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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bob 심지아 Jul 19. 2018

유니콘과 춤을

Dance with Unicorn


딸은 2015년 1월생.

2015년은 양의 해였지만

빠른생일 덕분에 하진이는 청말띠가 되었다.

여자 말띠는 드세다고 했는데,

난 말띠는 아니지만 성격이 제법 강한 여자로 살아보니

드센 여자로 산다는건 참 복받은 일이다.

예전에는 목소리가 크고 주장이 강한 여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하진이가 할말 못하고 진취적이지도 못해

세상에서 내어준 프로그램대로 살아가며

화분에 얕게 뿌리내리고

물뿌리개의 손길만 기다리는

실내 식물처럼 살아가길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가 말띠중에도

그리 드세다는 청말띠인것이 참 좋다.


그녀가 청말띠인것과 유니콘을 사랑하는 것은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독특하게도 큰 동물을 좋아하는 하진이는

토끼나 다람쥐처럼 작은 동물들보다는

(물론 토끼랑 다람쥐도 싫어하진 않는다만)

악어, 말 (세분화하면 유니콘), 늑대, 용 등 뭔가 미끈하고

멋지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동물을 특히 더 애정한다.

그래서 킥보드에다가 말머리 악세사리를

달아주었더니 늘 '유니콘'을 타고 어딘가 가겠다

말하는데 그것이 참 귀엽다.


초등학교 (나때는 국민학교였다!) 졸업반쯤에

캐빈 코스트너 주연의 <늑대와 춤을> 처음 보았는데

초딩이었던 난 개척자와 원주민들의 우정드라마보다는

인디언식 이름이 참 인상깊어

친구들과 인디언식 이름을 지어주고 노는게 유행했다.

엄청 유치하게

<똥꼬에 바지끼어>

<아까먹고 또 먹어>

이딴 이름들을 지어댔던것 같다.


영화에 나오는 인디언 이름중 기억에 남는건

<주먹쥐고 일어서>

<새 걷어차기>

<머리에 부는 바람> 등

매우 시적이면서도 강한 이름들이었다.

지금와서 보면

우리가 지었던 이름들과는 차원이 다른

참 철학적인 이름들이다.


내 맘대로

하진에게 인디언식 이름을 지어준다면,

영혼이 맑은 소녀의 말만을 듣는다는

마법의 뿔을 가진 상상의 동물

<유니콘과 춤을>

역동적이고 강한 힘을 가진 마법의 말

유니콘을 타고

당당하고 거침없이 빛을 찾아가는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이 되기를.





July 18th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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