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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파씨바 Apr 16. 2024

라파엘 지갑 속의 비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1. 내 영어 이름은 "라파엘"입니다.


살아계셨던 내내,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어머니와,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쯤부터 성당에 다니시기 시작하며 신앙심이 무척 독실해지기 시작한 아버지는

정말로 종교 생활을 열심히 하셨다.


피아노를 전공하신 어머니는 평생을 성당에서 반주 봉사를 하셨고,

아버지는 전례단, 해설자 등으로 봉사를 하셨다.


두 분께는 주일 미사가 그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

해외여행 일정을 짤 때에도 주일은 최대한 끼지 않고 다녀오시려 했고,

혹시라도 주일이 낀 해외여행의 경우에는, 현지에서 먼 성당까지 찾아가 미사를 드리며 미사를 절대 빠지지 않는 분들이었다.


부모님 댁은 반은 성당, 반은 가정 집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책장 가득 온갖 천주교 서적이 빼곡히 꽂혀 있었고,

집안 구석구석 마치 "성물방"인양 성물이 한가득했다.


그런 집안에서 자란 나 역시도, 어렸을 때 세례를 받았고,

이후로 독실하지는 않지만 평생을 가톨릭 신자라는 생각을 늘 하며 살았다.


업무적으로 쓰는 내 영어 이름도 바로 성당 세례명인 "Raphael"이다.




#2. 독실한 불교 집안

하지만 와이프 쪽은 독실한 불교 집안이다.

(와이프는 "독실한 무교"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우리 결혼식 날짜는 그 해에 가장 "길일"로 "택일"되었고,

사를 갈 때에도 "손없는 날"을 "택일"되는 등,

어떤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반드시 "택일"의 과정이 있다.


정말로 바쁘신 장모님께서는 독실한 불교 신자로서 그 바쁜 가운데에도 절에 가는 일정은 빼놓지 않고 꾸준히 다니시고, 절에 가시거나 아님 댁에서나, 늘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를 하신다.




#3. 종교 대화합

결혼을 앞두고, 양가 집안은 적절하게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했다.


처가에서는 불자로서의 "자비"의 마음으로 성당 신자와 비신자 간의 결혼 시 하는 관면혼배를 있도록 배려해 주셨고,  

본가에서는 가톨릭 신자로서의 "사랑"의 마음으로, 처가 쪽에서 결혼 날짜를 "택일"을 하실 수 있게 배려하셨다.  




불교 집안에서 자라나 천주교 집안 며느리가 된 와이프는 결혼 후 몇 년이 지나 세례를 받았다.

그야말로 쉽지 않은 과정이었음에도 아이들 모두 첫 영성체까지 시켰다.


천주교 집안에서 자라나 불교 집안 사위가 된 나는 부적을 가지고 다닌다.

차에 하나, 사무실에 하나, 그리고 지갑 속에 하나.


종교 대화합!

불교와 천주교의 만남!


염주인들 어떠하리

묵주인들 어떠하리


종교가 무슨 상관일까?

서로가 서로의 종교를 통해, 서로를 위해주고 기도하는 마음,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사진 출처: 서울신문)

화가인 김인중(왼쪽) 신부와 시인인 원경 스님이 지난 4월 충남 청양의 ‘빛섬 아트갤러리’에 전시된 김 신부의 그림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파람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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