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만져지는 것이라면>
슬픔은 고양이를 닮았다
눈물이 고여있던 어느 때
고양이의 하얀 등을 천천히 쓸어보았다
눈물이 떨어지자 나의 고양이는
순간 화들짝 놀라 등을 둥그렇게 세웠다
내가 고양이에게 괜찮아, 괜찮아 말하며
다시 등을 쓰다듬자
나의 고양이는 몸을 동그랗게 말고
웅크린 채 스르르 잠이 들었다
고양이는 슬픔을 닮았다
나는 잠이 든 척하는 고양이의 흰 털을
슬그머니 쓸어보았다
그러면서 엉엉 울었다
너무 울어서 얼굴이 쭈글쭈글해졌고
너무 울어서 얼굴빛이 투명해졌다
그러자 나의 고양이가 내 볼을 핥았다
눈물이 흐르던 내 볼의 맛은 짤 것이다
내 고양이의 혀 끝에서는 짠내가 풍겼다
내 고양이의 등을 천천히 쓸어 보았다
따뜻했다
괜찮아 라는 말이 고양이가 나에게 하는 말인지
내가 고양이에게 건네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슬픔은
따뜻하고 괜찮은 것
부드럽고 동그란 것
나의 흰 고양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