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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bob 심지아 Jul 18. 2018

별빛아래 영화관

Upper West Side 89th street Playground


신혼때,

아직 남편과 단 둘이 오클랜드에 살고 있었을때.

집 앞에 요트 선착장이 있고

블루보틀 헤드쿼터가 있던 그 동네에 살 적에,

냉장고에서 차가운 맥주 두캔 꺼내들고

신랑 팔짱끼고 나가

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누워서 보던

야외 영화를 가끔 그리워 했었다.


내가 20대 초반에 살던 뉴욕은

40이 다 되어가는 지금과 너무 달라

이 도시의 모든것이 생소하다.

세살짜리 딸을 데리고 뭘 해야할지,

어떻게 다닐지 다 새로 배운다.

캘리포니아에 출장간 남편의 부재로

일명 미친세살과 단 둘의 주말이 겁이 날때

내가 찾는 사이트는 mommypoppins.com

뉴욕의 5보로의 다양한 키즈 액티비티 정보 블로그다.

신뢰도도 높고 나이별로 동네별로 정보가 다양하게

세분화 분류되어 있어 묻따말 신뢰하는 블로그.

뉴욕의 99% 엄마들이 마미포핀스를 본다고 장담한다.

(인터넷 아직 개통안한 1% 집을 제외하고)


여름이다 보니 Movie under the star 를

여러군데서 하고 있었다.

재작년 뉴욕에 관광객으로 방문 했을때,

브루클린에 사는 제니퍼가 브루클린 보타니컬 가든에서 야외영화를 하는데  같이 보지 않겠느냔적이 있었다.


당시 우리는 에어비앤비로 업타운에 머물었기 때문에

프로스펙 파크까지 가는데

지하철로 한시간 가까이 걸렸다.

가면서 투덜투덜 어린애를 데리고 여행온 사람한테

뭘 이렇게 멀리까지 오라고 해, 그랬는데

너른 잔디밭에 커다란 임시 스크린을 설치해두고

널부러져 (?) 영화를 보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반딧불이가, 한두마리가 아니고

수십 수백마리가 나르고 있는 장면을

한참 얼이 빠져 쳐다보았던 기억이 난다.


석양이 조금 전에 땅속으로 떨어져

아직 땅과 가까운 하늘은

검푸른 보라색에서 핑크색으로 블랜딩되어 있었고

그 예쁜 색 공기 속으로 노란색 점찍은 것들이

푸르르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는걸 보고

몇번이고, 정말 너무 멋있다. 너무 좋다.

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새나왔다.


하진이가 팝콘 한봉지의 힘을 빌어

한시간 반짜리 영화 한편을

영화관에서 다 볼 수 있는 나이가 된 이후로

우리는 거의 모든 애니메이션을 개봉관에서 보았다.

펼친 mommypoppins 에

마침 야외 영화 정보가 떠있었다.

잘되었다.

돗자리만 깔면 깔깔대고 좋아죽는 하진에게

Movie under the stars 를 보여줘야겠다.

마침 집에서 8 블럭 떨어진 동네 놀이터에서

상영작은 픽사의 <코코> 였다.

영화관에서 이미 본거지만 뭐 어때, 좋아할텐데.

싶어서 날치알 김밥과 갈비김밥을 싸고,

카라멜 팝콘과 스키니 팝콘 한봉지씩을 가방에 던져넣고

유모차를 밀고 저녁 먹을 시간에 놀이터로 향했다.


돗자리만 깔면 신발 집어던지고

깔깔거리며 너무 웃기다고 좋아하는 하진과

팔베고 누웠다가

김밥도 서로 한개씩 쏙쏙 입에 넣어주고

미끄럼을 몇번 타고 나니

어느새 하늘 검은 막이 다 내려오고

영화가 시작했다.


배경에 주택가에

노란 스트링 라이트가 군데 군데 켜있어

영혼들의 세상을 화려하게 그린 <코코> 의 그림과

잘 어울렸다.




89th street Playground

between Columbus ave & Amsterdam ave

Upper West Side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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