웠는지 하루하루 바삐 살아가는 나에게 기억을 일깨워준다. 나는 그저 똑같이 실천만 하면 된다. 2개월 전 새해다짐 글도 당시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자격증을 딸 것이고, 어떤 행동으로 이 일 년을 보내야 할 것이고, 무엇을 해야 하며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생생히 기록되어 있다.

 이것이 글을 쓰고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글을 쓰고 책을 읽어 깊이 사유하면 인생의 무한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정말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선택,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내 생각에 대한 근거가 책을 통해 더 단단해져 선택에 대한 확신을 주기 때문이다. 설령 책에 있는 내용이 잘못된 내용이라 가정해 보자. 그래도  내가 사유하면서 그 책의 정보와 내 경험, 기존의 논리를 대입시켜 더 현명한 결정을 하도록 한다. 중고등학교 때 영어단어를 매일 백개씩 암기하고, 수학문제를 몇 페이지까지 풀어오라고 학교, 학원 선생님들은 수도 없이 숙제를 내주셨다. 대학생 때는 토익점수를 기존 점수보다 5점 더 높이려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근처 중고등학교에 시험을 치러 엄마가 데려다주셨던 기억도 난다. 불과 3년 전이다. 토익 전 맨날 들리는 커피집 아주머니가 아이스아메리카노 빅사이즈를 시키는 나를 기억할 정도였으니.

 이 모든 것이 사실 무슨 의미가 있는가? 수학문제를 몇 개 더 안 푼다고, 영어단어를 몇 개 더 모른다고, 토익점수가 990점 만점이어도 내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C7cO0UCC05Y&t=97s

이 영상을 보자. 5세 미국 아기는 자기가 아는 단어 내에서 상대방에게 많은 얘기를 한다. 실제로 전혀 현실과 괴리감없이 5살이 말하는 어휘 정도다. 오히려 본인이 다 컸다는 듯, 철이 들었다는 듯 이야기하는 아이의 모습이 참 귀엽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단언컨대 우리는 이 아이보다 많은 영어단어를 알고 있다. 아마 3배, 4배는 더 많이 알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단어만 외우도록 강요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아이보다 영어를 더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90% 이상이 이 아이보다 단어를 많이 알고 있는데, 이 아이보다 영어를 잘 말할 수 있는 사람은 10%도 안 될 것이다.

 꽤나 충격을 받았다. 어렸을 적 해왔던 것들이 다 의미 없게 느껴졌다. 어렸을 때부터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 인생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것을 습득했야 10년 뒤, 20년  뒤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다. 나는 그러지 못했으니 지금 32살부터 바뀌려 한다.

   사람은 하루에 평균적으로 아주 사소한 것부터 최소 80번의 선택을 한다고 한다. 그중에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내 인생을 바꾸는 선택도 포함되어 있다. 매 순간 선택하는 이 삶 속에서 더 깊게 사유하여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으려면 글을 써야 한다.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하고. 선순환고리다.

 


 아침에 샤워를 하고,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내가 썼던 새해다짐 글을 보며 시간이 이토록 빠르게 흘러간다는 것에 너무 놀랐다. 다음 주면 벌써 3월이다. 새해에 친구들과  3월 내 생일이 올쯤이면 놀러 가자라고 했던 그 3월이 벌써 다음 주라는 것이 너무 소름이 돋는다.

 하루하루 무심결 지나온 삶 속에서 나는 과연 시간을 알차게 보냈는지 스스로를 돌아본다.  1월 2월을 예년과 같이 안일하게 보내지는 않았나? 지금은 누구나 초심이 옅어질 시기다.

 

 유튜브에서 가 좋아하는 어떤 분은 하루에 18시간 일과 공부를 한다. 새벽 5시에 일어나 3시간 오전 공부를 하고, 9시부터 6시까지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6시부터 7시 까지는 운동을 한다. 7시부터 새벽 한 시까지 다시 공부를 한다. 전문직 공부다.

 이 삶은 누가 봐도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바람직한 삶이다. 그분은 지금 20대가 아니면 이 도전을 영원히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후회 없이 지금 체력이 받쳐주는 지금 도전해 보는 것이라고 한다.

 삶에서 옳고 그름은 없다. 이 삶이 누구나 칭찬할 만한 삶은 맞으나, 각자의 삶에 비추어보면 마냥 행복한 삶이라고는 할 수 없다. 각자 가치관과 삶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분은 공부하는 대신 다른 20대만이 할 수 있는 경험들을 기회비용 삼아 지금 공부에만 올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나에게 진짜 의미 있는 목표는 무엇일까?

 나만의 리듬대로 내가 원하는 것에 시간을 잘 사용하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지하철 통근시간 때, 화장실 가는 자투리 시간 때 내가 좋아하는 글을 조금씩 쓰고, 메모장에 단어를 적어 새로운 생각들을 기록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챙기고, 이 자체로도 행복하고 성공한 삶이라 할 수 있다.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그리며 살아야 올 한 해 후회가 없다. 시간에 지배당하면 원하는 목표를 절대 이룰 수 없다.  내가 시간을 조율하고 지배해야 한다.

 

 첫째로는 '하루에 몇 시간을 내가 목표한 것을 하겠다'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시간을 잘게 쪼개어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얼마만큼의 분량을 하겠다'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이다. 글을 쓰는 것 말고도 운동, 책 읽기, 데이트 등 인생에 있어 하루를 쪼개어해야 하는 생산적인 일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내가 세운 목표를 다시 재점검하고 돌아본다. 올해 내 목표는 내가 쓴 책을 한 권 내는 것이었다. 이건 올해 안에 아주 운이 좋게도 이룰 수 있을 듯하다. 운이 잘 따라주었을 뿐이다. 하지만 올해 목표 설정에서 내가 간과한 점은 결론이 없다는 것이다. 책을 왜 내고 싶은지와 책을 내서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막연했던 책 한 권이라는 목표는 절대 내 삶을 바꾸지 못한다. 책을 한 권 냄으로써 결국은 무엇을 돕고자 하는지가 없다. 단순히 출간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내 행동과 가치관이 다른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야 한다. 그것만이 삶에 의미 있는 한 조각이다.

 셋째로는 그 목표는 거창해서는 안된다. 늘 무언가를 해야 하고 쫓기는 삶이 아니라 단 하나를 하더라도 현실적이고 보다 의미 있는 목표, 내가 주체가 되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인생에서 계속 무언가를 더하기만 한다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 성장이라는 가면 아래 늘어나는 것은 내 정신적 스트레스뿐이다. 무엇을 더해야 하고 빼야 하고 나누어야 하는지 중간점검 차원에서 돌아보자. 불필요랑 물건, 습관 등만 버려도 시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나는 힘든 취업준비 시절을 겪었기에 사람들이 이 순간을 최소화하길 바랐다. 무료로 자기소개서 첨삭 공지를 올렸고 신뢰성을 주기 위해 사람들에게 내 이력을 공지글에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공짜라서 달려든 것도 물론 잇겠지만 취업준비생들이 제대로 된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한 도구조차 현실적으로 갖추어진 게 거의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아니면 오히려 돈이 정말 많이 들거나.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은 신기하고 대단하기도 하면서도, 수익이 0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내 시간을 쪼개서까지 여기에 글을 올리냐고.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돈이다. 이런 일을 해봤자 돈벌이도 안 되는 데 참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돈을 못 벌어도, 내 글의 조회수가 안 나오는 날에도 나는 글을 써야 한다. 꾸준히 글을 쓰며 내가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것이 내 목표이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몇 번 써야겠다는 강박 또한 없다. 글이 숙제가 되는 순간 글을 싫어하게 된다. 그저 내 삶의 한 부분으로 여기려 한다.

 내 글이 사회에 어떻게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올 한 해 더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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