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녕 쌩글삶글 May 01. 2020

『저 산 너머』와 남상원 회장의 영화사랑

- 김수환추기경 어린시절 영화 『저 산 너머』4월 30일 전국개봉

[논산사람 논산사랑]  

ID&Planning그룹 남상원 회장의 영화이야기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다룬 영화 『저 산 너머』가 4월 30일 개봉된다. 논산시네마에서 작년 4월 상월면 숙진리에서 크랭크인한 지 1년 만의 일이다. 이 영화를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논산의, 논산에 의한, 논산을 위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추기경의 재탄생과 논산의 경사


영화 『저 산 너머』는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그 시절, 가족의 사랑 속에서 ‘마음밭’에 특별한 씨앗을 키워간, 꿈 많은 7살 소년 수환의 이야기를 그린 힐링 무비다. 맑은 영혼의 7살 아이 김수환이 믿음을 키워가는 성장담 속에서 헌신적인 어머니의 애정어린 교육,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가족사랑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이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주인공 김수환 추기경과 논산과의 연(緣)이다. 


김수환, 그는 누구인가? 47세에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연소로 추기경에 오른 그는 2019년 4월 ‘세계선교모범 14인’에 선정되었다. 예수 탄생 이후(AD) 2000년에 뽑힌 선교모범 14인 중 하나로, 현재 성인시복 절차가 진행중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생전에 자신의 족보를 찾아내려 애썼으나 무위로 그쳤었다. 병인년 멸문 가족이니 족보찾기가 쉬웠을 리 만무하다. 지난 해 촬영과 동시에 진행된 역사 고증 과정에서 김추기경은 사계 김장생 선생의 11대 후손으로 밝혀졌다. 경사는 겹쳤다. 광산김씨 사계 돈암서원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경사이다. 


논산은 김수환 추기경의 할아버지 김익현의 생가이다. 병인박해(丙寅迫害)가 극에 달하던 1868년 연산에서 붙잡힌 김익현은 해미로 끌려갔다가 다시 한양으로 압송되어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김추기경의 조부 생가가 연산면 표정리인데, 영화 주촬영지가 그 옆 동네인 숙진리이다. 150년 후의 연이 그렇게 이어진 것이다. 



남상원 회장의 논산사랑영화사랑


영화에 장기훈수꾼 역으로 출연할 뿐 아니라 『저 산 너머』의 총 제작비 40억 원을 전액 투자한 아이디앤플래닝그룹의 회장 남상원 씨 역시 논산 출신의 기업인이다. 불자인 남회장이 카톨릭 영화 제안을 받았을 때, 처음에는 손사래를 쳤다. 그러고 집에 와서 챙겨왔던 책을 들춰보았다. 동화작가 정채봉 선생이 쓴 《저 산 너머》였다. “이 시대의 획을 그으신 큰 어르신이면서도 이웃집 아저씨처럼 소탈한 분이구나 하는 느낌이 확 오면서, 이 인연을 뿌리치면 평생 후회할 거 같더라구요.”


영화 촬영지 선정부터 촬영 현장 한복판에서 단역으로 출연함은 물론 족보찾기 등 세부작업에 시종일관 동행하였다. 건축업으로 대성한 그는 현재 ID&Planning그룹의 총수로서 문화사업에도 남다른 족적을 남겨가고 있다. 그는 국민소설가 김홍신 문학관을 논산에 우뚝 세웠다. ‘저 산 너머’를 계기로 지난 1년 동안은 영화계에 투자를 시작, 이제는 칸느영화제 출품 등 영화사업가로서의 변신도 성공했다. 남상원 회장은, 신부이기 때문에 대가 끊겨진 김수환 추기경의 후손이기를 자임할 정도로 추기경님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남다를 뿐 아니라, 역사적 고증에서도 웬만한 향토사학자 못지않다. 



영화는 일사천리로 진도를 나갔다. 메가폰은 영화 『해로』로 대종상 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받은 최종태 감독이 잡았다. 최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선배로서 둘 사이의 친분은 남다르다는 후문이다. 김추기경의 어머니로 분한 이항나는 봉감독이 추천한 배우였다. 이 외에 영화와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안내상, 강신일, 송창의, 이열음이 관객들을 100년 전으로 끌고 갔다. 주인공으로 열연한 아역 배우 이경훈은 260대 1의 경쟁을 뚫고 발탁된 철부지 동심이다. 


논산에 생겨날 새로운 성지순례길


영화의 대부분 장면이 논산에서 촬영되었다. 숙진리 세트장 옆의 대명리, 양촌, 벌곡면 검천리 등이다. 영화 마지막 촬영 장소 역시 고창 선운사 말사인 도솔암 아래 동굴로 김대건 신부가 최초로 미사를 집전한 장면을 그곳에서 촬영했다. 

영화의 제작진 70여 명이 진친 캠프가 논산의 김홍신문학관이었다. 단역이긴 하지만 논산 사람들이 상당수 출연하였다. 강경 나바위 성당 미사 때는 김형도 도의원을 비롯하여 연무대 군인들이 대거 출연하였다. 당시 평민은 요즘 군인 머리와 흡사하였기 때문이란다. 

이 영화는 논산이 주 촬영지라서 전국 최초의 시사회를 2월 마지막날 논산으로 계획했었다. 코로나19로 연기를 거듭하다가 4월 25일 논산시민과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사회를 가졌다. 논산시장은 이 영화가 논산 홍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지대하다 보고 홍보비를 지원해 주기도 했다. 논산시도 이 영화 제작에 동참한 것이다. 시사회는 논산시네마 3~4층에서 동시에 열렸고, 시사회 후 마련된 다과회에서는 각자 영화 본 소감들을 나누었다. 


김수환 추기경과의 친분이 남달리 도타웠던 김홍신 작가는 이 네 번의 시사회에 모두 참석해 영화를 관람했고, 그의 추천사는 영화의 관전포인트를 잘 짚어준다. “다큐멘터리일 거라는 예측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사람마다 ‘고통 채널’이 있기 마련이다. 고통 채널을 ‘희망 채널’로 바꾸어준 선각자의 혼울림을 알려준 영화 『저 산 너머』를 처음 보면서 일 년 동안 흘릴 눈물을 한꺼번에 다 쏟아버렸다. 두 번째 봤을 때는 영상미에 반하고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 정신력을 배웠다. 세 번째는 시대를 이끄는 힘과 그 울림으로 더불어 살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네 번째는 추기경께서 남긴 ‘바보’라는 화두가 신비로운 비밀로 다가왔다.”


일견 카톨릭 영화로 비칠 수 있는 이 영화 개봉일은 석탄일인 4월 30일, 사월초파일이다. 이성호 제작자는 『저 산 너머』가 종교영화라는 프레임에서 출발한 것이 아님을 전제하면서, 굳이 구분한다면 ‘가족영화’로 자리매김되면 좋겠다고 개인 의견을 밝힌다. 개봉 날짜를 5월 가정의 달로 잡은 이유도 미루어 알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하여 침체된 사회, 가정에 가족애로 활력을 불어넣어줄 힐링영화 『저 산 너머』가 바로 내 곁에 있다. 


[글] 이지녕

위 글은  『논산시정신문』 제25호(2020-04-30일 발행)에 실렸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