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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시간에 쫓겨 조급하신가요?

Sin prisa pero sin pausa(sin vergüenza)

by 홍그리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있다.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늘 지침으로 삼는 좌우명이기도 하다. 바로 'Sin prisa pero sin pausa'이다. 스페인어로 직역하면 '조급하지 않되, 멈지 마라'다. 나는 거기서 vergüenza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조급하지 않고, 꾸준히. 그리고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기. 취업,운동(수영),글쓰기,재테크 등 지금껏 이 좌우명을 가지고 한 행동의 결과들은 꽤 고무적이다.


급하지 않게 : 지난 인생을 돌아보면 후회되는 순간이 있다.

쿠바 여행 후 남미 여행을 너무 하고 싶었다. 멕시코에서는 비교적 가까운 물리적 거리로 비행기값 200만원 총 여행경비 500만원 이내로 알차게 여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스페인어도 하기 때문에 안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여행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돈과 시간이다. 빨리 이 돈을 아껴 한국으로 돌아가 취업준비를 하는 데 보태야 한다고 여겼다. 그때 나이 26살이었다. 다시는 그곳을 여행할 수 있는 시간은 오지 않았다. 앞으로도 인생의 큰 결심을 하지 않는다면 없을 것이다. 참 어리석은 선택이고 두고두고 후회하는 일 중 하나다. 금 남미여행을 하려면 3배가 넘는 돈과 한 달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가지기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불가능에 가깝다.

간이 흘러 첫 직장을 그만둔 뒤, 잠시 휴식기를 가질 때다. 말로만 휴식기지, 사실은 단 일주일도 편히 쉬지 않고 이틀 만에 채용공고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다는 것의 정의를 몰랐다. 일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뭔가 자꾸 나를 불안하게 했다. 푹 쉬고 일주일 정도 여행이라도 갔다 왔으면 참 좋았을 텐데 두고두고 그때를 후회한다.

왜 나는 그 당시 휴식 없이 이틀 만에 취업 사이트를 뒤졌을까? 바로 마음속 조급함 때문이다.

고작 여행한다고 이 돈을 다 낭비하면 어떡하지? 여행하고 놀 때 남들은 다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는데 나만 뒤처지면 어떡하지? 지금 이렇게 쉬다 공백기가 늘어나 재취업이 안되면 어떡하지?

조금이라도 쉬려고 하면 내 안의 다른 누군가가 나타나 위와 같은 망상들로 나를 괴롭혔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하루 일찍 시작한다고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일주일 푹 쉬고 여행을 다녀오는 게 내 정신건강에 훨씬 이로웠을 테다. 26살의 나는 그때의 남미여행이 누구보다 앞서나간다는 것임을 그때는 몰랐을까?


현대인은 늘 바빠 시간에 쫓겨 산다. 바쁜 와중에도 내 안의 여유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이 조급한 사람은 일을 그르치기 쉽다. 실수가 늘어나고 끝맺음에 어려움을 겪는다. 선택을 할 때에도 좋지 않은 결정을 할 확률이 높다. 문제의 바르고 합리적인 해결보다는 단지 빠른 해결만을 좇게 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내 경험도당시 조급하지 않고 차분히 임했더라면 더 결과가 좋아졌을 수도 있었다. 선착순으로 결과가 정해지는 것도 아니었는데 왜 매사에 급했을까?

단 프로젝트나, 회사 업무, 접수 및 신청을 하는 데 있어서는 제한시간을 꼭 지켜야 하는 것이 맞다. 제한시간을 지키는 것과 조급함은 엄연히 다른 문제이다. 미리 일정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준비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두른다고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올바른 방향만 잡힌다면 늦게 가든 빨리 가든 중요치 않다. 언젠가 나는 그곳에 기필코 있을 거니까.


멈추지 않게 : 어렸을 적 한 번이라도 들어본 이솝우화가 있다. 토끼와 거북이다. 토끼는 거북이보다 훨씬 달리기가 빨라 출발과 동시에 거북이와 격차를 많이 벌린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끝내 거북이가 승리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토끼와 달리 거북이는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세상 모든 분야에서 상위 10%가 되는 비결은 간단하다. 멈추지 않고 꾸준히 하면 된다. 대부분의 90% 사람들은 도중에 포기한다. 이건 100%다. 집 앞에 학원을 가도, 아침마다 헬스장을 가도, 독서모임에 가도, 영을 해도, 책을 읽어도, 명상을 해도 주변을 보면 분명 느낄 수 있다. 주변이 없다면 스스로를 들여다보자. 나 스스로에게 진실되게 나는 꾸준했는가? 새해가 벌써 한 달이 지난 지금 나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는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무언가 꾸준히 한다면 언젠가 빛을 발하는 날이 온다. 라토너들은 단거리 100미터 선수만큼 빠르지 않지만 42킬로의 긴 거리를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린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그 어떤 시련이 오든 멈추지 않고 달린다. 달을 따지 않아도 완주는 메달 이상의 의미가 있다.

꾸준히 하는 무언가 있다면 임계점이 넘는 순간 본인만의 요령이 생기고 쾌감이 온다.

나는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250번이 넘도록 썼을까? 서울에 250개가 넘는 회사가 있다는 것도 사실 참 놀랐다. 이것도 다 쓰고 나서야 알았다. 답은 결과가 안 좋았기 때문이다. 끝까지 꾸준히 무언가 해보자. 내가 마음을 굳게 먹는다면 안 되는 건 이 세상에 단 하나도 없다.


부끄럽지 않게: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는 시간이 최근 많이 늘었다. 부정적인 결과를 맞이했을 때 거짓말을 치지 않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 내가 나에게 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노력했는가? 답은 내가 가장 잘 안다.

시기가 좋지 않아서, 몸이 안 좋아서, 긴장을 많이 해서, 많은 명들을 늘어놓기엔 내가 나에게 부끄러워 견딜 수 없다. 낯부끄럽고 꼴사납기 짝이 없는 인생 속에서 나 스스로에게도 부끄러울 필요는 없지 않은가.

스스로 인정할 만큼 해볼 때까지 해본 뒤 그만둬도 늦지 않다. 루어질 가능성이 없는 것을 붙잡고 있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너무 쉽게 중간에 포기한다면 분명 '그때 조금 더 해볼걸' 생각이 든다.

묵묵히 내 길을 걷다 보면 그만하고 싶은 순간, 참기 힘든 순간도 많다. 하지만 나는 나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나 혼자 밖에 없기에 난 영원한 1등이다. 나와의 대결에서 이기는 것이 100명 중에 1등 하는 것보다 훨씬 위대하다.


힘들 땐 잠시 쉬어도 된다. 숨을 고르고 다시 가자. 내가 걸어온 이 길을 한번 고개를 돌려 돌아보자. 얼마나 홀로 대단히 이 까지 먼 길을 걸어왔는가?

모두 잘 될 것이니 sin prisa, sin vergüenza pero sin pa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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