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bob 심지아 Jul 23. 2018

애정과 우정사이 부녀간

아빠가 출장에서 돌아왔다.



우리집에 사는

하진이 아빠는 아주 쬐끔 남다르다.

대단한게 아니라 정말 남들하고 다른 스타일링 때문에.

한국 아저씨들이 잘 안하는

깨끗이 면도한 스킨헤드에

콧수염과 턱수염 콤보를 길렀다.

그는 부산 사투리를 찐하게 쓰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하진이는 머리에 관한 질문을 종종 한다.

“왜 쟤네 아빠는 머리가 있는거야?”

다른집 엄마들도 이런 질문을 받고 살까?

하진이에게는

엄마=머리있는 사람, 아빠=머리없는 사람 인것인지

다른 집 아빠들은 대체 왜 저렇게 다들 머리칼이 있는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 종종 묻곤 한다.


늘 아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울 아빠는 대머리다!!!! 와하하하하하!!!”

라고 큰소리로 소리친다.

처음 당하는 사람들은 머쓱해하면서

“그런말 하는거 아니야” 라든가 우리 부부 눈치를 살핀다.

하진이는 아빠를 놀리려고 한다기 보다는

자신의 아빠만 대머리라는게

그저 신기하고 재미난것 같다.


남편은 순한면도 있지만

덮어놓고 무던하기만 한 편은 아니라서

둘 다 주장이 강한 우리 부부는 수없이 싸우고 부딪친다.

여자라고 봐주는것은 없이

목소리 큰 사람이 늘 이기기 때문에

난 이미 수차례 득음해서 경지에 올랐다.

연애기간 포함 7년간 서편제 8편정도 찍은것 같다.


그런 고집불통 남편도 하진이한테는 세상 딸바보다.

단 한번도 화를 내지 않고

혼내지도 않고

소리도 지르지 않고

자기 대머리를 쫙쫙 소리가 나게 손바닥으로 때려도

그것조차 관심이라 생각해 웃으면서 맞고있다.

그럴때는 조금 불쌍하기까지 하다.


그렇게 자기라면 어쩔줄을 모르는 사생팬 아빠를 두고

하진이는 이상하게도 나만 바라본다.

나와 하진의 관계가

끝없이 느끼한 멘트로 손끝이 오글오글

가슴 절절한 순정멜로드라마라면

하진과 아빠의 관계는

마치 청소년물 첫사랑 시트콤처럼

한명만 서투르게 무한애정을 바치는

그런 관계다.


그래서 사업관계로 캘리포니아에

출장이 잦은 남편이 오랫동안 집에 안와도

잘 찾지 않아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말은 안해도 실은 아빠를 많이 그리워하고 있었나부다.


주말이면 내기 골프를 치러 가거나

금요일밤에 코가 비뚤어지도록 술을 마시고 들어와

주말내내 누워서 잠을 자는 하숙생 아빠들이

요즘 세상엔 별로 없겠지만,

그런 용감한 남자들이 아직 존재한다면.

하진의 이야기가 아주 작은 소리로라도

귀에 울리기를.






이전 06화 별빛아래 영화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