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트랙] 해지는바닷가에서스털링과나는 by 조규찬

그때 그 시절, 참으로 운 좋은 시대에 살았던 나

by 스파씨바

그때 그 시절 2



#1.

가만있어보자.

그 시절, 콘서트 티켓은 어떻게 샀더라.


분명히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이니,

OO파크 티켓이나, O론 티켓 등등은 없었을 때이고...


가물가물한 기억 속,

흐릿하게 기억이 났다.


맞다. 그랬었지.


공연일보다 며칠 앞서 공연장에 직접 가서 사거나,

동네 레코드 가게에서도 살 수 있었지.


콘서트 정보도,

레코드 가게에 붙은 포스터나,

"OOO 콘서트 티켓 판매 중"이라고 레코드 가게 사장님이 직접 써서 붙인 A4 지를 보고 알 수 있었고.



#2.

친한 친구가 학교에 등교하자마자,

어제 도곡동 화실 근처 레코드 가게에서 봤다던 콘서트 정보를 공유했다.


나와 내 친구 모두 좋아하기 시작한 뮤지션이었기에,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콘서트에 가기로 약속을 했고,

그 친구를 통해 레코드 가게에서 콘서트 티켓을 샀고,

며칠 뒤 같이 압구정동 콘서트 장으로 갔다.


너무 오래되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압구정 현대백화점 지하 2층의 소극장이었던 것 같다.



#3.

이승환 & 박선주 조인트 콘서트.


지금은 가요계의 전설, 혹은 거목이 된 어마어마한 뮤지션들이지만,

그땐 이 분들도 한없이 신인들이었던 시절이었다.


이때가 1990년 봄쯤 되었던 것 같은데,

1989년 10월에 발매된 이승환 씨 1집에서 "텅빈 마음"이라는 곡이 아주 조금씩 방송에 나오기 시작할 때였고,

박선주 씨는 1990년 2월에 1집을 발매하자마자 쯤이었으니.


이승환 씨는 이미 이때부터도 공연의 신답게,

정말로 공연을 잘했던 기억이 난다.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를 불러 내게 주었던 감동은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고,

2집에 실렸던 "하숙생"과 나중에 이오공감에 실렸던 "플란다스의 개"도 이 날 공연에서 미리 들을 수 있었지.


코러스, 연주자들까지 완벽했던 공연,

이후 몇 차례 이승환씨 공연을 찾아갔을 때에도, 매번 최고의 공연이었지만,

내겐 이 공연이 가장 큰 감동으로 아직 남아있다.


박선주 씨 역시 어마어마한 성량으로 보컬의 신의 모습을 보여주었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속에서"를 기타 하나로 부르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이 날 공연에는 특이하게도 공연 중간이 아니고 공연이 끝나고 게스트가 나왔는데,

1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신인 중의 신인,

조규찬 씨였다.


매년 가을에 대회가 개최되는 대회니,

조규찬 씨 역시 1회 대상을 받고 몇 달 안 되서였을 때였던 것이다.


주변 관객들은,

조규찬이라는 가수가 누구인지 몰라 웅성웅성대기도 했었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공연이 아닌가.


이승환, 박선주, 그리고 조규찬이라니.


이 셋의 열정은 예정시간이었던 2시간을 훌쩍 넘어,

거의 3시간 넘게 이어졌고,

공연이 너무 길어져 혹시라도 "독서실 땡땡이" 친 것을 부모님께 들킬까 봐,

조마조마해하며 돌아왔었더랬지.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이 공연의 티켓 가격이다.



현매 5,000 원, 선 예매 4,500원.


4,500원으로 이승환과 박선주와 조규찬을 같이, 그 훌륭한 공연을 3시간을 넘도록 볼 수 있었던 나는,

참으로, 운 좋은 시대에 살았던 것 같다.



해지는 바닷가에서 스털링과 나는 by 조규찬

https://youtu.be/TTZtzude9C0


발매일: 2019.03.07

작곡: 조규찬

작사: 조규찬

편곡: 조규찬


어렸을 때부터 음악적 취향이 비슷했던 친구들의 단톡방에 조규찬의 신보 정보를 공유했다.

조규찬의 신곡이 나왔는데 좋으니 들어보라고.


해지는 바닷가에서 스털링과 나는...

이라는 다소 긴 제목의 곡.


그리고, 아예 리피트를 걸어놓고 한없이 반복해 듣는다.


예전 앨범들에서,

내가 좋아하던 "서울 하늘"이나 "그대 내게"를 들었을 때 그랬던 것처럼.


내가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가수 중 하나인 조규찬 씨의 보컬은 여전히 좋다.

아들을 생각하며 썼다는 가사도 좋고.


며칠 뒤, 신보 정보를 공유했던 친구 중 한 명이 단톡방에 글을 남긴다.


"조규찬 신곡 소개 고마워. 노래 너무 좋더라고.


어제 일 마치고 집에 가며 차에서 네가 추천한 곡이라며 와이프에게 이 노래를 크게 틀어줬는데,

갑자기 와이프가 막 울더라구.


길가에 차 세워놓고 이 노래 들으면서, 둘이 같이 펑펑 울었어.

왠지 모르게, 그냥 눈물이 막 쏟아지더라구."


이 글을 쓰며 이승환, 박선주, 조규찬 각각의 근 30여 년간 발표했던 수많은 주옥같은 곡들 중 어떤 것을 택할까 고민을 하다가, 이 친구들이 생각나 이 곡으로 택하게 되었다.




P.S 며칠 전 또다시 조규찬 씨 싱글이 나왔다.

<오래된 가수>라는 제목의 곡.

https://youtu.be/mTC5p-dRdOg



이제는 꿈의 시효도 끝난 이제는 현실에 맹종하는 잊혀짐에 익숙한 생활인이 된 나는 오래된 가수

한 때는 새 노래를 내놓으면 한 때는 인터뷰 제의도 들어오곤 했던 나였지 그 땐 그게 당연한 일이라 여겼어


이젠 모두 다 지난 일 이제는

어쩌다 고작 별 네 개짜리의 가수가 됐느냐는 동정어린 댓글을 받는 난 지워져 사라져 가

내 새 노랜 품평 받는 흔하디 흔한 기호품일 뿐이라는 그 엄연한 현실에 고갤 떨구는 일만이

어렵사리 내게 주어진 유일한 일임을 꾹 삼키는 일


요새 난 자주 고민에 빠져 이제 그만 멈출 때가 된 것 아니냐고 자문하곤 해

가수 생명은 이제 끝나지 않았냐고 더 버티면 버틸수록 더 초라할 뿐 사랑받기엔 너무 말라버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꽃잎도 잎사귀도 없는 난 지워져 사라져 가

내 새 노랜 품평 받는 흔하디 흔한 기호품일 뿐이라는 그 엄연한 현실에 고갤 떨구는 일만이

어렵사리 내게 주어진 유일한 일임을 꾹 삼키는 일


그럼에도 이런 내 노래를 들어주는 그대여

고마워요

고마워요



본인의 이야기리라.

마냥, 슬프다.


오래된 팬으로서, 모두를 응원해 본다.


이승환, 박선주, 조규찬...

그리고 그 시절 많은 이들을 위로하고 보듬어 주던 음악을 하던 많은 뮤지션들...


여전히, 당신들의 음악을 아끼고 사랑하고 찾아 듣는 사람이 있으니,

계속 좋은 음악 들려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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