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취학아동과 함께 하는 뉴욕 문화생활
남편은 아들을 낳으면
함께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농구를 하는게 꿈이라 했다.
어떤 친구는 딸과 나란히 앉아
패디큐어를 받는것이 로망이라 했고,
데리고 찜질방에 가서
양머리를 해보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나는 딸이 조금 크면 손을 잡고
다양한 문화생활을 함께 하는것을 가장 기대했다.
전시는 워낙 자주 다니는 편이라
하진이는 자연스럽게 아주 아기때부터
미술관이나 갤러리 전시등은 유모차에 실려서나
아장아장대면서도 많이 갔다.
만 3세가 된 올해부터는 공연도 여러번 보았다
지금 7월인데 올해로 이미
브로드 웨이 쇼 라이언킹,
ABT (American Ballet Theatre)의 창작 발레
The Whipped Cream,
오프 브로드웨이 쇼인 블루맨 그룹 쇼.
이렇게 세가지를 보았다.
라이언 킹은 낮잠시간에 걸리는 바람에
2막 중간에 잠들어 버렸지만 ㅋ
발레는 1막만을 볼 각오로 갔다가
인터미션에 아장아장 화장실 다녀와서
끝까지 앉아 본것은 물론 커튼콜까지도 보고서야 나왔다.
지난 금요일에 다녀온 블루맨 그룹의 쇼는
그야말로 프로관람러가 되어 90분 내내 즐기고 왔다.
뮤지엄이나 공연에 어린 애를 데리고 다니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이벤트성으로
“문화체험” 하지 말고
“문화 생활” 이 되면
아무리 어린 아이도 금새 기본적인 매너를 배울 수 있다.
하진이와 함께 전시를 보러 다니면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다.
루벤스 작품의 반사판 조명을 받은듯한
화려한 색채를 살펴볼때
하진인 말발굽에 밟힌 여우가 너무 불쌍타고
그림 멀리 멀리서서 호 불어주고 있다.
르 꼬르뷔지에가 그린 부인 이본느의 초상화는
4평짜리 집에서 살아야 한다고 강요하는
괴짜 남편과 살아야 했던 여인은
이렇게 생겼구나 하고 있는데
하진이 아줌마가 빨간 입술을 발랐다고
참 예쁘다 박수를 친다.
이미 여러번 본 블루맨그룹이나 라이언킹도
그녀와 함께 보면 모든것이 새롭게 보인다.
블루맨을 본 다음날
지하철 역에서 정신이 살짝 나간 할머니의
짙은 화장을 보고 하진이 세상 진지하게
“엄마... 블루맨이 왜 낮에....?” 라고 해서 깔깔 웃었다.
예술을 즐기는 것은
일상에서의 쉼이다.
눈 아플때 녹색을 많이 보라는 것처럼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보는 것은
쉬어감이고 햇볕쬐기다.
한참 가슴이 꿈틀꿈틀하던 20대에는
대가의 작품을 보고 눈물이 핑 돌던때가 많았다.
용돈을 꼬불쳐 디스카운트 티켓을 사서 들어간
뮤지컬을 보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이들고 그것조차 일상적이 되어가며
언젠가부터 내 일광욕은 그렇게까지
찬란하지 못했다.
구름이 슬쩍 낀듯 희미한 날씨에
그래도 집에 있느니 잔디밭에 누워 있는 정도였는데
하진과 함께 하니
다 다시 찬란하고 가슴이 뛴다.
쫙쫙 내리쬐서
몸안이 엽록소로 가득차
피부색이 녹색이 될 것만 같다.
July 27th Blue Man Group
July 28th The Met Cloister Heavenly Bod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