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을 넘는 통찰 (1부. 자각성지)

1. 자각성지(自覺成智) – 스승 없이 스스로 깨우치다

by 이영우

우리는 흔히 이렇게 믿습니다. 서민은 가난하지만,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산다고요.

반면, 범죄자는 인내심이 부족하고, 쉽게 돈을 벌려는 사회 부적응자라고요.


저 역시 오랫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범죄자보다는 성실하게 살고 있다고, 스스로 안도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 믿음은 서서히 금이 갔고,

틈새로 스며든 진실 앞에서 저는 결국 이런 고해성사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저씨는 구름처럼 쓸모가 없어요.


기형도 시인의 시 〈엄마 걱정〉 속 한 구절입니다. 그 말은 무거운 돌처럼 제 마음을 짓눌렀습니다.

저는 구름처럼 무해한 사람일 뿐이었는데, 그 무해함을 성실함의 증거라고 착각해온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압니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과, 성실하게 살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평가라는 것을요.


가난의 밥상머리에서 자주 듣던 말들이 있습니다.

“남에게 해만 끼치지 말고 건강하게만 자라라.”

“착하게 살면 하늘이 복을 내린다.”

“다리 떨지 마라, 복 나간다.”


겉보기에는 따뜻해 보이지만, 사실은 기복신앙에 가까운 무책임한 주문이었습니다.

저는 오늘 이 글에서 그 허위를 찢어내고 싶습니다.




약 10여 년 전, 철학자 강신주 작가의 라디오에 한 청년이 사연을 보냈습니다.

저는 사진작가를 꿈꾸는 20대입니다.
고등학생 때는 폭력서클에서 친구 돈을 빼앗기도 했지만,
지금은 마음을 고쳐먹고 보조로 일하며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돈이 너무 적고, 데뷔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합니다.

그때 옛 친구가 제안했습니다.
‘아직도 그런 돈 받고 일하냐? 우리 나이트클럽 와. 내가 부장 자리 만들어줄게.’
자존심은 상했지만 솔직히 흔들립니다. 작가님, 저는 가난해도 꿈을 좇을까요, 아니면 현실을 받아들여 돈을 택할까요?


강신주 작가는 의외의 대답을 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현실과 타협하는 걸 쉬운 길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정반대로 봅니다. 현실과 타협하는 일은, 꿈을 좇는 것만큼이나 어렵고 힘든 길입니다.
착각하지 마세요. 나쁜 짓을 한다고 해서 저절로 돈이 굴러들어오는 법은 없습니다.

이분은 아직 꿈도, 현실도 끝까지 버텨본 적이 없는 분 같아요.
그래서 여전히 그 무게를 모르는 어린아이일 뿐입니다.
그러니 차라리 나이트 부장 일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 일을 진심으로, 성실하게 해낼 수 있다면 언젠가 꿈꾸는 일도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겁니다.


그때는 뜻밖의 대답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그것은 가장 현실적이고 따뜻한 조언이었습니다.

쉬운 길은 없다. 어떤 길도, 끝까지 성실히 걸어야 비로소 길이 된다.


이제부터는 조금 더 매운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범죄자들의 경험담입니다.

무려 네 가지나 됩니다. 하나하나가 여느 강연보다 값진 교훈을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제가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범죄자들에게는 ‘성공 매뉴얼’ 같은 게 없다는 사실입니다.


‘직장 다니며 룸살롱 차리기’

‘조폐공사도 속이는 위조지폐 비법’

‘100일 만에 완성하는 불법 다단계 매뉴얼’

이런 자기계발서는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들은 남에게 배우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익히고, 스스로 실험하며, 모든 결과를 자기 몫으로 감당했습니다. 세상의 규칙을 깨고, 대신 자기만의 규칙을 세운 사람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부지런했고, 치밀했으며, 놀라울 만큼 절제력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서 ‘성공법’이 아니라 살아가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네 가지 사자성어로 정리했습니다.


다만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께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범죄자입니다.

결코 존경의 대상도, 경외의 대상도 아닙니다. 저 역시 그들의 삶을 미화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가장 어둡고 초라한 곳에서야 비로소 우리가 붙들고 있던 ‘옳음’의 오만함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이 글을 쓰는 겁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1. 자각성지(自覺成智) – 스승 없이 스스로 깨우치다

15여 년 전, 경찰을 놀라게 한 위조지폐 사건이 있었습니다.

범인은 놀랍게도 60대 노인이었습니다.


“어떻게 위조했습니까?” 경찰이 묻자, 노인은 짧게 대답했습니다.

“포토샵.”


믿기 어려운 말이었습니다. 당시 포토샵은 지금처럼 직관적이지 않았습니다. 젊은이들도 어려워하던 프로그램이었죠.


경찰은 시험 삼아 시연을 요청했습니다.

노인은 단축키를 자유자재로 쓰며, 눈으로 따라가기조차 힘든 속도로 위조지폐를 만들어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배우셨습니까?”

“인터넷 무료 강의요.”


언론에 보도되자, 댓글창은 의외의 반응으로 가득 찼습니다.

비난보다 더 많았던 건 청년들의 자책이었습니다.

나는 그동안 뭘 하고 있었던 거지…
돈 없다는 핑계도 못 대겠다.
60대도 독학을 하는데, 나는 시도조차 안 했다.


그때 많은 이들이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기회가 없었던 게 아니라, 의지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 당신의 삶에 스승도, 조건도, 기회도 없어 보입니까?

그 모든 핑계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대답이 있습니다.

“인터넷 무료 강의요.”


그 노인은 수많은 청년들의 무너진 자존감 앞에, 낯 뜨거운 거울처럼 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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