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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파씨바 Apr 02. 2024

난 오락이 싫어요

오락을 하며 자랐지만 게임을 한다.  

#1. 오락실의 추억





인베이더, 갤러그, 너구리, 제비우스, 올림픽, 1942, 원더보이, 버블버블, (4할 9푼 9리 타자가 나오던) 야구, 테트리스, 스트리트파이터...


"지능계발"이라고 크게 쓰여있던 "오락실"에서 내가 즐겨했던 "오락"이다.


"게임"이라는 표현보다는 "오락"이라는 표현을 주로 썼었고,

그렇기에 게임기가 가득 놓여있었던 그곳은 "전자오락실"로 불렸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지능계발"을 맡겠다며 "오락"이라는 행위의 순기능을 어필했던 전자오락실은,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없어졌고,

PC방, 플스방 등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그때부터는 "오락"이라는 표현은 "게임"으로 대체되어,  거의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일반적인 기준이라면 "사어"에 가까워 보이는데,

줏대 있는, 혹은 집념의 내 친구들은 여전히 "오락"이라는 표현을 쓴다.


자녀들이 "오락"을 너무 좋아해서 걱정이라고도 하고,

"오락" 중 어떤 "오락"이 재미있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오락"을 하는데 어떤 폰이 좋은지 물어보기도 한다.





#2. 오락실 세대의 대화


몇 년 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사는 게 바빠 얼굴 한 번 보기가 쉽지 않은 나이가 된 우리지만,

추진력 있는 한 친구의 노력으로

몇 년 만에 서로를 볼 수 있게 되었다.


A는 졸업 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고,

B와 C는 졸업 이후에도 1년, 혹은 2년에 한 번씩은 소주 한잔 같이 하고는 했는데,

A, B, C, 그리고 나까지

4명이 만났고 근황을 묻기 시작한다.


난 게임 쪽 일을 하고 있던 때였고,

A가 내 안부와 근황부터 묻기 시작한다.



A: 잘 지냈어? 요즘 어떻게 지내? 너 직장은?

B: 아, 너희 졸업하고 처음 만나는 거지? 얘(실제로는 당연히 욕이었다), 거기 다니잖아. 오락 회사!!!



헐!!!!

오락 회사???

오락 회사라니!!!


아무리 나이가 들어가는 친구들이라 해도,

"오락 회사"라는 표현은 꽤나 신선하면서도 꽤나 부끄럽게 느껴졌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겠으나,

게임 회사에 다니는 그 어떤 사람도,

"오락 회사"에 다닌다고 자기를 소개하거나,

"오락 회사"라는 표현으로 자기에게 이야기하는 경험을 가진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B와 C를 비교해 보자면,

C가 훨씬 젊은 생각과 젊은 외모로 살기에,

"오락 회사"라는 표현에 대해 C가 뭐라도 한 마디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C를 보던 그때,

역시 내가 기대했던 대로 C가 말한다.



C: 야(실제로는 물론 욕이었다)!!! 오락 회사가 뭐냐? 오락 회사가!!! 없어 보이게!!!

B: 오락 회사 맞잖아? 오락 회사 아냐?

C: 뉴스랑 책 좀 봐라, 친구야(욕이었다, 당연히).

B. 그럼 뭐라 해야 하는데?



C: E-sports!!! E-sports!!! 오락 아니고, 인마!!!



그래, 그렇지, 뭐. 

잠깐이라도 뭔가를 기대했던 내가 잘못한 것일 것이다.   


요즘도 그 친구들을 여전히 "오락회사"에 대해 묻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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