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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Jun 29. 2023

매일 오전 6시 30분에 회사를 가는 이유

30분만 덜 자도 달라지는 것

나는 더 많은 시간을 내고 있다고 믿는다. 아침 6시에 일어나 회사에 6시 30분이면 도착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7시까지 회사를 가려다가 오늘부터 30분을 더 앞당겼다. 회사 업무시간은 9시에 시작하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6시 새벽부터 일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새벽에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6시 반에 회사에 도착하면 회사 사우나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고 빈 회의실에 가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그때가 7시 조금 넘는다. 9시까지 약 두 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온전히 날 위해 쓰는 것이다. 하루 중 유일하게 남는 시간이다. 이 외에는 다 소비성 행동에 불과하고 이 시간만이 가장 생산적이고 내 미래를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 수 있는 시간이라 여긴다.

 정말 신기한 것이 평소보다 10분, 20분, 30분 일찍 나올 때마다 지하철의 분위기가 전혀 딴판이다. 조금씩 더 일찍 나올 때마다 지하철에 자리가 더 생긴다. 앉아서 갈 수 있고 사람들이 없어 쾌적하다. 모든 이들은 어쩌면 자신이 정해둔 일정한 루틴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가끔은 그 루틴을 깨는 것이 삶에서 역동감을 느낄 수 있다. 30분을 더 일찍 평소보다 알람을 맞추게 되면 분명 '조금 더 자야지'하고 처음에는 알람을 끌 것이다. 하지만 30분 달콤한 잠을 자고 일어나면 오히려 후회한다. '아까 일어났으면 하나라도 더 무언가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며 말이다. 일 년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었을 때 '내가 이걸 왜 폈지?'와 같은 현상이다.

 일찍 일어나서 할 게 없다고 생각이 들 때에도 무조건 그냥 일어나고 보면 할 것이 생긴다. 읽을 책이 없더라도 책상에 앉기만 하면 무슨 글이든 읽고 있다. 글 쓸 거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자리에 앉아도 뭐라도 쓰는 나 자신이 때론 신기하다. 뇌가 움직이도록 할 수 있는 첫 시작이 일어나는 것이다.


 요즘은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당연하게 알고 있는 부분이라 살아가며 쉽게 지나쳤던 부분인데 다른 사람은 아예 모르거나 어렴풋이 알고 있는 내용들이었다. 이것이 경쟁력이라 여긴다. 이 부분을 글로 남기고 미래에 이 분야를 더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나 관심이 가는 사람에게 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 나 스스로 이를 기록함으로써 더 찾아보게 되고, 내가 잘 알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록은 이래서 가치가 있다. 불과 며칠 전에 배우고 읽었던 내용임에도 기록을 하지 않으면 절반도 기억에 안 남는 경우가 있다. 지식뿐 아니라 감정도 매한가지다. 두 달 전에 썼던 스트레스받았던 일이 지금은 휘발되고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나를 보면서 그때의 감정이나, 지식이나 다 결국은 지나간다는 사실에 덤덤해진다. 시간이 지나 그 글을 다시 보면 '그땐 그랬었지' 하며 위안 삼으며 더 나아지기 위한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다. 국은 다 지나가기에 순간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세상이 우리에게 주는 큰 위로다. 그저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딱 한 가지다. 점점 더 나은 방향으로 지나가는 것.

 본가에는 어렸을 적 썼던 일기장 단 한 권도 버리지 않고 그대로 있다. 종이가 썩을 때까지 아마 보관할 것이다. 그 이유는 단순히 추억용이 아니다. 미래의 내가 그때를 다시 보며 재해석하고, '아 내가 이걸 좋아했었지' '이런 일이 있었지' 나를 더 잘 알아가는 일련의 활동이다. 과거의 나든 현재의 나든, 미래의 나와 그저 끊임없이 서로 대화하서 인생의 정답을 찾아가는 것.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미래의 나는 이 글을 과연 어떻게 해석할까? 지금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끊임없이 생각하고 소통의 창구가 되는 것이 바로 기록이다.

 그 기록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연동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패드, 핸드폰, 노트북을 모두 연동시키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자유롭게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 앞서 말한 뇌의 휘발성은 실제로 너무 강력하기에 우리 뇌를 믿지 말고 끊임없이 생각이 날 때마자 기록해야 한다.

 돈을 더 많이 벌고, 더 좋은 환경에서 잠을 자고, 좋은 차를 타고, 좋은 반려자를 만나는 것인생에서 중요하겠지만 10분 더 일찍, 20분 더 일찍 일어나는 삶의 질 자체가 다르기에 무엇보다 인생에서 시간을 사는 일이 내 삶을 가장 풍요롭게 하는 것임을 지금 매 순간 느끼고 있다.


 현대인들의 삶은 이렇게나 바쁘다. 특히 지방에서 나는 거의 평생을 살았기에 5년이 지난 지금도 서울의 삶이 적응이 잘 되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이 워낙 바쁘기 때문이었다. 늘 서울은 우리에게 아직 부족하다며 더 달려가라는 심리적 압박을 준다. 하루에도 신경 쓸 것이 몇백 개다. 이래서 대부분은 본인에게 관심을 둘 여력이 없다. 내가 어떻게 더 삶을 발전시켜 나갈 건지, 왜 기록을 해야 하는지, 왜 일찍 일어나야 하는지 등 나 자신에게 관심을 둔다는 게 참 쉽지 않다.

 또 세상에는 나 자신에게 관심을 두는 것보다 훨씬 더 재밌는 쾌락이 많다. 친구들과 술을 한잔 마셔도 나 자신을 탐구하는 것보다 훨씬 재밌으니. 정작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알아가는 일임을 30분 일찍 일어남으로써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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