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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파씨바 Mar 05. 2024

상해의 중심에서 살려줘를 외치다

현지 언어를 못하는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일(중국 편)

여행을 갔을 때 그 나라 언어를 못하면,

별의 별일을 다 겪게 되는데...(영어가 안 통하는 나라일수록 더더욱)

해외 출장과 여행을 많이 다녔던 내게도 그런 에피소드가 참 많다.


* 활동하던 커뮤니티, 카페 등에 제가 직접 올렸던 글 중 일부를 발췌하여 올립니다.



Episode 2: 중국 편


When: 2010년 겨울무렵 

Where: 중국 상해(구베이)

상황:

- 중국어를 한마디도 못하던 때에(실은 지금도 한마디도 못함), 중국에 몇 달간 나갈 일이 있었음

- 나 혼자 나가는 것이 아닌 가족 전체가 나가는 것이라, 아무런 걱정 없이 나감(와이프는 중국 유학생 출신이며, 중국어 통역 일을 할 정도로 중국과 중국어에 전문가임)

- 매일같이 와이프 뒤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님

- 장모님께서 김포 to 홍차오로 오시기로 하심. 



장모님께서 상해로 들어오시기로 한 날, 

집이 구베이 쪽이었기에, 푸동이 아닌 홍차오 쪽으로 들어오시기로 했는데, 

하필 장모님을 모시러 가야 하는 그 시간에, 

돌쯤 된 아이는 갑자기 잠이 들었다. 


추운 날이었기에 잠든 아이를 싸매고 나가는 것보다는 

한명은 애를 보고 집에 있고, 한명만 나가기로 했는데, 

애를 보는 것도, 모시러 가는 것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수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애기가 중간에 깬다면, 분명 엄마를 찾으며 많이 울텐데...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중국어 한마디도 못하는 내가 공항까지 갈 수 있을까? 


아, 어쩌지? 


그런데 공항 가는 것은 택시만 올라타면 되는 것이기에, 

훨씬 나을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러, 

내가 장모님을 모시고 오겠다고 하고 집을 나섰다. 



택시에 올라타자마자 멋지게 목적지를 말한다.


나: 홍차오에어포트, please

기사: @#$%#%@$#^$&(중국말)....


나: (좀 더 또박또박하고, 천천히) 홍.차.오.에.어.포.트.

기사: @#$%#%@$#^$&@^@%^#&@&#^@(좀더 길어진 중국말)....


나: 에어포트!!! 에어포트!!!!!! 에!! 어!! 포!!! 트!!!

기사: @#$%#%@$#^$&@^@%^#&@&#^@^#&@&#^@(중국말. 약간 억양 세지고 더 길어짐)....


나: (주눅 들어) 비행기... (혹시 중국어처럼 하면 알아들으려나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비행구어(비행기)? 항구엉(항공) 하~앙구어엉(약간 4성 흉내 내, 최대한 중국말스럽게 한다고 함) ...

기사: @#$%#%@$#^$&@^@%^#&@&#^@(중국말. 억양 고조... 점점 화난 것처럼 보임)....


나:(울기 직전) (손가락으로 좌측하단에서 우측 상단으로 올라가는 흉내 내며,,,) 슝~ 슈우웅~

기사: (알아들었다는 듯이) @#$%!!!!. (그런데 방향은 홍차오 공항 쪽이 아닌 쪽으로 자꾸 감)


나: 울기 시작



결국,

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고,

아내가 전화로 기사 분께 직접 말해줘서

홍차오 공항까지는 무사히 있었다.

(사실, 처음부터 전화를 해서 부탁했다면 겪지 않았을 일이었는데, 혹시라도 전화벨 소리에 아이가 깰까 하는 걱정 때문에 안 했었다. 물론, 아이는 내 벨소리에 깼다.)



그 뒤로는 혼자 나갈 일 있으면 아내가 "죽지 않고 돌아올 수 있는 중국어 10마디" 정도 정리해서 지갑에 넣어가지고 다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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