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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별 Jun 15. 2024

슬픔이 만져지는 것이라면

슬픔에 대하여

<슬픔이 만져지는 것이라면>

슬픔은 고양이를 닮았다

눈물이 고여있던 어느 때

고양이의 하얀 등을 천천히 쓸어보았다

눈물이 떨어지자 나의 고양이는

순간 화들짝 놀라 등을 둥그렇게 세웠다

내가 고양이에게 괜찮아, 괜찮아 말하며

다시 등을 쓰다듬자

나의 고양이는 몸을 동그랗게 말고

웅크린 채 스르르 잠이 들었다


고양이는 슬픔을 닮았다

나는 잠이 든 척하는 고양이의 흰 털을

슬그머니 쓸어보았다

그러면서 엉엉 울었다

너무 울어서 얼굴이 쭈글쭈글해졌고

너무 울어서 얼굴빛이 투명해졌다


그러자 나의 고양이가 내 볼을 핥았다

눈물이 흐르던 내 볼의 맛은 짤 것이다

내 고양이의 혀 끝에서는 짠내가 풍겼다


내 고양이의 등을 천천히 쓸어 보았다

따뜻했다

괜찮아 라는 말이 고양이가 나에게 하는 말인지

내가 고양이에게 건네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슬픔은

따뜻하고 괜찮은 것

부드럽고 동그란 것

나의 흰 고양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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