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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해소법 치트키

매듭은 언젠가 풀린다

by 홍그리

누군가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그것이 본인이 최선의 선택을 한 결과라고 의기양양하고, 불행한 일이 생기면 불행한 선택을 한 본인을 자책한다. 즉 매일, 한 달, 일 년 중 본인에게 펼쳐지는 모든 일들이 사실 본인이 결국 어떤 선택을 했냐의 결과물로써 온전히 받아들인다. 이 명징한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할지라도 과거의 본인이 선택한 시간으로 돌아갈 수도 없거니와, 그 시간을 후회 속 낭비하면서 불만족한 현재를 그대로 불행히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현생을 순응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우리는 한 가지 명확한 결론에 도달하는데 바로 본인이 만족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결국 ‘그 시간과 환경에서의 최고의 선택을 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순간 더 고심하고, 여러 조건을 재면서 조금이나마 본인에게 유리한 선택지를 가져오기 위해 우리는 공부를 하고, 자기 계발을 하고, 운동을 하고, 얼굴도 마주치기 싫은 상사나 사람 앞에서 매일 비위를 맞춘다.


나 또한 오래전 과거를 돌이켜보면 부친이 돌아가셨을때, 당연히 붙을 줄 알았던 전환형 인턴에 떨어졌을 때,희망도 없었던 백수기간이 무한정 늘어날 때, 주식으로 전 재산을 잃었을 때, 파혼위기에 닥쳤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 닥친 이 모든 상황은 내가 잘못 선택한나의 업보이며, 내 자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근데 부친이 일찍 돌아가셔서 일찍 자립심을 길렀고, 인턴에 떨어지고 백수기간이 늘어남으로써 내가 부족한 부분이 어떤 것이었는지 자기객관화를 할 수 있었으며, 주식으로 전 재산을 잃고 나서야 돈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재테크에 관한나만의 기준이 생겼고, 파혼위기를 맞으면서 상대에 대한 배려심과 고마움을 더 절실히 느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음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했던 곳에서의 예상치 못한 배움과 행복은 기존의 내가 무언가를 성취하거나 운이 좋아서 얻은 행복감의 두 배, 세배의 행복을 줬다. 이 외 내게 닥친 수많은 일들을 지금 돌이켜보면 그 당시 미치도록 고민하고 쟀던 하나하나의 문제가 100% 만족스럽게 해결되지도 않았거니와 반대로, 생각하지 않고 쉽게 쉽게 결정했던 일들이 예상치 못한 행운으로 닥치기도 했다. 그러므로 매사에 일희일비보다는 사실 때로는 곰처럼 무던하게 매사를 받아들이고 흐르는 대로 삶을 맞이하는 것이 지나온 삶과 앞으로의 삶을 관조할 때 하루하루 만족스러운 인생을 가져다준다는 생각을 한다. 왜? 삶은 어차피 절대 내가 바라는 대로,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거든.

단순히 여행하나만 봐도 그렇지 않나. 미리 계획했던 맛집은 휴무고, 호텔의 사우나는 수리 중이고, 의견충돌로 동행자와 싸운다. 반대로 아무 생각 없이 탄 투어버스는 만족스럽고, 동네 골목 아무나 들어간 저녁식사가 환상적이다. 근데 이런 여행조차 인생에 아주 작은 미세한 부분일 뿐이다. 결혼을 해야 할 시기라 샀던 집이 폭등을 하고, 머리를 써서 한푼이라도 아끼려 들어간 전셋집에서 벼락거지가 된다. 열이면 열 모두에게 조롱받는 한국증시가 코스피 3000을 돌파하고, 미국증시로 대피했던 수많은 서학개미가 이란전쟁으로 돈이 삭제된다. 미국주식을 하지 않으면 조롱받던 작년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실제로 와이프는 지난 몇 년간 묵혀뒀던 주식이 하나 있었다. 손실이 천만 원에 가까워 거의 포기하다시피 놔뒀던 주식계좌가 최근 본전이 됐다. 그 어떤 호재도 미래에 없을 것 같았던, 그냥 버렸다 싶었던 돈이 기적적으로 살아난 것이다. 그 당시는 최악의 선택이었다고 한게 지금 아무것도 안했는데 최선의 선택이 됐다.


전 세계가 뒤숭숭해 경제가 어렵고, 모두가 먹고살기 빠듯하다.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꿈꿨던 미래는 허상이 되고, 완벽에 가까웠던 각자의 계획들은 서서히 희미해진다. 작은 하나의 사실에도 편을 갈라 서로를 적대시해 혐오하고, 일천한 본인의 경험에 빗대 온 세상을 바라본다.

얼마 전 한 모임에 갔는데 각자의 근황을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 차례를 기다리면서 앞서 말하는 모든 인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열이면 열 전부 본인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관련된 얘기였다. 고민이라는 건 보통 불만족스러운 현실에서 온다. 한마디로 긍정적인 소식이 아예 없단 소리다.

자랑은 질투가 되는 이 세상이 두려울 수도, 진짜 본인의 인생이 힘들어 그럴지도 모른다. 확실한 건 전자를 진정으로 응원하고 축하해 주는 세상이 만들어질지 의문이라 전자인 이들이라할지라도 그들은 온라인에서 익명성에 기대 환상만 즐비한 또 다른 사이버세상을 만들어대니 일반 서민들은 당연 현실과의 괴리감에 더큰 불만족과 불행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사는 새옹지마. 매듭은 언제나풀리기 마련.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그 결과를 만드는 과정에 좀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할 때다. 매듭이 풀렸냐 안 풀렸냐가 아니라 어떻게 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 과정은 아무리 사소할지언정 본인이 의미를 부여하고 거기서 무언가를 느끼는지 돌아보면 결과도 다르게 해석된다. 스트레스가 현저히 줄어든다. 우상향 하는 주식처럼, 내가 매사에 무엇을 선택한들 일관된 과정이 존재한다면 미래는 어떤 방식으로든 선하게 다가온다고 믿는다. 아닐지라도 그냥 계속 그렇게 믿는 수밖에 없다. 결과는 어차피 계속 바뀌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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