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기욱 Dec 15. 2019

퍼실리테이터를 응원합니다.

수평, 학습, 반영, 민첩 조직의 실현의 토대는 퍼실리테이터의 존재이다.

"Create a climate of safety and trust"
"Provide a safe environment for conflict to surface"
국제퍼실리테이터협회(IAF)의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북돋우미)의 핵심 역량 C2, C3에 나오는 문장이다.

(참조 : https://www.iaf-world.org/site/professional/core-competencies)


요즘 들어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심리적 안전(psychological safety)'이라는 키워드는 이미 오래 전인 2002년 초기 버전부터 국제퍼실리테이터협회의 역량 목록에 담겨 있었다.


https://www.plays-in-business.com/psychological-safety-why-employees-need-it/에서 가져옴



퍼실리테이터가 타인에 비하여 잘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에는 참여자들이 발언의 안전함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포함된다. 이를 위하여 퍼실리테이터는 다양한 준비와 절차를 설계하고, 도구와 기법을 적용하며, 중립을 지키는 진행으로 참여자를 돕는다. 여기서 돕는다는 것은 결국 발언의 안전한 심리적 상태가 되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그랬을 때 비로소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갈등을 풀 수 있는 실마리가 참여자의 목소리로 개진되고, 이를 다루어갈 수 있는 기초가 형성된다.



참여자+'질문+중립+기법' -> 발언의 안전 -> 의견+탐색+이해+합의 -> 창의, 해결, 협력



퍼실리테이터는 이를 만들어내고 관리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 발언의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를 퍼실리테이터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요즘 조직 내의 '심리적 안전'을 만드는데 있어 리더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것을 보면, 리더들이 퍼실리테이션을 배워야 한다는 암시라고 해석할 수 있다.


 



퍼실리테이션이 확산되면서 퍼실리테이터의 자질과 역량에 대하여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만저만한 사람이 버젓이 퍼실리테이터라고 말하고 다니는데, 그래도 되는 것이냐?'
'협회에서 이를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이냐?'

'발언시간이 초과했다고 참여자의 발언을 가로막는 것이 퍼실리테이터라고 할 수 있느냐?'
'일정한 결론을 정해 놓고 그 것으로 유도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

'주최측에서 시간을 짧게 주는데 어떻게 충분히 의견수렴을 할 수 있느냐?'


국가자격인 의사나 변호사의 경우에도 자격을 취득한 이후 자격증 운영의 본래 목적에 위배되는 행동을 범하는 사례가 종종 일어난다. 하물며, 자격증이 없다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해당 타이틀을 사용할 수 있는 민간자격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해 나가는 데는 커다란 어려움이 따른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민간자격 검색 결과, 2019.12.15.


퍼실리테이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민간자격의 등록 또한 급격하게 늘어났다. 2019.12. 15일 검색 결과

총65건의 퍼실리테이터 자격이 등록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19년 한 해에 23건, 18년 8건, 17년 15건 등 최근 3년 동안 46건의 자격증 등록이 이루어졌다.


급격한 양적 확대는 질적 저하를 동반하게 된다. 자격을 가진 퍼실리테이터가 자격에 책임을 다하는 노력을 스스로 기울이지 않는다면 자격증은 다시 휴지 조각으로 퇴색될 것이다. 그리고 그 퇴색의 영향은 같은 이름을 가진 모든 자격 소지자에게 함께 돌아갈 것이다. 공유재산의 비극이 생겨날 소지가 다분히 잠재되어 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공유재산의 비극을 해결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1. 퍼실리테이션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전문가들이 더 많은 글을 쓴다.

2. 앞서 전문영역을 개척하는 사람들이 진정성 있게 행동한다.

3. 자격증 제도를 공정하고 엄격하게 운영한다.

4. 퍼실리테이션 워크숍을 성공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4번이다. 성공하는 회의나 워크숍을 경험하면 사람들은 그런 워크숍을 또 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에 대하여 배우고 전파하고 싶어질 것이다.





"또 포스트잇이예요?"

"이 것 좀 그만 쓰면 안돼요?"


"sticky note workshop" 구글 이미지 검색




2019년부터 필자는 '포스트잇 불링'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쓰기 시작하였다. 점착메모지로 참여자들이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을 간단하게 묘사해 본 것이다. 공교롭게도, 2019. 12월 IAF의 소식지인 GLOBAL FLIPCHART #17호에는 'the tyranny of post-its(포스트잇 학대)'이라는 말이 실렸다. 외국도 사정은 예외가 아닌 듯하다.


요즘 토론회에서 만난 참여자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질문에 필자는 '사과하시라'고 주문한다.



"포스트잇이 참여자를 괴롭게 해드렸다면 그 것은 퍼실리테이터의 잘못입니다. 과거에 그런 경험을 하셨다면 무조건 퍼실리테이터의 잘못이니, 제가 대신해서 사과드립니다. 포스트잇은 여러분을 돕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지 괴롭히려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도우려 했다고 하더라고 결과적으로 괴로운 일이 되고 말았다면, 그 것 역시 퍼실리테이터의 잘못입니다.


오늘도 도움이 될까하여 준비하였는데, 만약 도움이 될꺼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면 쓰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혹시 필요성이 느껴진다면 그 때부터 사용하시면 됩니다."


사과하는 방법의 예시다.


퍼실리테이터라면, 퍼실리테이션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퍼실리테이션이 유용한 상황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퍼실리테이터는 포스트잇 뿐만이 아닌 효과적인 방법을 오만 가지 알고 있는 사람이다.






퍼실리테이션이라는 이름을 걸고 퍼실리테이션이 아닌 방법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가장 큰 걱정은 잘못된 퍼실리테이션을 처음 접한 사람이 그 것을 퍼실리테이션의 전부인 것으로 착각하여 다음에 퍼실리테이션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일도 아니다. 퍼실리테이션이 아닌 다른 어떤 것이 효과를 낸다면 누구든 그 것을 배우는 것이 좋고, 그래야 할 일이다. 책망, 원망, 강요가 효과를 낸다면 우리는 그 것을 배워야 한다. 상명하복의 조직운영이 효과를 낸다면 상명하복의 기술과 방법을 잘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퍼실리테이션이 효과를 낸다면 퍼실리테이션을 배우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므로 방법은 간단하다. 퍼실리테이션으로 효과를 내는 것이다. 실은 효과를 낸 것만이 퍼실리테이션을 한 것이다. 효과를 내지 못했다면 퍼실리테이션이 아닌 힌더런스(방해)를 한 것이다. 그렇게 꾸준히 효과를 내면, 등을 돌렸던 사람들도 다시 돌아올 것이다.


제대로 하는 사람으로 인하여 이름만 가진 사람들이 조금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으로 인하여 제대로 하는 사람이 조금 손해를 보는 것도 막을 수 없다. 퍼실리테이션이 유용한 것이라면 그 유용함을 계속해서 경험적으로 입증해 가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가끔 그 성공의 기록을 세상에 알려준다면 금상첨화다.


국가자격이 아닌 한 퍼실리테이터가 아닌 사람이더라도 퍼실리테이터라는 타이틀을 가지는 것을 금지할 방법도 없다. 퍼실리테이션의 개념이 무엇인지 글로 적어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하고, 퍼실리테이션을 적용한 회의와 워크숍의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해내는 반복만이 퍼실리테이션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방법이다.


그런 마음을 먹고 있거나 그렇게 하고 계신 많은 퍼실리테이터께 응원을 보낸다.










퍼실리테이터가 무엇인지를 아는 데 참고하면 좋을 포스팅


퍼실리테이션인 것, 퍼실리테이션이 아닌 것

https://brunch.co.kr/@giewookkoo/32


퍼실리테이션 역량 - 한국퍼실리테이터협회

http://www.facilitator.or.kr/facilitation/ability.html


퍼실리테이터의 핵심 역량 - IAF

https://www.iaf-world.org/site/professional/core-competencies


퍼실리테이터의 발전 단계

https://brunch.co.kr/@giewookkoo/7

매거진의 이전글 계획된 우연 (Planned Chanc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