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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테 Jun 12. 2020

1인분 치킨을 만든 이유

소신껏 닭 먹자 

한때 가수 허각 씨의 햄버거 먹는 양으로 등장된 용어인 '햄최몇' 이란 단어가 있다.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 단어 풀이를 살짝 하면 햄버거 최대 몇 개?라는 말인데 많이 먹는 사람들을 비하하거나 대식가들에게 적용하는 단어이다. 많이 먹는 것이 일반인들에게 놀라움을 줄 수는 있지만 그것이 마치 죄인 거처럼 인식이 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을 한다. 치킨 또한 1인 1 치킨 시대라고 하는데 사실 1 치킨을 못하는 사람도 많고 1 치킨이 모자란 사람도 있다. 치킨집마다 쓰는 치킨의 크기도 제각각이라 1 치킨이라 해도 6호 닭과 12 닭은 양이 천지차이기 때문에 이 말 또한 사실은 의미 없는 단어다. 그처 치킨업계에서 마케팅으로 뿌린 단어가 아닐까 한다. '치킨 말싸미'의 젓가락 표지 뒤에는 "소신껏 살자 소신껏 닭 먹자"라는 문구가 인쇄돼있는데 이는 자신의 양을 감추지 말고 먹을 만큼 충분히 맘껏 먹고 남 눈치 보지 말고 살자라는 가게 슬로건이 담겨있다.


치킨도 1인분으로 팔면 안 되나?


내가 치킨 말싸미를 오픈하기 전에 쭉 생각해왔었다. 치킨은 왜 마리로 계산하는 건지 돼지고기, 소고기를 비롯해 다른 고기들은 중량으로 따지는데 유독 치킨은 한 마리 개념이 너무 강하다. 마치 한 마리를 제대로 못 먹으면 밥을 제대로 못 먹는 사람 취급하거나 1마리 이상을 먹으면 죄를 짓는 사람처럼 안 좋은 시선으로 쳐다보게 된다. 또한 치킨은 유독 밤에 먹는 음식으로 취급하는데 아침에 먹던 낮에 먹든 무슨 상관이 있나 싶다. 점심에 햄버거와 감자튀김은 쉽게 먹으면서 치킨을 시키면 "낮부터 치킨이야?"라는 인식이다. 자꾸 사회는 말도 안 되는 프레임을 씌우려 하고 그걸 당연시 받아들이고 치킨 하나 먹는 것도 남 눈치를 보게 만든다. (그러면서 대만 여행 가면 지파이는 길가면서 먹을 테지...)

나는 사회에 편견을 깨고 싶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중량으로 1인 분양을 측정하고 또한 거품이 낀 치킨 가격을 최대한 가성비 좋게 만들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맛의 퀄리티는 지키면서 그래서 탄생한 것이 1인분 순살치킨이다. 현재 치킨 말싸미의 리뷰 평은 4.9이고 많지는 않더라도 리뷰수도 30을 넘었다. 매일매일 엄청난 할인을 하는 대형 프랜차이즈들 사이에서 꾸준히 리뷰 평을 지키고 주문 수도 꾸준히 오르는 중이라 나름 잘하고는 있는듯하다. 


치킨도 인생도 소신껏 


나는 '소신'이란 말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 누가 뭐라 해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긍지, 뚜렷한 자기 주관, 가치관 등이 형성되았지만 비로소 가지게 되는 것이기에, 메타인지가 임계점을 넘지 않는 사람은 절대 가질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때문에 10대, 20대에는 이 소신을 얻기 위해서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지식을 쌓고 지혜를 키우고 인생관을 창조해야 한다. 살면서 3번의 기회가 온다는 말은 안 믿지만 터닝포인트는 확실히 오는 것 같다. 나름 2번의 터닝포인트를 겪었는데 첫 번째는 일본 워킹홀리데이였고 두 번째가 '치킨 말싸미'창업이다. 장사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하였는데 정말 다양한 일들을 많이 겪고 특히 생계가 달려있기 때문에 현재 덕업 일체의 삶을 사는 중이다. 워라밸이라곤 1도 없지만 나름 즐거운 일도 많고 보람도 있다.(물론 시국이 시국인지라 늘 외줄 타기 하는 기분이다) 일단 가장 좋은 건 내가 열심히 연구 개발한 내 레시피로 손님들의 반응을 살필 수 있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서 현재 내 요리실력의 객관적인 데이터가 나온다. 비록 이런 작은 가게에서 고군분투하지만 요리를 대하는 마음만은 최현석 셰프나 이연복 셰프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손님보다 늘 먼저 먹어보고 매일 체크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중이라 피곤하기도 하지만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기에 무조건 지키려고 한다. 골목식당을 보면 많은 사장님들의 공통적인 문제가 자기 가게에 대한 '장사 소신'이 없다고 생각한다. 솔루션은 어디까지나 솔루션이고 그 가게에 있어서 사장님들이 백종원 씨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너무 백종원 씨에게 기대는 경향이 많다. 대한민국 최고의 외식업 전문가이기에게 피드백을 받는 건 너무 감사한 일이고 잘 귀 기울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필터링 없이 다 수용하는 것 또한 문제가 있다. 최근 골목식당에서 나온 군포시장에 치킨 바비큐집의 여사장님을 나는 높게 평가한다. 처음 방송에서 봤을 때는 무기력해 보이고 어두웠는데 설루션을 받으면서 점점 표정도 분위기도 밝아지고, 마지막에는 닭꼬치 튀김을 하겠다고 소신 있게 아이디어를 내고 주체적으로 가게를 바꿔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장사도 사람도 자신의 소신을 갖춰야 사회의 시선에 남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모두가 아니라고 해도 내 마음이 내 생각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그 뜻을 관철해보자 그 끝의 결말이 비록 실패였다 하더라도 미련도 없고 뒤끝도 없으며 실패에서 많은 걸 배웠을 테니 더 나은 길로 수정해서 나아갈 수 있다. 우리 가게 오시는 분들은 부디 소신 있는 삶으로 소신껏 치킨을 먹었으면 좋겠다. 둘이 와서 1인분을 시키던 혼자서 2인분을 시키던 상관없이 차별 없이 대하고,  늘 공정하고 공평한 가게로 나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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