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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bob 심지아 Jul 27. 2018

삶은 삶는것

삶아지지 말고.

삶은 쏘시지 라는 제목은

딸아이 도시락을 싸다가 튀어나왔다.


하진이가 말을 할수 있게 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게 되면서

흘려보내기에 너무 아까워

페이스북에 적어두거나 아이폰 노트에다가

적어두고 있었는데,

그걸 사용해 웹툰을 그려볼까. 싶어졌다.

방치해두었던 브런치 계정도 떠오르고

그럼 제목을 뭘로 하지,

뉴욕육아를 줄여서 뉴육? (꿱X)

제목을 너무 할게 없어서

시작을 못하고 있다가

뭐가 그렇게 어렵고 진지하냐,

대충해.

도시락도 대충싸.

쏘시지나 넣어줄까.

이러다가 튀어나와서 정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맘에 쏙 드는 제목.

삶은,

(질문 자체가 진지충 햄릿스러움.)

삶은 사는 것이지. 살아지는게 아니라.


일을 다시 시작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그렇게 애낳자 마자 일을 시작해

경단녀를 벗어났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대답은 너무나 간단하다.

뭐 어마어마한 노하우를 기대했다면 미안하지만.

그냥 하면 된다.

애봐줄 사람이 없어서 못하고

집안일이 너무 밀려서 못하고

남편이 말 안들어서 못하고

시부모님이 반대해서 못한다고.

그러지 말고 그냥 하는 방법밖에 없다.

다들 똑같다.

모든 집안일이 아름답게 완료된 집에

아이는 혼자서 그림처럼 놀고 있고

한켠에 마련된 넓고 새하얀 작업실에 모차르트를 틀고

남편이 은쟁반에 스케치북과 붓을 올려와 갖다 바쳐서

"어디 그렇다면 내가 한번 그려볼까?"

하며 시작한것 아니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인생은 무언가를 희생시켜야

다른 한가지를 얻게 되는 것이고

내가 집안일이나 육아를 어느정도 내려놓았다고 해서

남편이나 아이에게 못할짓을 하고 있는것도 아니다.

내 남편도

내 아이도

누구도 내가 내 인생을 희생하여

자신의 인생을 위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았으며, 기대하지도 않는다.

비록 기대한다 해도,

그 기대는 내 인생에게 정당치 못하므로

이루어줄수가 없다.

당연한 사실을 몰라주면

그들에게 (시댁이든 남편이든 누구든)

알려줄 수 있는 사람도 나뿐이다.

내 대신 나를 변호해 줄 사람은

소송에 휘말리거나

범죄를 저질렀을때 돈받고

변호해줄 변호사 말고는 아무도 없다.

몰라준다고 속으로 욕하고

비련의 아줌마가 되어

징징대봤자 아무 소용없이

그냥 나만 진상이 될 뿐이다.


내 아이가 위험에 처하면

당장 목숨도 바칠수 있지만

내 삶을 장악하는 주인이 될 수는 없다.


내가 내 인생을 전부 내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나쁜 부인이거나 나쁜 엄마는 절대 아니다.

그냥 내 삶은 내가 살기로 한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인간일 뿐이다.

나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서

내 인생을 적당히 내어주기로 했지만

나머진 확실하게 나로 살기로 했다.

그로 인해 놓치는 것들은 대충 살기로 했다.

삶을

삶아야지

삶아지기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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