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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Apr 18. 2023

미라클모닝? 진짜 미라클 맞아?

아침이 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요즘 미라클 모닝 열풍이 거세다. 미국 변호사님 유튜브를 통해서도 알 수 있고, 책에서도 수많은 미라클 모닝에 관련된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새벽 여섯 시에 운동을 하고 출근을 하는 사람들, 새벽 여섯 시는 미라클이라 할 수도 없다. 새벽 네시에 스님보다도 일찍 일어나 하루를 여는 사람들이 많다. 보통 본인의 관심사나, 자기계발을 주로 한다.


20대 때 내가 가장 잘한 것은 수영을 배운 것이다. 어릴 적 아빠와 물놀이를 가서 죽을 뻔 한 이후로,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심했다. 한동안 물 근처에도 안 가다가 이 트라우마를 깨기 위해 수영을 시작했다. 물론 운동자체로서의 수영도 내게 큰 도움이 되었지만 가장 내게 의미 있었던 것은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수영장까지 걸어가는 그 시간이었다.

 새벽이었기 때문에 늘 거리에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고 그 길에서 음악을 들으며 혼자 나와 많은 내면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지금의 나를 더 다듬고 미래를 생각하는 어쩌면 내 20대에서 가장 의미 있던 시간이었다. 단순하게 오늘 해야 할 일, 오늘 벅찬 하루를 쳐낸다는 느낌보다 좀 더 관망적으로 미래를 생각할 수 있었던 고요하고 적막한 시간이었다. 매일 아침 이 20분의 시간은 건강과 내 인생을 잘 풀리게 할 수 있었던 기적의 시간이었다. 만약 안 풀리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수영을 함으로써 스트레스도 풀고 그렇게 좋은 것이 없었다. 수영을 하면 특히, 잡다한 생각을 1초라도 하면 물을 먹기 때문에 머리를 비울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만약 내가 수영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매일 아침 나를 돌아보고 생각하는 시간은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동이 트기도 전에 수영이라는 목적 하나로 6시에 매일 같이 일어난 나는 미라클모닝이 어떤 이로움을 주는지 가장 잘 알고 있다.


 1. 시간의 중요성

남들은 잠을 잠으로써 버리는 아침시간을 누리면 똑같이 주어진 하루 24시간을 더 알차고 생산적이게 보낼 수 있다. 직장인이라면 일을, 학생이라면 공부를 해야 하는 대체적으로 9시에 시작하는 일과시간 전에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몸이 쳐지지도 않고 오히려 몸과 정신에서 더 에너지가 넘친다.

 시간의 중요성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는 내가 지금 32살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다. 그저께 27살이었던 것만 같은데 가끔씩 소름이 돋는다. 이렇게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아침에 일찍 일어남으로써 제한된 시간 내 생산적인 활동으로 내 삶을 쪼개 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다. 이것이 모이고 또 모여 더 성숙하고 발전된 나를 만들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20대 때 밤새 술을 먹고 지하철 첫차를 타면 멀끔한 사람들이 아침 일찍 그들의 분주한 삶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그때 현타가 세게 왔다. 남녀노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침 첫차 5시 50분에도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데, 나는 밤새 술이나 마시고 집에 가서 잠을 자러 지하철을 탄 것이다.

 일이 끝나고 힘들다고 집에 누워 유튜브를 보거나 넷플릭스로 킬링타임을 하고 있다면 정말 반성해야 한다. 그것은 인생에 도움은 당연히 되지도 않고 0도 아니고 오히려 마이너스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 시간들이 주식이라고 생각하면 당장 일어나 삶을 바꿔나갈 텐데 시간이 정량화되어 눈에 보이질 않으니 사람이 안 바뀌는 것이다.

 워런버핏도 자기 전재산을 투자해 젊음을 살 수 있다면 기꺼이 사겠다고 답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젊음이고, 오늘이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다. 그런 오늘을 낭비한다는 것은 죄책감을 느껴야 마땅하다.


 두 번째로  더 여유 있는 나를 만나게 된다.

 20대 때는 나 스스로를 가혹하게 채찍질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조금만 놀고, 해야 할 것을 안 하면 늘 불안했고 남들에게 뒤처진다고 여겼다. 공부면 공부, 패션이면 패션, 여행이면 여행, 항상 무한 경쟁 속에서 항상 앞서가려고만 했다. 결과를 떠나서 그렇게 치열하게 열심히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며 곧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고 믿었다.

 정말 하루를 치열하게 살다가 자기 전 핸드폰 30분 유튜브 보는 것이 나에겐 쉬는 것이었고 그것도 관대하다고 여겼다. 집 가는 길 음악 들으면서 걸어간다는 걸로 나는 그것이 쉬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뒤를 돌아보니 그것은 지름길이 아니고 비탈길이었다. 나는 똑바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뒤를 돌아보니 아니었다. 삐뚤게 가고 있었다. 우리의 삶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면적으로 여유를 가질 때 생각의 깊이가 확장되고, 하던 일도 더 잘되고, 실수를 줄일 수 있으며 본질에 집중할 수 있다. 열심히, 빨리빨리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지식을 얻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에 조금 더 아침시간을 이용해 투자한다면 그 아침시간이 정말 유의미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내게 그 유의미한 시간이란 책 읽기와 글쓰기다.

이때를 반성하며 최근에 나도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고 있다. 도저히 그거보다 일찍 일어나는 것은 많은 노력을 해봤지만 불가능하다. 일어나서 감사일기를 쓰고 하루를 연다. 하루에 감사한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5분만 자리에 앉아 깊게 생각해 보면 매일 최소 3개 이상은 나온다. 감사일기를 쓰고 책을 30분 읽고, 나머지는 글을 쓴다. 하루를 아무리 바삐 보내봤자 책 읽는 이 30분이 하루 중 가장 의미 있고 나를 발전시키는 시간이다.


 미라클모닝은 진짜 미라클일까?  처음 여섯 시에 일어났을 때 정말 너무 피곤해서 다시 자기 일쑤였다. 미라클이 아니고 오히려 일상의 나쁜 변화라고 여겼다. 하지만 꾸준히 하니 어느새 몸도 적응되고 좀 더 생산적인 나만의 일을 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미루었던 영어회화까지 시작했다. 운동은 퇴근하고 하기 때문에 영어회화, 감사일기, 책 읽기, 글쓰기 이 네 개만 하는 데에도 시간이 금방 가고 하루를 알차게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물론 이건 직장과 집의 거리가 지금처럼 가까울 때의 얘기다. 주중에만 현재 이 근처에 머물고 주말은 신혼집으로 가서 미리 살고 있는데 결혼을 하고 나면 일찍 일어나서 전철을 타야 하기 때문에 이만큼의 시간은 나지 않을 것이다. 조금씩 적응해 가야겠다.

 새벽에 일어나면 더 여유 있는 나 스스로 뿐만 아니라 평소에는 무심결 지나치던 주변을 살펴보게 된다.    

 여섯 시 전에 일어나기 전에는 전혀 몰랐다. 새벽의 새의 지저귐을. 아예 까맣게 잊고 있었다. 동트는 아침의 신선한 공기를. 마치 산 정상에 온 것만 같다. 정말 가까이 있었지만 무심결 지나치는 것이 참 많았다. 내 가족, 친구들, 여자친구, 챙겨야 할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미라클 모닝은 아침 일찍 일어난 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이렇게 아침이 오는 것 자체에, 내 인생에서 하루가 더 주어진 삶에 감사하게 된다. 이게 진짜 미라클모닝의 본질이고 또 다른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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