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명반 중의 명반, 그 앨범 속 한 곡
#1.
요즘은 듣고 싶은 음악을 누구나, 어디에서나, 아무 때나 쉽게 찾아들을 수 있지만,
인터넷이 없던 그 시절,
그때는 듣고 싶은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전무했던 것 같다.
LP나 카세트테이프를 사거나,
혹은 하루 종일, 지지직거리는 라디오 앞에서 그 음악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한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올지 안 올지도 모른 채, 도착 시간도 모른 채,
한없이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그러다가 그 곡이 라디오에서 나오면,
그 곡을 틀어주는 DJ에게 얼마나 고마운 마음이 들었던지...
한참을 기다렸다가 드디어 라디오에 나왔던 노래가, 하필 그 방송의 맨 마지막 곡이라,
1절이 채 끝나기도 전에 페이드 아웃되었을 때의 그 서운함과 허무함도 꽤나 컸던 것 같다.
#2.
그 시절,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방법도 마땅치 않았지만, 우연히 들은 좋은 노래의 정보를 찾는 것도 정말로 쉽지 않았다.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이니 검색을 하는 것도 불가했고,
내가 몇 년 간 너무 잘 쓰고 있는 모 포털의 음악 검색을 통해, 음악을 인식해서 음원 정보를 찾아 바로 "좋아요"를 눌러놓고, 그 "좋아요"리스트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좋은 음악들을 따로 듣는 것은 상상도 못 하던 시절이었으니...
새벽 시간이었으니, 아마도 전영혁 씨가 하던 라디오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그날 밤의 내 마음에 와닿는, 그 시간대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곡이 나온다. 소름이 돋을 만큼 좋았던 것 같다.
아, 정말 너무너무 좋은 곡이네.
무조건 내일 이 음반을 사리라.
하지만, 곡이 끝나자, 전영혁 씨는 이 곡의 가수와 제목을 말해주지 않았다. 아마도, 곡을 틀기 전에 말했으리라.곡의 제목을 말할 때 하필 잠깐 물을 마시러 다녀왔던 나를 원망하며, 이후 몇 달을 또 라디오에서 이 곡을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결국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운명처럼 또 다시, 전영혁 씨의 프로에서...
그때의 그 감동이란...
내가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만난 곡은,
바로 Paradise Cafe라는 곡이었다.
발매일: 1984.11.01
다음날 당장 음반가게를 갔고, LP가 없다고 하여, 급한 마음에 카세트테이프로 구매를 했다.
Barry Manilow의 <2:00 AM Paradise Cafe>라는 앨범.
가요 위주로 편식을 하는 나이지만,
꼭 소개를 하고 싶은
너무도 아끼고 사랑하는 Pop 앨범이다.
재즈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곡들이 가득한 앨범...
앨범 전체가, 그야말로 모조리 싹 좋다.
매년 가을쯤이면 꼭 찾아 듣게 되는 When October goes도 좋고,
몇 달간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찾아낸, Paradise Cafe도 좋고....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광고음악으로 많이 쓰이는 베리 매닐로우의 정통 발라드 곡들도 좋지만,
난 이 앨범에 있는 베리 매닐로우의 곡들이 가장 좋다.
한 가지 신기했던 것은,
카세트테이프로만 느낄 수 있었던 듯한데,
곡과 곡 간의 텀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이 앨범 곡 전체를 택해, 틀어보니,
약간은 그 느낌이 느껴지는 것 같다.)
보통 2-3초 간의 텀을 주고 분위기를 바꾸어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데,
이 앨범은 곡들 사이에 거의 텀이 없었고,
이전 곡에서 그다음 곡으로 넘어갈 때 전혀 어색하지 않게,
마치 한 곡인 것처럼 넘어가게 만들어져 있었다.
마치 테이프 한 면의 20여분이 한 곡으로만 채워진 듯하도록...
글을 쓰며, 앨범을 틀어놓고 있는데,
여전히,
아직도,
너무도 좋다.
* 위키를 찾아보니, 이 앨범이 3일간 리허설을 거쳐, 원 테이크로 라이브로 작업이 되었다고 한다. 가능한 일인가? 그래서, 텀도 없이 그렇게 만들었던 것이구나. 그야말로 놀랍다(https://en.wikipedia.org/wiki/2:00_AM_Paradise_Ca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